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과 학대, 가스라이팅, 인격모독, 무관심, 방치로 점철되었던 어린 시절이지만 운 좋게 책과 좋은 어른들을 만나서 나름 독기있고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컸습니다.
하지만 그 후유증으로 20대 초중반은 우울증과 자살사고로 보냈고 첫 직장도 인턴부터 프리랜서 지금까지 여러번 정착을 못하며 모두 사람들에게 안 좋은 일을 겪은 요즘입니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어렸을때의 그, 지내는 게 아니라 생존하는 것에 가깝던 일상이 계속 이어지는게 아닐까.
나는 평생 사람들에게 휘둘리고 내 앞길, 경제적 능력 모두 남이 결정해버리고 그 안에서 그나마 자살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비극적인 인생만 남은게 아닐까하구요.
그래서 이 매거진 첫 글은, 저와 같은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다음 글부터는 제 글들에게 일일히 편지를 보낼게요(정확히는 과거의 저에게. 오늘은 지금의 나와 당신에게)
2023.06.13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당신은 소중하다거나 자살하면 끝이라던가, 그런 틀에 박힌 말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일단 살아가보자는 뻔한 말을 할 예정입니다.
요즘 어떻게 사시나요.
저는 삶이 참 다양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3년 전에 대부분의 친구들이 대기업 정규직을 붙었고 그들은 3년차가 되었습니다. 투룸짜리 좋은 집을 구해도 대출 금방 갚을 수 있는 월급들이며, 좋은 차를 가지고 애플워치를 차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저는 그나마 20만원이 넘지 않는 시계를 벌벌떨며 하나 샀으며, 급하게 구한 오피스텔에서 3번째 직장(하지만 신입인)에서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마저도 어떻게 될 지 모르면서요.
그리고 지금, 누군가는 저보다 나이가 많지만 신입 준비를 다시 하고 있으며 누군가는 어리지만 대학원을 준비하고, 동갑인 누구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고 누군가는 여행을 다니고 있습니다. 직업은 다양했고 사무실에 앉아서 컴퓨터를 두드리며 안경을 치켜세우는 직무만이 아니라 같은 회사임에도 물류센터에 가면 모두 엄청난 택배박스 앞에서 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청소를 하거나 공사를 했고, 스0벅스는 바리스타(파트너라고 불렸던가요)가 정규직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사를 했다가 여러 자영업으로 잔뼈가 굵은, 60대를 바라보는 저희 어머니는 새로운 직업을 위해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 제가 여유가 된다면 인강용 노트북 하나 사드릴려고 해요. 어머니뿐 아니라 지금 공부하고 있는 다른 친구들, 지인들을 봐도 그저 않아서 공학용 계산기나 두들기고 프로그램 돌리던 저와 완전 다른 분야에 뛰어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부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데 필요한 분야이자 인력들입니다.
집에 오니 누군가는 저를 위해 밥을 차려놓았습니다. 누군가는 제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전화를 했습니다. 누군가는 저를 위해 기도했고, 누군가는 진심으로 저와 오래 함께하고 싶어했습니다.
그래서 낯설었습니다. 이쪽을 보면 나는 누구보다 귀하고 소중한 사람인데 다른 쪽에서는 제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칼을 갈고 찌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인간이 아니라 그냥 쓰레기통이었습니다. 마구 짓밟고 남들 앞에서 부숴버리는 뭐 그런 존재요.
당신도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신도 아마, 스스로가 존중받아야 할 사람, 생명체라는 사실조차 잊을 정도로 상황이나 사람에게 시달리고 있을 수 있습니다. 보호자나 친구, 지인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기서 말하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 적어도 한명. 제가 있습니다.
굳이굳이 이유를 만들자면 그렇습니다. 사실 누군가의 소중한 존재가 아니어도 당신은 존재 자체로 살아가야합니다. 권리가 아니라 살아서 제대로 대접받고 스스로도 대접해줘야합니다. 그리고 남도요. 하지만 사람들은 가끔, 어떤 이유라도 있어야, 구석이라도 있어야 살아가잖아요? 그래서 굳이 이유를 만들었습니다. 제가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당신의 안온한 날들을 바랍니다.
진심을 다해 모두에게 오픈하기에는 세상은 참 어렵더라구요. 제 약점을 들어주는 척 하다가 가장 가까운 사람이 그것으로 인격적 모독을 하기는 쉬웠습니다. 경제권을 쥐고 흔드는 것은 부모와 같은 윗사람들에게 한번씩은 당했습니다. 그런 취급을 일상적으로 당하면 죽는 것 말고는 돌파구가 없다는 착각이 듭니다. 내가 죽거나 쟤네 죽이거나.
세상에는 직접적으로 해를 가해서 범죄자로 분류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말이나 상황, 대접 등으로 사람을 몰아가서 정작 본인은 범죄자가 아니지만 범죄자와 다를 바 없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팁을 말하는 글은 아니고, 조언을 해 줄 정도로 교양 있는 사람이 (제가) 아니기에 길게 적지 못하겠지만,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 있습니다.
첫번째, 그들이 가스라이팅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면 적당히 들어주는 척을 하되 진심으로 듣지 마십시오. 반박할만한 근거를 찾아봐도 좋긴 하지만 그만한 힘이 없다면 그냥 듣고 "왈왈"짖어주세요. 속으로요. 진짜 입밖으로 내면 큰일이 날 것 같습니다.
두번째, 당신을 괴롭히는 사람 상황에서 최대한 빠르게 떨어집시다. 독립도 좋고 퇴사도 좋고 그걸 위해 몇달 고생해서 돈을 모으거나 아르바이트를 해도 좋습니다. 여기가 아니면 안될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당신은 이미 그들에게 놀아나고 있는 거에요.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가집니다. 유일하게 정규직 전환이 못 된 인턴이었던 저도 지금은 그때가 가물가물해요. 그렇기에 지금 여기서 무슨 일이 생겨도 어떻게든 먹고 살 수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세번째, 그리고 탈출(혹은 연 끊기 등등 무엇으로 불려도 상관없음다)하기까지 꼭 자신은 그 곳, 그 사람들과 분리시켜놓읍시다. 독서도 좋고 하루에 1시간은 그 지옥을 떠올리지 않아도 되도록요.
근처에서 30분정도 노래를 들으며 걷거나, 경제적 여유가 된다면 운동을 위한 헬스장 혹은 카페에 가세요. 새로운 작은 도전을 해 보는 것도 좋아요. 퇴근하고 1시간 그림을 그린다거나 아침에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서 명상 혹은 커피를 내려본다거나.
죽을만큼 힘들지만 그 무엇도 나를 죽일순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다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내가 나를 죽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거에요. 거기서 당신은 다시 태어나면 됩니다. 나를 죽이지 않고 살려줘서, 진심으로 더 나은 곳을 위해 발버둥을 칠 결심을 하면 됩니다. 공부든 운동이든 하루에 30분씩 일찍 일어나는 것이든, 산책이든, 아니면 그들과 맞서 싸우든 무엇이든요. 결심한 것이 있다면 그 외는 신경을 꺼버리십시오. 방해물들에 일일히 맞서 싸우지 말고 묵묵히 삶을 위해 나아가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