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은 내 편이 된다.
내 편이 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남는가.
글을 종종 쓰게 되었다. 예전에는 나의 모든 우울과 슬픔을 어떻게든 표현하고 글을 끝맺어서 내보내곤 했다.
많은 일들을 겪고, 하루하루 회사에 가서 토를 하고 누군가에게 또 인격 모독을 당하면서 문득 생각이 났다.
기록을, 언제 그만두었더라?
나는 하루하루 절망하고 토하는 것 외에 무엇을 했지?
다시, 기록을 시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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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브런치도 블로그도, 한창 힘들때 시작했던터라서 내게 글이란 '배출구'에 가까웠다. 철없고 약했던 시절의 글들이자 기록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 나이가 들었으니 멋진 글을 써보고 싶었다. 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그런 글 말이다. 보란듯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 법 10가지'이런식으로 써서 이 거지같은 인생도 잘 살아낸 이 사람을 보세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 이제 무조건 예전같은 실수는 저지르지 않으며 더없이 맑고 단단하게만 살아가진 않았다. '너는 못해'라고 쓰레기 소설에나 나올 말을 남들 앞에서 듣고 자리로 돌아와서 가운데 손가락으로 안경을 올리는 짓이나 할 뿐이었다. 겉보기도 찌질하고 실제로 할 수 있는 일도 없어서 찌질하다.
그래서 나는 다시 기록을 해보려고 한다.
나의 기록 창구들. 되도 않되는 놈들이, 내 에너지를 막으면서 막아버린 내 비상로들. 나는 그들에게 시달리면서 겨우 하루를 마무리했고, 남은 시간은 그들을 생각하느라 보냈으며, 그렇기에 내 체력과 에너지는 회복을 하는데 쓰였다. 목표로 했던 공부나, 운동, 식습관, 기록(글이든 그림이든 툰이든) 그 무엇이든 전혀 하지 못했다.
최근까지는 그걸 못하는 내가 너무 한심했었다. 하지만 이제 알아, 나는 에너지가 뺏긴거다. 내 소중한 에너지들 모두 빼앗겨서, 회복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아직 나는 절실하지 않았던거지. 기록을 하거나 운동을 해서 살아갈 정도로는. 그냥 중독처럼 안 좋은 생각을 했고, 안 좋은 상황으로 머릿속에서 돌아갔다.
이제 그것들에게 에너지를 주지 않겠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뺏기겠지만, 그 이상은 안 줘야지. 버티는게 아니라, 안 주는거다.
라고 적었지만 방금도 글 마무리하기전 10분정도 안 좋았던 일들을 다시 생각하곤 했다. 지금 눈앞에 있는 것에만 집중해야지. 그렇게 8월 안에 내가 원하던 것들을 향해 조금씩 나아갈 것이다.
그 기록을 어떤 형식으로든 일주일에 3번 이상 할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빌어줄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