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노력은 후회하고 반성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

Q: 노력을 믿나요?

by chul
Q: 노력을 믿나요?
A: 노력을 확신하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예의라고만 생각합니다. 후회하고 반성하고 미련을 가질 수 있는.


너 열심히 했잖아.

한때 저는 이 말을 엄청 싫어했습니다. 이 말을 쓰는 사람들의 경우 두 가지 의미가 있었(다고 예측되)는데요. 하나는 열심히 했으니까 잘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열심히 했는데도 안 되었지만 너무 속상해하지 말아라.

한때 저는 열심히를 싫어했습니다. 대학을 갔더니 아니 나의 최선이 정말 별 것 아니더라고요. 나의 최선이 평균 이하인 C0로 매겨지는 그 기분 아십니까? 거의 그 충격으로 나는 해봤자 씨. 제로다…이런 마음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것에 트라우마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안 했죠, 열심히 해도 씨제로 열심히 안 해도 씨제로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하지 말자고요?

아뇨 저는 어차피 파국이라면 그냥 최선을 다하는 선택을 하겠습니다. 제가 둘 다 해봤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열심히 하면서 계속 이 노력이 보상을 받는지 의심하고 그렇게 기가 빨리고 결국 그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절망하는 것보다,

안 하고 놀면서 은근히 그 노트 북쪽이 신경 쓰이고 열심히 하는 다른 동기들의 눈치가 보이고 예상대로 하나도 발휘할 수 없었던 그 순간, 그리고 예상대로 낮은 결과가 나왔을 때가 훨씬 기분이 더러웠습니다.

정말, 정말 별로였습니다.

6.png


만약 무언가를 열심히 안 할 자신이 있으신 분들은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기꺼이 쓸 수 있고 그것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근데 그게 내가 아니라면? 나는 일단 최소한의 노력이나 발버둥이라도 치는 게 더 나은 사람이라면 그냥 하는 게 낫습니다.

물론 버릴 것은 과감히 버려야지요. 그럼 스스로 이야기하는 겁니다. 난 그 어떤 후회도 반성이나 여기서 그 무엇도 의미부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리고 날아오르면 됩니다! 선택한 최선을 향해서요.

그리고 후회나 반성을, 그리고 투덜거릴 수 있는 미래의 나를 위해 노력합니다. 결과가 아니라 그냥 나에게 투덜거리고 후회하고 미련을 가질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거죠.

7.png


저는 이렇게 생각한 뒤로 웬만하면 노력하려고 하고, 웬만하면 훨씬 더 미련을 가지며 다른 부분은 미련 없이 버릴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제 노력이 퀄리티가 높아진 건 아니고요, 안 되는 건 안되고 여전히 되는 것만 됩니다. 뭐, 어쩌겠어요. 씁쓸하지만.

그럼 오랜만의 현문우답은 급 여기서 마무리.



이전 07화A: 놀아줘서 고맙다고 말해버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