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야나 나야나
요즘도 상태가 썩 좋지는 않다. 또 다시 무언가에 쫒기는 듯한 느낌이 든다.
쉰다는 것 마저 부담을 가지다 보니 너무나도 힘든 상황이다. 쉬는 것 마저 부담이라니!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정신없이 지내다가 심리상담 글을 마무리 짓는 것을 미루고 있었지만, 나는 지금 이 상태를 어떻게든 스스로에게 마무리를 짓고 싶어서 새벽에 자고 싶은데도 글을 쓴다.
잠을 자고 싶은데 전혀 잠들 수가 없다. 온 몸에 긴장이 돈다. 내일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거의 몇시간째 괴로워만 하다가 겨우 잠드는 일상이 한달째다. 불면증이 아니다. 잠은 온다. 잠은 오는데 잠을 못 잔다. 잠이 들었을때 깼을 그 다음의, 굳이 내일이 아니더라도 앞에 있는 모든 미래가 불안해서 몸이 긴장하고 잠에 들지 못한다.
이제 이거 그만하고 싶다. 그래서 내일 아침부터 일이 있지만 새벽에 글을 쓴다. 하다하다 2n년만에 처음으로 코피도 봤다. 더 짜증나는 건 이게 내가 공부라던가 일을 해서가 아니라, 그냥 내적으로 나 자신을 괴롭히다가 정신 뿐 아니라 몸까지 아프고 있다는 증거라서 열받는다. 뭐 여튼 나는 항상,
always.
난 무슨 현상이 있으면 무조건 "왜?"를 외치던 과학을 왠지 잘할 것 같은 학생이었다.(그리고 n년 후 공대생이 됩니다.)
요즘 내가 외치는 "왜?"는 그 답이 전혀 없는, 물음 자체가 이상한 것들이다.
나한태 왜 이러는 거야?
나는 왜 이렇게 긴장하고 불안해 하는 거야?
왜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거야?
왜 무엇 하나 계획대로 되지 않는 거야?
"why me?"라고 외치면 "why not you?"라는 대답이 돌아올 그런 의문들이다.
애초에 대답이 있기나 한가? 이런 질문들.
누구나 엄청 비참하고 뭐 그런 상황이 되면 이런 질문들이 머릿속에 가득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이런 패닉에 빠지는 경우는 보통 '일이 마음대로 풀리지 않았을 때'정도다. 예를들면 잠이 오지 않는다거나 내일 할 일이 갑자기 하나 더 늘었다거나 의도치 않게 약속을 너무 잡아버려서 지출이고, 시험공부해야하는 시간이고 전부 약속에 바친다거나 하는. 내 탓이고 내 선택인 것들이거나, 내가 아무리 잘 해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어처구니 없는 하나의 '일상'에 녹아있는 일들이다.
그 일들에 이렇게까지 괴로워 한다는 이야기를 남들에게 하면, 다들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그렇다. 이해한다. 왜냐면 나도 어이가 없거든.
이런 일들이 안 되면 당장이라도 어디 뛰쳐나갈 정도로 감정이 제어가 되지 않는다. 그것이 너무 괴롭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는 미친듯이 그 이유의 원인을 찾으려고 하고 해결책을 찾으려고 한다.
그 중 하나의 예시로, 선생님과의 상담중에, 선생님이 "저번상담때, 이렇게 내가 말했었는데, 그때 기분이 어땠나요?"하고 물어보셨다.
그냥 간단하게 "그때 그랬어요."하고 대답하면 된 질문에 나는 "(현재 대한민국의 상담에 대한 시선과 지원실태에 대한 나의 생각, 요즘 나의 상태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 가족들에게 들었던 말과 그 말을 들을수 밖에 없었던 이유, 근거, 원인 등등 10분 초과)....래서 그랬어요."라고 했다.
