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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Aug 21. 2022

당신이 절 어떻게 생각하는지 너무 궁금하지만

불쌍한 사람이 되기 싫어서 발버둥 치다가 이젠 그냥 부유하고 있습니다

저 사람 나 귀찮아하나?

저 사람 지금 나한테 실망했구나


나는 타인이 마음대로 기대했다가 실망하기 좋은 사람이다. 이해도가 빠른 편이라 첫 스타트에서는 남들보다 뛰어나가지만, 꼼꼼하지 못하고 숙지를 제대로 할 때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쟤 잘할 줄 알았는데 조금 더 시켜보니까 꽤 느리네? 아니, 잘 못하네? 그렇기에 회사에서도 여러모로 잘 혼나는 요즘, 누군가가 잘해주는 모습에도 의심을 했다.


내가 뭐 잘못했나?

내가 너무 많이 혼나니까, 내가 불쌍해서 잘해주나 보다.

내가 너무 사람들과 못 어울리니까, 괜히 나한테 장난쳐주나 보다.


내가 안쓰럽고 불쌍하나 보다.


그런 나날을 보내며, 많은 소중한 사람들을 붙잡고 호소도 해보고 혼자 진지하게 생각도 해보며 깨달은 게 있다. 나는 그런 남들의 시선에 쪼그라들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사람이다 같은 건 아니다. 죄송하다.


 내가 깨달은 진리는, '남의 시선은 모른 척하면 없던 일이 된다'이다. 모든 사실들은 모른 척을 하면 일이 더 커지기 마련이다.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데 내가 지금 마음이 힘들다고 안 하면 시험 점수는 낮아진다. 지금 바쁘다고 저 일을 모른척하면 언젠가 독박 쓴다. 하지만 남의 시선-정확하게는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 모른 척하면 진짜 나에게 그 어떤 영향도 미칠 수가 없다. 그 이유는 첫 번째, 그 시선에서 레이저가 나와서 나를 물리적으로 공격할 수 없으며, 두 번째, 심증밖에 없는, 물증이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비상식적인 행동을 해서 남들이 눈치를 주거나 타인의 악의적 괴롭힘과는 다른 이야기이다. 그것만 유의하셔서 괜찮다면 내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길 바란다.

나는 유독 누군가의 실망이 두려웠다. 그렇기에 기대도 너무나도 두려웠다. 안타깝게도 자존감이 낮고 자존심이 높았던 나는 나를 제외한 모두를 '평가자'라고 생각했다. 내가 그들의 평가를 잘 받고 그들의 곁에 있는 것을 허락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안 그래도 이런 생각으로 주변인들을 대했던 나는 인턴과 이후 직장의 정규직 이슈로 인해 마음속으로 더욱 스스로를 평가받는 입장으로 두었다.


만약 새로운 집단으로 들어가게 되면 (동아리나 동호회나 입사 동기 모임이나 대학 동기 모임이나) 스스로 '다음에 또 보고 싶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라며 불안해했다. 그런 모임 이후에 누군가가 번호를 물어보는 등 다음 만남을 제안하는 제스처를 취하면 시험에 통과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혹시 나하고 말하지만 나는 소개팅을 나간 게 아니다. 이 얼마나 기괴한 기쁨인지.

요즘은 보이는 행동에만 집중하고 있다. 내가 유독 부장님 자리로 불려 가서 모두가 듣는 앞에서 혼이 난 후, 메시지로 힘내라고 하는 사람이나 괜히 얼른 퇴근하라고 장난치는 선배들이 있다. 아마 내가 안타까워서 그런 거겠지, 그래도 나름의 행동을 취해준 것이 고맙다.

'감사하다'

그럼 그냥 감사하다에 집중을 할 뿐이다.


그렇게 혼났으니 부장님이나 사수님은 나에게 실망을 적잖이 했을 것이다. 했던 이야기를 다시 하시기도 했겠고. 나의 부족함으로 인해서 기분이 상하셨을 것이다. 그래서 죄송하다. 다음에는 안 그래야겠다.

그럼 그냥 죄송한 마음으로 다음에는 조금 더 집중해서 이야기를 듣고 일을 진행한다.


그들이 어떤 생각으로 나를 대하더라도 나는 모른 척 내가 할 일을 묵묵히 한다. 내가 그들을 특별히 싫어하거나 좋아하지 않는 한, 예의를 지키면서 적당히 잘 지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나는 누군가를 불편해할 때는 있어도 딱히 싫어하거나 안타깝게 생각하는 경우는 잘 없다.(물론 있긴 있다.) 대부분 잘 지내고 싶어 한단 뜻이다. 상대방도 세상을 적 치는 게 취미인 불쌍한 사람이 아닌 한 나랑 잘 지내는 게 덜 피곤할 테다. 누군가를 의식해서 계속 불화를 일으키는 것은 생각보다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며, 가끔 그건 나에게 자신의 존재를 잊지 말아 달라는 투정같기도 하다.

나 또한 부장님과 사수님을 굉장히 좋아하고, 그들을 닮고 싶기에 미움을 받는다거나 실망을 안겨줬다면 정말 슬플 일이다. 하지만 이미 일어난 일.. 어쩌겠나, 어제보다는 더 나은 나를 나라도 인정해줘야지.



나는 pencake라는 어플에 생각나는 글감들을 적곤 하는데, 그중 이런 게 있다.


이렇게 소중한 나를 이 @#^#$%들이.


내일은 월요일이다. 이런 글을 쓴 나도 내일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쭈그러들어서 회사에서 일상을 보내겠지. 하지만 조금 더 거리를 두고 지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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