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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May 05. 2022

이해하지 말고 납득시키지 말라.

이해할 수 없다는 진리만 이해하자.

살아간다는  정말  일이 아니구나 싶다.  대단한 소명이 있어서가 아니라 나이가 먹을수록, 하나씩 나를 놓아주거나, 혹은 하면  되는 일들을 알아갈 뿐이다. 억지로 나를 멋있게 채우거나 무언가를 해야하는게 아니라 덜어내고 하지 말아야  일들은 하지 않고.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를 이해하려고 해서도  되고, 그에게 나를 납득시켜서도  된다.    된다! 돈ㅌ두댙! 아니지만,  모든게 의미가 없는 활동이다. 절대 나는 이해할  없고, 이해받을  없고 납득은 시켜야  이유도 없었다. 굳이 이해해야 한다면 이해할  없다는 진리만 이해한다.

그럴  없었다.  친구는 계속 조건 1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또한 조건 1 무엇보다 중요함을 알고 있었고 내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사실도 알았다. 다만 나는 외로웠기때문에  조건 1 조건 2 섞였지만 5%정도 조건 2  많이 차지한  선택을  친구에게 납득시키려고 했다. 그리고  친구가 이해가  되어서 계속 대화를 뱅뱅 돌리고 있었다. 이해하려고 했으니까. 이해받고 싶었으니까. 그래서 털어놓았다.


사실 난 조건 1도 2도 중요한데, 2가 조금 더 중요해서 여길 왔어. 그런데 너에게 나를 납득시키고 싶었나봐, 그래서 계속 조건 1을 굳이 안 선택한 이유만 말하고, 조건 1이 좋았던 다른 선택지를 -결국 내가 선택하지 않은- 어필하고. 사실 이제 나는 정신승리같아도 조건 1이 내게 큰 영향력이 없었다는 사실을 알았거든. 만약 한두달 전의 나였으면 조건 1을 얘기하는 너랑 싸우거나 상처받았을지도 모르겠다.


그 친구는 그게 중요하고 나는 이게 중요한 사람이었을 뿐이다. 다르기 때문에 계속 그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끌고갈 수는 없겠지만.


나만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예전 친구에게  근황을 이야기하다가  근황을 폄하하는듯한 말을 들었다.  이야기를 어머니와 다른 친구에게 하자 “ $#&^%$& 완전 나쁘다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라고 화를 내주었다.

왜냐면 내가 당시에 화가 안 났기 때문이다. 곰곰히 생각하니 조금 기분이 나쁘긴 한데 다시 돌아가도 화는 안 낼 것 같다. 그 친구 입에서 나올만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 친구를 잘 알진 못하지만 주변이 모두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로만 이루어진 환경, 자신과 같지 않으면 다르면 무조건 폄하하는 그 세상을 몇번 보았다. 그 친구의 입으로 ‘나와 다르기 때문에’라는 이유로 몇몇 사람들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걸 보았고 그게 곧 나의 차례겠거니 했다. 물론 그 친구에게 먼저 연락할 생각은 없다 ㅎㅎ

너무나도 그다운 생각에 약간 측은하기도 웃기기도 어이없기도 했다. , 너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결국 이것도  친구는 내가 이해가  되어서, 나를 이해하려고 했는데  과정에서 오류가 났기에 실례인 행동을  셈이다. 내가 거기서  친구를 납득시키려고 뭔가를 내세웠다면 정말 대화가 산으로 가다못해 화산폭발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화가 정말 났다면 화를 냈겠는데, 신기하게 그때는 정말 화가 나지 않았다. 그냥  애를 이해하기가 귀찮았고 딱히 걔한테 나를 납득시키는 수고를  정도로 소중한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해받고 납득시키려던 과거가 있었다. 현재도 종종 그런다. 보통 외로울때 누군가에게 이해받으려고 하고 그에게 납득시키려고 한다. 하지만 결국 내가 이해하고 납득해야할 존재는  뿐이라는거. 그래서 더욱 외롭지만, 나의 중심이 없는 채로 남으로 채워져봤자 외로움 대신 허무함만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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