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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살아야하는게 억울해 미치겠어요

오랜만에 주저리

by chul

나는 굉장히 자주 억울해한다. 분노가 아니라 억울해한다는 점에서 건강하지도 않고 멋지지도 않다. 과거의 일들을 곱씹고 억울해하면 그 일이 없거나 바뀌기라도 할 것 처럼 열심히 곱씹고 있다. 현재가 아니라 미래와 과거에서 사는, 가장 비극적인 삶을 살곤 했다.


억울하게도, 정말 더럽게 억울하게도. 그건 착각이었다. 내가 과거의 나를 연민하고 그때 관련된 사람들을 (그 사람들이 지금의 나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해도) 곱씹어보았자 바뀌는 건 없었다. 오히려 지금의 나는 내 눈 앞의 문제나 상황에 집중해야 했다. 지금 이 시간은 다신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기 때문이다.


거지같군 아주 &같아.

하지만 어쩔꺼야,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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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대부분은 낭비였다. 누군가는 자신의 헛질을 보고 '그래도 얻은게 있었어, 결코 후회하지 않아. 그게 있어서 지금의 내가 있어.'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나는 확실하게 낭비한 시간들이 있다. 아직도 그렇게 낭비하고 있다.(아마 습관이 된 듯 하다)


나의 모든 일을, 남의 시선에서 바라보려고 하고, 그들이 이 일을 올바르다고 평가해줄 수 있을지 눈치를 봐왔다. 여러 면에서 낭비인 시간들인데 그 이유는


첫번째, 나는 남이 아니기에 남의 시선이란 불가능하며

두번째, 남들에겐 쓸데없어도 돌아보면 내겐 의미있는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의 선택은 항상 남들이 지지해줘야만했다. 정서적 지지이든, 대의적으로 옳다고 봐주든 말이다. 나는 없었다. 나의 긴 우울증의 시작을 기억한다. 나를 cctv보듯이 봐라봤다. 내가 나를. 남들이 보기에 얼마나 한심할지, 덜 한심하게 보이기 위해서 온갖 짓을 했다. 나는 평생 남의 시선에서 나를 볼 수도 없는데. 하다못해 거울을 보는 내 겉모습과 인바디나 건강검진을 해서 실제로 나온 내 모습조차 다른데.


겨우겨우 나왔다고 생각했으나,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20대 후반에서야 했던 나는 여전히 남의 시선을 신경쓰다가 업무 시간을 흘려보냈다. 타 팀이 내 협의사항을 어떻게 생각할까? 아직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이의 신청했다고 욕하는거 아닐까? 지금 내가 만드는 자료가 그 누구에게 시간낭비라는 말을 들으면 어떻게하지?


그렇게 지나가버린 한 주. 나는 조금씩 시선을 내 눈으로 돌릴려고 한다. 정말 쓸데없는 일이라면 분명히 누군가에게 태클이 들어올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필요한 일들을 조금씩 해낼 수 밖에 없다. 어쩌겠어, 이게 내 최선이다. 내 인생을 비극으로 만드는 비극은 그만 지으려고. 나는 내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볼 것이다. 기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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