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022회고]세상아 나를 견뎌.

견디라고

by chul

올 한 해는 정말 많은 반성과 후회와 성취와 성장과 뿌듯함이 모두 있었습니다.

롤러코스터를 여러모로 탔는데 신기하게 침착해서 무서운 그런 기분 아십니까?

저는 올 한해 자기 자신을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배신을 당하고 위로를 받고 의외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한 해를 요약한다면 ‘나 자신을 찾아가기 위한 발버둥’ 정도로 할 수 있겠네요.


1월, 가장 안 좋은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다.

1월 1일은 같이 새해를 보낸 친구와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야 첫 해인데 무슨 노래 들을래?

그런 말 있잖아요, 새해에 제일 처음 들은 노래대로 된다고. 그래서 우주소녀 이루리인가 보아의 원샷투샷인가를 들으면 좋다고. 그래서 저도 원샷투샷을 들었습니다. 백신 접종 독려 노래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저는 올해 취직을 하고 코로나도 걸렸네요. 뭐여.


1월 1일에는 가장 심란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하지만 어떻게든 내가 만들어봐야겠다 싶었어요. 당시 저는 몇번이나 면접에 떨어져서 자신감이 없었거든요. 그 자신감이 오히려 다른 안 좋은 결과와 태도로 이어져서 아주 죽을맛이었습니다.


직장이 바뀌면서 저는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거의 인생 2막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깨달음과 경험, 그리고 반성과 회고들을 했어요. 일적으로도 인성적으로도 습관적으로도 말이죠. 그동안 그 모든 것들을 어떻게 모르고 체세포가 있는 덩어리마냥 살아왔는지 아주 의심스럽습니다.

결론은 하나죠, 세상이, 사람들이, 나 자신이 나를 견뎠다..! 이 거지같은 나를,,,견뎌줬다!

그래서 새해는 조금 덜 거지같아지기 위해 하는 회고.


첫번째, 지출 습관

저는 돈을 많이 씁니다. 그 돈을 그냥 명품을 사거나 그런건 아니고, 계획 없이 써요. 원래는 안 이랬는데 나름의 변호를 해보자면, 갑자기 큰 돈이 들어온 것(취직)+ 오랫동안 기분이 좋아지기 위해 돈을 쓰며 폭식(취준시절)의 콜라보였습니다.


환장합니다. 진짜. 무엇을 믿는건지, 돈이 없으면 못 사는데 어떻게 월급 즈음에 살려고 그러는지. 일정 이상 넘어가면 쓰지 않도록 지금은 보고 있어요. 그리고 자존심 상하지만 말하죠, 친구나 동생이 만나자고 하면, 미안한데 돈이 없어서, 너가 이번에 사면 내가 다음에 살게.라고요. (물론 이건 제가 그 전에 많이 사준 사람들에게 한합니다 그래도 자존심상함 진짜 다음달 월급 받기만해봐 막주에 부자처럼 살거다..)


그렇게 저는 지금 남아있는 닭가슴살과 방울토마토 등으로 회사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야식을 먹지 않습니다. 그러고보니 생각보다 1.나는 돈을 안 쓸 수 있다 2. 돈 안 써도 스트레스 풀 수 있다. 3. 그럼에도 사회적 비용이 있으니 비상금을 모아두어야한다. 4. 야식을 안 먹으니 속이 너무 편하다.

이런 것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얼른 월급 받기만 해봐...적금 저금 해버릴거다...묶어버릴거다..



두번째, 참으로 고쳐야할 것들이 많은 사람, 나.

그거 접니다. 저는 멘탈이 두부에요 호다닥...아주 약합니다. 처음에 회사 끝나마자 늘 울면서 다녔어요. 진짜 서럽게 엉엉 울었습니다. 눈물이 많은 편도 아닌데 진짜 이악물고 울면서 주말에도 일과 관련된 공부를 했어요. 그리고 의심했죠, 이게 진짜, 도움이 될까? 그런데 몇달 후에 진짜 도움이 되었어요 띠요옹. 모든 일들을 쌓여서 예상치 못한 것에서 선물이 됩니다.

