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팁 좀 알려주십시오.
가을 냄새가 난다. ----------
나는 불행하지 않으면 글을 쓸 줄 모르는 사람인가?
사실 불행을 가장 전시하고, 불러오고, 그걸 소스로 쓴 것은 내가 아닌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짜고짜 뭘 새삼스럽게..라고 생각하신 분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나는 그걸 최근에 깨달았다.
불행이나 환장할만한 이야기를 웃기게 이야기하고 풀어내는 것도 능력이라고들 한다. 최근에 한 친구가 '내가 3년 동안 회사 다닌 것보다 너한테 3일 동안 일어난 일이 더 스펙타클해'라고 말했다. 나에게 일어난 일들은 진짜 웃기고 어이없는 에피소드나 케이스들도 있지만, 몇 년 동안 내가 정상적인 생각을 못 할 정도로 트라우마를 남긴 사건도 있었다. 그리고 제3자가 보기에는 엄청 큰 일이지만 정작 본인은 잘 넘긴 일이라거나.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했지만 내 글이 재미가 없다는 거다. 뭐 전 직장들.. 이라기에는 거쳐온 이상한 어른이나 리더나 대표들을 욕하거나 그들과 있었던 일을 적으면 많은 이야깃거리가 나올 것 같긴 하다. 20대 초반, 즉 21살 때 썼던 글들을 보면 대부분 나의 글들은 그렇게 호소하거나 토해내는 일기였다. 일단 브런치가 그렇게까지 유명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특히 나는 뭣도 없는 사람이기에, 굳이 이 글이 공개되어도 별 탈이 없었다.
지금은 신기하게 별로 그들을 곱씹지 않는다. 조금 성장했을지도 모르겠다. 브런치북이나 써보기 위해 20대 후반으로서 이런저런 글들을 써볼까 싶기도 하다. 그러니까 딱히 불행하거나 미칠 것 같은 감정의 요동이 없어서 별 걸 쓸 게 없다. 내가 전문적인 사람도 아니고, 불행하지 않다고 말하기에는 월급도 안 받는 취준생(나이 많은 중고신입)으로 다시 돌아왔고. 사회를 겪으며 좋은 척하는 어른들에게 질렸고 지쳤고.
그런데 그게. 그냥 나에게 그뿐이다. 그 과거가 별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불안한 미래도 크게 날 흔들지 않는다. 이쯤 그 환장한 일들을 겪다 보면 도가 트게 된다. 세상에는 별 사람이 다 있으며 그게 내 탓일 때도 있고 내 탓이 아닐 때도 있으니 그냥 현상 그 자체로 보게 된다. 쫀 것 치고는 잘 털어왔기 때문에 후회가 크게 되지도 않는다. 세상에는 염치나 양심 없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들을 회고하며 계속 화를 내기에는 내 시간이 별로 없다. 나 아침에 운동 가서 도서관 자리 잡으려면 일찍 나가야 한다.
뭔가 재밌는 걸 적고 싶은데 자학개그를 해온 사람이라 적을 게 없다. 자학을 그만두니 딱히 뭘 써야 하나 싶다. 조금 더 건강해진 자아로 아무 말이나 써야지 여긴 나의 무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