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문우답 다섯 번째 Q: 연말과 연초라서 우울해요.
Q : 연말과 연초라서 우울해요.
A: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기 위해 모든 발버둥을 치세요. 결국 해도 하루하루의 누적일 뿐입니다.
해가 지났습니다. 딱히 이렇다 할 일이 일어나진 않았네요. 친구 집에 가서 00시 00분 2022년의 시작을 함께하자! 고 해놓곤 저는 11시에 잠들었습니다. 그냥 그다음 날이 되었을 뿐이었고 제 이갈이를 들으며 쓸쓸하게 혼자 새해를 맞이한 친구 옆에서 민망한 얼굴만 하다 돌아왔습니다.
저같이 뭔가를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에 처한 사람들은 연말과 연초만큼 죄스러운 기간이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렇게 그냥 평소와 다름없이 하루를 허망하게(?) 보내버리고 나니 그냥 1월 1일도 해야 할 일들이 있는 평소랑 다름이 없게 느껴졌습니다. 그냥 커피만 마시고 해야 할 일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최근에 여러모로 좋지 않은, 자신감이 꺾일 일들을 겪으면서 저도 저 자신에 대한 의심이 가득한 기간들이었어요. 모두가 나를 싫어하는 것 같고, 나를 불행하게 만들 시나리오가 이미 짜져 있는 것 같았습니다. 미친 듯이 SNS만을 들여다보면서 더 이상 새로운 것이 나오기 전까지 새로고침만 해댔습니다. 연속으로 새로고침만 하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했을 때, 비로소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침대에서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미 밤 10시였어요, 다시 기분이 뭐 같아지기 시작했죠. 그래서 저는, 잠자리에 드는 순간만이라도 기분이 좋아지기 위해 발버둥을 쳤습니다. 딱 30분 발버둥을 쳤어요. 설거지를 하고 양치질을 하고 내일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니 그 정도 시간이 흘렀더라고요. 그 30분이 뭐라고, 그래도 무언가를 한 하루라고 몸과 마음이 받아들였는지 잠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필로우 향수인가 생일 선물로 받은 침대에 뿌리는 향수를 조금 뿌렸어요. 휴대폰 전원을 끄고, 다음날 헬스를 갔습니다.
정말 별거 없네요.
결국 해(year)도 별 거 없는 하루하루의 누적과 연속일 뿐이니 더욱 별 거 없네요.
그리고 결국 하루를 기분 좋게 마무리만 해도 중간은 가는 하루로 내게 기록됩니다. 이룬 것이 없는 연말과 연초가 우울하신 분이면, 오늘 하루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기 위해서 나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뭔지 생각해보세요. 누구는 밤 산책일 수도 있고, 따뜻한 우유 한 잔 일수도, 일기나 글쓰기일 수도, 내일 할 일을 잠깐 정리하거나 책을 읽거나, 좋아하는 유튜브를 마구마구 보면서 잠들거나, 좋아하는 향의 온열 안대를 쓰고 눕거나. 그냥 내가 좋아하는 10분을 만들고 침대에 눕는 거예요. 그러면 아침도 나쁘지 않아 지고, 아침을 잘 지내기 위한 행동으로 이어지고, 시작과 끝이 좋으니 중간도 좋게 만들 무언가를 창조하고, 그러면 좋은 하루가 생기고 그 좋은 하루하루가 이어져서
좋은 시간이 흐릅니다.
좋은 시간들의 누적은 절망에 빠진 나의 밑의 용수철이 될 거예요. 그래서 얼마나 깊이 떨어지던지 다시 튀어 오르게 해 줄 겁니다.
글을 적다 보니 너무 크고 멀리까지 생각한 것 같네요. 어찌 되었든 저는 침대에 기분 좋게 눕기 위해서 오늘도 발버둥을 치고 있습니다. 별 거 없고, 그냥 기분 좋게 자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