맞다.쓸데없이 뇌를 과부화시켰다. 그리고 그건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다. 원래 감정이 뒤늦게 올라오는 편이기도 한 나는, 그 전에 그 감정이 무엇이다!라고 정의되기 전까지는 그 감정을 찾기위해서 바탕지식과 설명 등등을 엄청나게 나열하곤 했다. 그게 남에게 변명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그걸 들어줄 사람은 없고(다 내가 들어야 하는 일들 뿐이니), 들을 사람도 없고, 무엇보다 그럴 필요도 없다.
상황 대한 원인이나 이유를 머리를 엄청 굴려서 찾으면 찾을수록 그것들을 반박하는 이유들도 나올 거니까.
나는 쉬면 안 될것 같고, 쉬어도 쉴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며, 오늘따라 잠이 안 온다고 해도 잠이 안 오는 원인과 이유와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하고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그날따라 일이 잘 풀리지 않는....그 모든것을 통틀어서 가장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쉬는 나를 용서하지 못하는 나'였다.
하는 강박에 휩싸여서, 나는 쉴 시간에도 딱히 공부라던가 할 일을 전혀 하고 있지 않아도, 앞으로 해야 할 일들에 대한 강박과 집착때문에 늦잠을 자려고 해도 잠이 들지 못하고 계속 몸이 긴장상태로 있어서 항상 피곤한 상태이다. 그런 강박이 가장 큰 건 지금. 일요일! 그렇다,일주일이 시작되기 전에 엄청난 긴장상태로 쉬기 위해 마련한 시간에 오히려 쉬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서 혹은 책상에 앉아서 아무것도 못 하고 괴로워하고만 있다가 몽롱하고 지친 마음으로 일주일을 시작한다.
좀 안되면 어때.
그 마음으로 살아가기에는 아직 나는 내 그릇이 작은 걸까. 안되면 어때! 하고 생각해도 결국에는 "안되면 안된단 말이야아!"라고 울부짖으며 뭐라도 하려고 하지만, 결국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쉬는 것도, 자는 것도, 공부를 한 것도 아니다. 아무리 내가 울부짖으면서 불안해해봤자, 나는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한계만 하게 된다.
이게 말처럼 마음 정리가 쉽게 되면 내가 잠을 못자고 이러고 있지도 않는다. 안그래도 잠이 많은데다가, 작년에 아무리 우울증을 겪어도 잠만은 꼬박꼬박 잘 자다가, 잠을 못 잘 지경에 이르니까 너무 힘들다.
아마 곧 시험기간이 다가오기 때문이겠지.
전공 공부에 대한 막막함과 어려움에, 굳이 공부를 하고 있지 않음에도 이렇게나 불안해하고 나 자신을 괴롭히고, 긴장때문에 잠에 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와중에도 괴로워하느라 잠을 못 잔 시간동안 공부라도 했으면, 하는 생각을 하는 걸 보니 나에게는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려면 아직 먼 것 같다.
하지만 그만하고 싶다. 진짜다. 마음 깊이 믿고싶다. 이 모든 일들이 안 되더라도 내가 큰일날 일은 없다고. 만약 내가 이번학기 학점이 안 좋게 되더라도, 기본적인 나의 생명이 위협당하는 일은 없다고. 더 나아가서, 제대로 공부를 하려면 공부에 대한 집착 자체를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지금의 나는 나 자신에게 "안되더라도 괜찮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싶다.
세상의 모든 일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지금 눈 앞에 있는 일들은 가벼운 태도로 하고 싶다. 아니, 가볍다는 것 까지는 무리여도 그 어떤 일도 신성하고 영원한 것은 없다고. 이 일들은 아마 내 인생이라는 책에 길어봤자 한 문단 정도만 차지할 일들이라고 믿고 싶다. 그렇게 마음 깊숙하게 믿어야만 내가 살수 있을 것 같다. '어떻게'살아가느냐 같은 배고픈 소크라테스같은 의미가 아니라, 물리적으로! 의미 그대로! 사람이 잠을 자야 살고, 이렇게 생각에 지배되지 않아야 1분 1초를 조금 더 연장할 수 있을 것 같다.
