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문우답 일곱 번째 Q : 손절을 겪었어요 아파요
q: 손절을 겪었어요 아파요
a: 나랑 놀아줘서 고마웠다고 하늘에 대고 외치면 됩니다.
‘손절’을 어학사전으로 찾아보니, 대가 끊긴다는 뜻도 있고, 노력해도 안 될 상황임을 포기하고 자신의 에너지를 넣지 않는다는 뜻도 있네요. 어떤 방향이든 끊긴다는 의미는 같은 것 같습니다. 약간 허탈한 포기와 내려놓기라는 뉘앙스도 있네요. 뜻을 찾아보니 더 쓸쓸해졌습니다.
저 또한 끊긴 관계도 있고, 끊은 관계도 있습니다. 저는 무슨 이유로 화를 내는지 이야기를 하는 편이고, 끊긴다면 그런 이유를 상대방이 말해주길 바라요. 하지만 반대의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생각해보니 그런 관계에 대한 가치관이 완전 반대인 사람들과 끊겨왔네요.
그런 쓸쓸함과 애매한 추억들이 남은 나날, 연인이 아니기에 관계의 헤어짐과 시작이 확실하지 않은 ‘친구’라는 관계 때문에 있는 후회와 미련들. 그 사이에서 앉아있다 보면 옆에 그 친구가 없다는 사실과 여러 괘씸함을 알게 됩니다. 그러면 저는 하늘을 봅니다. 그리고 속으로 외쳐요.
나랑 놀아줘서 고맙다, 이 ###$@%@#!!
여러분이 상상하는 최대한의 나쁜 말들을 섞어서 <속으로!> 그들을 지칭하면 됩니다. 밖으로 뱉는 순간 많은 후회가 올 거예요. 우린 교양 있는 사람이니까요.
단순히 다른 길을 걷다가 잠깐 동행한 친구가 아니라, 서로에게 큰 상처를 주고 끊긴 관계는 평생 익숙해지지 않겠죠? 이쯤 되면 관계에 대해서 해탈할 법도 한데, 저는 또 기대하고 상처받고 그렇습니다. 저에겐 그 어떤 끝맺음보다도 아픈 손절이 2개 있습니다. 둘 다 손절당한 경우인데요, 지금 생각하면 역설적이게도 고맙더라고요. 물론 저는 그 비겁한 손절을 한 @#$%@#^들 덕에 1년 넘게 후유증에 시달리며 비참한 모래만 자갈자갈 씹어댔지만, 그 손절은 제게 날개를 준 것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제가 그 친구들'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들이 없어지니 저는 제 주변을 다시 둘러보았고, 어떤 끝맺음이나 시작이나 과정도 받아들이게 되었고, 지금은 스스로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하고 다닙니다.
물론, 그 @#$%들의 손절은 인간관계의 손절이라기보다는, 상처를 주고 자기들 맘대로 살아가는, 20살이 넘은 성인이 하기엔 그 생각조차 따라갈 수가 없는 행동들이었습니다. 아예 회피형에다가 도망치기 바쁜 경우들이어서 저는 아직도 제가 왜 그렇게 좋아하던 친구들에게서 아프게 손절당했는지 모릅니다. 지금은 그저 그들이 불쌍해요, 그들을 저주하는 것조차 제 시간이 아까워요. 그때 그들과 좋았던 추억까지 원망할 에너지도 없어요. 좋은 추억은 좋은 추억으로, 씁쓸하고 다시 분노가 차오르지만, 어찌 되었든 나랑 놀아줬고, 저도 그들을 놀아웠으니까요.
그래도 아시죠? 너무 자주 손절하거나, 너무 자주 손절당하거나. 그 경우엔 나 자신도 되돌아봐야 함을요. '잘못'이 아닌 그 '원인'이 나에게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한때 우울증이 심했을 때, 대학 사람들에게 엄청난 집착을 하고 잘 보이려고 노력했고, 모두가 제게 등을 돌렸습니다. 지금은 그때의 저와 같은 사람들을 보면, BLACK LEGEND(흑역사를 멋있게 말해봄)가 떠오르고, 미안하게도 저 또한 뒷걸음질을 치게 되더라고요.
만약 여러분이 너무 주변 사람들을 자르거나 그들에게 잘려나가고 있다면, 글을 써보세요. 멋진 글 말고요, 남에게 이야기를 하듯이 그냥 생각대로 적어보세요. 남한테 신세한탄하면 그들은 바로 그 원인을 파악해줄 겁니다. 하지만 '신세한탄'임을 알기에 아무도 말해주지 않을 거예요. 저도 누군가가 자신의 인간관계를 탓할 때마다 속으로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지만 '신세한탄 후 후련함'을 주기 위해서 최대한 듣기만 합니다.
글을 적고 보니 성숙이나 어른스러운 관계와는 거리가 멀어서 민망합니다. 후회와 미련을 담고, 그리워하고, 내가 왜, 네가 왜 그랬는지를 한참 동안 생각하고, 왜 다들 내 맘 같지 않은지 허무해하지만, 결국 그때 내가 즐거웠다면 됩니다. 그 손절을 그냥 욕하면서 앞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흠, 제가 취업준비를 오래 해보면서 거절과 손절에 익숙해졌기 때문일까요? 저 혼자 정규직에서 떨어트리고 채용 취소까지 한 회사를 나오며, 맑은 하늘에 그 회사를 향해서 가운데 손가락을 진심으로 펼쳤습니다. 그 장면이 잊히질 않아요, 맑은 하늘과 큰 회사 부지와 그 사이의 살이 쪄버린 제 통통한 손의 가운뎃손가락. 이미 끝나버리고, 나에게 상처를 준 관계는 그 정도의 에티켓이면 된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