저는 취준생이고, 그들은 무례했습니다.

아니면, 제가 취준생이라서 그들이 무례한 건가요?

by chul


저는 장기 취준생입니다. 뭐 여러 사정으로 인턴도 하고 일도 해서 누군가는 장기라고 안 치기도 하지만, 어찌 되었든 졸업 후 2년 동안 정규직으로 입사를 못 한 장기 취준생입니다. 이런 자기소개는 참으로 민망합니다. 저와 비슷한 사람들은 아시다시피, 잘나지 않으면 말을 할 수 없는 게 지금 이 사회잖아요?

그나마 남은 겸손과 머쓱함을 끌어모아서 제 브런치인데, 익숙지 않은 경어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취업 준비를 어떻게 하면 끝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 적는 글이 아니기 때문에, 저는 제 취준 상황을 구체적으로 적진 않겠습니다. 제가 50개의 서류를 넣어서 한 번도 서류를 못 붙어보았든, 아니면 서류 합격, 인적성 합격 전부 뚫고 대기업 최종 면접에만 4번 떨어졌든, 전환형 인턴에서 전환에 실패했든, 채용 취소를 갑자기 받아봤든, 정말 작은 기업에도 떨어져 봤든, 주변 동기는 전부 삼, 현, L, S를 갔든, 구체적으로 적으면 어디선가 제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고치려고 해 줄 고마운 분들이 나설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나열된 모든 상반된 경우들, 전부 제 경우랍니다. 일부의 경험만으로 나올 조언이라면 도움은 크게 되지 않을 거니까 넣어두시길 바랍니다.

덕분에 삶은 쓰라리게 제게 많은 조언을 주었습니다. 크게 두 가지만 얘기해볼까요. 그 누구도 제 편은 아니고, 내 편은 나뿐입니다.


누구도 내 편이 아니었습니다.


어머니는 죽을 각오로 죽을 것처럼 하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죽어야만 끝날 것 같았습니다. 흔한 경우로 자존감도 떨어지고 움직임도 없어지면서 이 기간 동안 저는 체중이 전에 비해 굉장히 늘었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항상 조심스럽게 이야기했지만 안 듣다가, 몇 번이고 모를 면접에서 떨어지고 나서,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시작해보고 싶어서 PT를 시작했습니다. 새벽반이었고 PT가 없는 날에도 늘 나갔습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감기 기운이 있어서 하룰 쉬거나, 기분이 안 좋아서 간식이라도 먹었다는 걸 들키면 어머니는 정색을 하셨습니다.

죽을 각오로 해야 한다고, 죽어라고 해야 한다고. 토할 정도로 해야 한다고. 그래야 말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고.

아파서 못 갔다는 말은 바로 다른 우주로 가버린 것인지 집에서라도 운동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외모적인 면에서 어머니는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하셨는지, 단순히 운동과 체중, 건강을 넘어선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친구와 같이 찍은 사진에서도 저와 친구의 외모를 비교하셨고, 끊임없이 얼굴을 말로 찢어놓았습니다. 저도 죽어서 이 삶이 끝나면 좋겠는데 죽어라고 해도 죽지는 않아서 참 유감이었습니다.

슬슬 생이라는 상태가 번거롭게만 느껴졌습니다.


그 친구에겐 내가 받아온 굴욕감과 입장 따윈 없었습니다.


취업을 바로 했지만 회사생활이 심심한 자기 자신이 있을 뿐이었죠. 그렇지 않다면, 왜 나를 채용 취소하고 유일하게 떨어트려서 일주일을 떨어진 인턴으로 출근하게 하고 뽑아줄 것 같이 또 면접을 먼저 제안했다가 결과도 알려주지 않은 회사의 인턴 공고에 지원해보라고 제안했을까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었습니다. 정규직이래도 절대 가지 않을 텐데, 인턴을 하라고? 내가? 그 이유는 자신이 현재 동기중 친한 사람이 없어서였습니다. 나의 그 어떤 입장도, 그 친구에겐 아무것도 아니었죠. 그냥 친구가 필요했을 뿐.

슬슬 관계되었다는 상황이 같잖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불만도 제기하지 못했습니다. 제 잘못이니까요, 취업준비생이어서 심지어 나이 많은 장기여서, 그들이 무례한 것은 당연하니까요. 그들도 그걸 아니까요. 내가 그 ‘죄’를, ‘죽어라고 열심히 못 하고 능력도 없어서 길어진 취준 생활’이라는 주홍글씨를, 누구보다 괴롭게 지니고 있음을 아니까요. 그 틈새에서 나오는 바람을, 그들은 뚫린 나를 생각했지만 자신들의 이익이라는 시멘트로 메웠습니다. 넘치도록.


그래서 저는 훨씬 강한 바람으로 그 시멘트들을 날려버리려고요. 틈새도 아예 뚫어버리죠, 그래서 그 바람결에 꽃도 풍선도 편지도 내가 좋아하는 조합으로 만들어서 하늘 높이 올리려고 합니다. 행사장처럼 대놓고 ‘나 여기 있소~아이고 날아가네~’.


저는 올해 무조건 취직할 거예요….라고 말하고 다니고 믿고 있습니다. 안 될 수도 있죠. 하지만 변화는 만들어내려고 합니다. 분명 또 상처 받고 다시 살이 쪄버릴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무례를 제 잘못으로 받지는 않겠습니다. 그들의 무례가 내가 취업 준비생이라서 당연한 거라면, 그들 스스로가 부끄럽게 더 당당해지려고 합니다. 취업 못한 건 당당하지 못하겠죠, 평생. 저는 제게 욕심이 많거든요. 그렇지만 누군가의 힘들고 벅찬 상황에서나 나오는 무례함이 당당할 바에야 그냥 무능력함을 인정하는 편이 낫습니다. 내가 취준생이어서 그런 게 아닙니다. 그들이 사람에게 무례하게 군 거예요.


오해하는 글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내 편이 되겠다고 했지 세상의 적이 되겠다고 한 게 아닙니다. 저도 세상을 잘 살아야죠. 그러니 아직 포기하지 않고 중력 받는 생물체로 존재하고 있잖습니까.

저는 이제 제 편이 되려고 합니다. 그걸 저 자신에게 다시 한번 되새기고 있습니다.

모든 무례함, 그냥 저라는 사람에게 행한 것으로 받겠습니다. 제가 무언가를 오래 이루지 못했다고 제 기가 죽을 순 있지만 굳이 타살당할 필요는, 그럴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었네요. 제가 너무 저를 죽이고 누구보다 든든한 타인의 편이 되었나 봐요.

저와 같은 사람들에게, 공감이라도 되면 좋겠고 더 욕심부려서 뻔뻔히 자기편이 되도록 하는데 영향을 주면 좋겠어요. 감히 제 글이 그럴까 싶지만, 감히 바라봅니다. 그리고 가능하자면, 이 더러운 꼴을 겪었으니 같은 사람들에겐 절대 저러지 말자고, 아니, 겪지 않아도 그런 무례한 짓은 하지 않는 지성을 갖추자고 , 죽어라고 결심하고 제안합니다.



+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요즘 시작해보려는 것이 두 개 있습니다.(계속 일을 벌여서 취업을 못하나;) 하나는 매거진이고, 하나는 디자인 관련 상품이에요. 이번 주는 정신없으니 다음 주쯤 들고 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