그리고 저는 이 회사에서 열심히 꽤 열심히 적응하고 있습니다. 아직 많이 서투르고 워낙 특이하단 말을 자주 듣는 사람이라 상사분들을 당황하게 만들고 되려 당황하기도 합니다. 사실,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었어요. 스스로 멘탈을 잘 못 챙져서 일을 놓치기도 하고, 실수도 하고, 보고를 하다가 보고도 잘 못 해서 진짜 큰일날뻔하기도 하고. 예전이라면 못 버텼을텐데 지금은 별 생각 없이 하루하루 눈 앞의 일들을 해내다보니 어느새 올 한해가 지났네요. 나도 좀 성장해서 믿을만한 팀원이 되어야할텐디, 미리 죄송합니다(팀원분들 : 야)


특히 인성적으로도 여러 조언들을 받고, 제가 몰랐던 제 모습들도 알려주셔서 처음에는 받아들이긴 힘들었습니다.


세번째, 그럼에도 나였다.

‘그게 너야. 내가 좋아하는 너.’

제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많은 지적을 받아도 저는 결국 저더라구요. 오히려 저를 바꾸고 어딘가에 맞춰볼수록 저는 다른 사람이 되었고 고장이 나서 더 큰 실수를 저지르곤 하였습니다. 이래도 저래도 미움받을거면, 뭐 그 어차피 광대가 될거면 최고의 광대가 되는 것으로.


하지만 조금 더 성숙한 사람이 되고싶은 마음은 늘 있습니다. 우리 모두 어린애처럼 계속 살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껄껄껄. 멋지고 귀여운 할머니가 될테다.

네번째, 일상으로 구원받다.

이번에는 외적으로도 시간이 많이 부족한 일들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일상을 잘 챙기려고 했습니다. 운동삼아서 1시간씩 걷기도 했고, 홈트도 했고(코로나 걸리고 다리 깁스하면서 못함). 꾸준히 ux디자인 북스터디도 들었어요. 사실 누군가 보기에는 사치거든요. 일도 잘 못하고 늘 기죽어서 다니던 사람이 모닝 루틴 인증방을 운영하고, 일 숙지를 위해 공부하면서 디자인도 공부하고. 플랫폼에서 프리랜서로 운영했던 경험을 살려서 누군가의 모임 운영을 그냥 돕기도 하고. 그리고 여기저기 질문하러 다니고 도움을 구하다보니 많은 사람들과 좋은 인연들을 맺게 되었습니다. 여기저기 자랑도 하고 싶을 정도로 제게 멘토와 친구들이 많아요.

이 모두, 일상을 결국 지켜냈고 그렇기에 일상과 루틴이 저를 지켜준거죠. 저는 올 한해 정말 크고 작은 많은 일들을 잃고 이뤄냈답니다.


그래서?

그래서 남은 인생, 어떻게 살거냐.

저는 2023년의 목표를 이렇게 세워봤습니다.


지출 관리를 해서 돈을 좀 모으고,

고칠 수 있는 일들 고쳐보고 장점인 나다움은 극대화시키고

일상을 지켜내며 하루하루 활력을 넣어보기로요.

어디서 많이 보신거 아닙니까? 맞습니다. 제가 올 한해 이뤄낸 것들 혹은 깨달은 것들이죠.

다음 해가 ‘올해만큼만 살았으면 좋겠어’라고 말할 수 있다니 저는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

늘 하루하루, 미래도 과거도 현재도 암담하여 뒷걸음질도 앞걸음질도 그냥 멈춰 있는것조차 할 수 없었고 그렇기에 그냥 그 자리에서 소멸되고 싶었던 나날들이 거짓말같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잘 지내게 될 수 있었지? 분명 제 덕도 있겠지만 운도 따라줬고 사람들도 도와줬고 그냥 세상이 저를 견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능.


지금까지 나를 벼텨준김에, 2023년도 좀 나를 잘 견뎌줘 세상아.


그럼,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그나저나 원래 그림 그리면서 하려했는데 너무 피곤해서 못그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