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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동안 미쳐보기

이 구역의 미친여자는 나다

by chul

사실 요 며칠, 아니 양심상 일주일이라고 고해야겠다. 요 일주일동안 잘 지켜오던 많은 것들이 무너졌다. 부끄럽게도 갑자기 앞날이 불안해지면서 동시에 잘 해야 했던 면접에서 좋지 않은 신호들을 받은 탓이다. 물론 누가봐도 경력직을 뽑는 자리였고, 어쩌다가 불려간 신입인 나는 아주 기본적이고 내 신뢰와 관련된 질문조차도 당당하게 숙지하지 못했다고 지송지송할뿐이었다. 면접에 긴장을 더럽게 하는 나는 이번 면접은 제발 스스로가 망치지만은 말자, 고 빌었고 실제로 마무리까지 웃으며 편하게 봤으나 복기할수록 얼마나 나와 면접관이 안 맞았는지만 잘 알게 되었다.

와중에 주변인들은 모두 잘 지내고 있었고 잘 나가고 있었고 혼자 이도저도 아닌 신입 공채를 준비하는 끈기없는 사람이 되었다.


어쨌든, 그래서 100일만 미친척하고 나에게 좋을 일들만 해볼 계획이다.


1.비교는 어제의 나하고만

비교를 하자니 끝이 없었다. 상대방은 날 신경쓰지도 않는데 나는 왜 이리 그들보다 잘 되려는 마음이 많은가. 뭐, 그들만큼 잘 되려면 그들이 하는 행동과 노력 정도를 따라가면 되겠지만 그걸 다 알 방법도 없고 무엇보다.

내가 그들이 아니었다.

걔네들, 내 이름이나 기억할까? 아마 그냥 안경쓰고 머리묶고 교복 잘 안 챙겨입던 학생1로만 기억할것이다.

나는 어제의 나보다는 좀 나았고 일주일전의 나보다는 많이 한심하다. 어제는 생각이 많아서 거의 1년만에 잠을 못 잤다. 하지만 운동을 하고 카페에 나와서 글을 쓰고 곧 인스타툰도 올리면서 면접 준비를 하려고 한다.

어제보단 더 성장했고, 머리속도 깨끗하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2. 100일동안 아침과 저녁 운동 조금씩, 감사일기와 시각화를 한다.

누가보면

미쳤냐?

할만한 습관이다. 저번주까지 3주정도 지켜진 것을 보면 계속 하면 100일은 할 수 있을 것이다. 평생할 생각은 없다 100일만 하겠다.


3. 시각화를 왜 하냐면,

면접을 몇번 망쳤더니 (10번은 떨어진 것 같다) 면접만 하면 말을 잘못하고 떨어지는 상상만 했다.

반대로, 누군가가 잘 될 것 같다던가 왠지 그 식당이 웨이팅이 심하다지만 내 자리는 있을 것 같다던가... 그러면 무조건 있었다.


이번엔 나를 위한 믿음을 해보려고 한다.


4. 그래도 아직 신입이라고 해주는 곳이 있다.

나는 20대지만 끝물이다. 내 동기들은 3년차 대기업 사원이나 대리들도 있다. 혼자 전공 때려치우고 도전한 곳, 더 좋았던 곳을 뿌리치고 선택했다가 본의아니게 돈도 못 모으고 퇴사를 했다.

뒤를 돌아보니 우리 부모님이 있었다만 아직 100% 나의 부담은 아니었다. 그분들또한 삶을 괜히 살아오신게 아니고 나같은 딸을 괜히 거의 30년동안 감당해오신게 아니다.


나는 아직 책임질 대상이 없었다. 굳이 따지면 스트레스로 써버려서 이젠 없는 돈과 이젠 불어난 살 정도일까. 그로 인한 건강 악화와 시선 쪼달리는 자금상황 정도야 아직 버티거나 만회할 수 있다.


5. 모든게 감사하다.

한때 나는 죽었었다. 25살 안에는 삶이 끝날 줄 알았는데 지금 이렇게 건강한 이야기를 하는 20대 후반이 되어있을 줄은 몰랐다. 스스로 삶을 끝낼 수도 있었고, 당시 심장 이식 권유를 받아서 외부적으로 죽었을 수도 있었다.

지금은 너무나도 범죄와 사고가 잘 일어나는 현실임에도 나는 100일간 나의 멋진 삶과 멋진 정신상태를 노래하고 있다.


할 수 있는 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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