괜찮다. 충분히 괜찮다.(어느 노래 가사였던 것 같은데.)
이 말을 정말로 믿으려 한다. 아니 믿자. 믿으려고 노력만 했더니 지금 이 꼴이다. 그러니까 그냥, 믿자.
이런 말을 들었지만, 아직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와닿아야 한다. 아예 기본적인 생활 자체가 안 되고 있으니까. 살기위해서, 살아가기 위해서 나는 이 말을 믿어야 한다. 큰일이 나면 어떻냐, 공부 좀 못 하면 어떻냐, 나는 이렇게나 열심히 살아가기 위해 (내 나름대로는) 분투하고 있는데. 나의 이 발버둥이 주변의 많은 사람들과 비교해서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고 해도, 그러면 또 어떤가. 그런 발버둥을 쳐서 얻은 나 나름대로의 일상이 있을 것이다. 내가 삶을 포기하지 않는 한, 무언가가 끝나더라도 모든것이 끝나지는 않는다.
내가 내 앞의 한 일을 잘 하지 못했을 때, 책임져야 할 결과를 너무 두려워하자 선생님이 나에게 해 주신 말이다.
그러니까 내일을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 내일은 두려운 것이 아니라고 믿자. 오늘 잠을 좀 못 자면 어떤가, 내일 더 자면 된다. 공부 좀 미뤄지면 어떤가, 그렇다고 내가 아무것도 안 하고 시험을 칠 사람인가. 실제로 그렇게 되더라도, 그건 그때 생각할 일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실제로 일어난다고 해도, 나 자신을 포기할 정도로 괴로운 일은 아니다. 그런 일은 세상에 없다.
걱정은 되지만, 지금 이렇게 스스로를 망가트리면서 걱정하고 불안해 할 일은 없다. 그렇게 믿고 싶다. 나는 정말 힘들고, 잘 안 되도 괜찮다고 나 자신에게 말해주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이렇게 살고 싶지 않으니까. 믿자. 좀 안되더라도 어떻냐는 말, 믿자. 그 말을 믿고 앞으로를 살아가자. 앞으로 펼쳐질, 내가 무서워하고 있는 이 일상은 아마 자연스럽게 어떤 형태로든 나에게 녹아들 것이며, 나도 세상에 무난하게 녹아들 것이다. 세상은 나의 것이니까. 내가 세상이니까. 긴장하고 있으면 좀 어떤가. 긴장 될 수도 있지. 그래도 마음이 편하다면 언젠간 자연스럽게 다시 잠에 들 것이다. 그리고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 결과가 보이지 않아도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세상이 나에게 녹아있을 것이다.
나의 상담은 실시간이 아니라 이미 과거에 끝난 것이기에, 새로운 상담을 하지 않는 한 아마 이 내용이 전부일 것이다. 생각이 날 때마다 다시 보면서 수정하거나, 그림일기 형식으로 마음에 드는 부분만 따로 꺼내서 그림을 그리거나 하겠지만.
작년과 재작년의 나는 다른사람때문에 엄청 힘들어했고, 상담의 내용도 내 인간관계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리를 하면 할수록 그 모든 것은 내 이야기였다.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냐의 이야기였다. 결국 내가 살아가는 삶이라서 나는 나를 봐야만 했다.
아직은 나는 나를 여전히 괴롭히고 있다. 잠이 드는 것이 무섭다. 여전히 눈을 떴을때, 내 앞에 펼쳐질 긴장이 된다. 그래, 긴장이 좀 되면 어떤가. 적어도 이제, 스스로를 괴롭히면서 누워있지는 않고 싶다. 그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마음이 안 따라오면 생각만이라도 쉬도록 노력할 것이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나를 괴롭히고 있다면, 바로 일어나서 글을 써야지. 그림도 그릴 것이다. 내일은 수업이 마치면 바로 집에 와서 정말 아무 생각도 없이 자야겠다. 오늘은 그걸 실패하고 몇시간째 울기만 했지만, 내일은 할 수 있을 것이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