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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Jan 15. 2024

내 인생을 좋아할 수 있을까.

짧은 글

갑자기 감정과 생각에 허우적거리다가 쓰는 글.


20대 후반~30대 초반은 참 괴로운 나이 같다. 누구는 집을 사고 누구는 대기업 신입이고 누구는 대기업 n년차다. 누구는 취직을 했지만 누구는 퇴사를 했고, 누구는 아예 쌩신입이거나 대학원 심지어 대학생이기도 하다.


사무직뿐 아니라 다양한 업무를 맡으며 시험공부를 준비하는 친구도 있다. 내 글에 이런 이야기가 너무 자주 나오고 오늘도 이런 사이퍼로 시작하는 이유가 있다. 내가 바로 그 와중에 가장 아무것도 못 이룬 퇴사 후 취직준비하고 모은 돈도 없는 20대 후반-30대 초반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젊은이, 특히 공부를 열심히 했던 여학생답게 나는 제법 열심히 살았다. 심리상담을 지속적으로 들어야 할 정도로 문제가 많은 내적 심리를 억누르면서도 어떻게든 열심히 살았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고, 좋은 결과도 받았고 뿌듯했던 적도 있었는데, 사회생활이 그렇게 힘들더라.


그 흔한 일자리 하나 안정적으로 잡기가 힘들었다. 오랜만의 취준 시작과 현재 얼어붙다 못해 불가한 취업 시장이다 보니 나는 당연히 빠르게 취업하지 못했다. 문제는 나의 과소비습관이 전혀 고쳐지지 않았었고 많이 수습하고 뼈아프게 도려내서야 몇 없는 현금과 2024년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와 젠장 이거 망했나?

나도 안다. 망한 인생은 없다. 언제든 망했다고 생각해도 어떻게든 예상치 못하게 혹은 오히려 좋게 굴러가는 게 인생임을. 문제는 내가 내 인생이 아닌 다른 이들의 인생이 부럽고, 그렇게 잘 나가는 동년배들의 성공궤도가 너무나도 잘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는 말이 많고, 말이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잘'나가는 사람들이니까. 말할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인생을 살러 나갔다. 그러니 내가 이리 입이 글로 긴 것은 아직 살만하단 증거겠다.


뭐, 중고신입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대부분 취업 성수기인 3월부터 최종 합격을 하는 6월까지는 그냥 취업준비에 올인을 하는 듯했다. 나처럼 경제활동을 하면서 취업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적은 것인지, 아니면 내가 모르는 새 이렇게 서울. 경기권에 본가가 있고 모든 활동을 지원받은 사람이 많은 것인지. 그러자 모든 게 후회되기 시작했다.


그 회사 들어가지 말걸. 이전에 붙은 0 기업 들어갈걸. 직무 변경하지 말걸. 돈 좀 모을걸. 이 전공하지 말걸. 휴학하기 말걸. 반수 하지 말걸. 그 고등학교 가지 말걸. 왜 태어나가지고 xxx...



그럼에도 내가 내 인생을 싫어하지 않는 게 가장 아이러니하다. 사실 별로 후회되는 것은 없다. 내 맘대로 안 되었을 뿐, 혹은 못 이뤘을 뿐 내 행동과 선택에 대해서는... 보탤 말이 별로 없었다.

그러니 나는 내 인생을 좋아할 수 있을까?


비록 내가 적을 월급을 받고 알바나 보조로 들어간대도. 안 좋은 회사에 일단 들어가서 상반기 공채를 병행한대도. 그 사이가 너무 힘들더라도. 내가 내 인생을 일단 몸소 겪어내고 있단 뜻이고 그 비참함이 오래가지 않을 거라고 믿을 힘이 내게 있나?


이 모든 상황에서 타인에게 친절하고 옳지 않은 일에 의견을 내고 그 무엇보다 나 자신의 앞으로의 행보를 누구보다 응원할 수 있을까? 더 잘 될 거라고, 충분히 하고 있다고, 일단 이 위기만 넘겨보자고, 나와 몇백/몇천이 차이나는 같은 출발선에서 더 좋은 곳을 가버린 친구들을 옆에 두고도 진심으로 웃을 수 있을까? 음, 비교를 하지 않는 건 나 같은 겉보기가 중요한 사람에겐 불가능하니 마지막 염원은 평생 못 지킬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어차피 해야 했던 일. 남들은 하지 않아도 되었던 일, 그게 나에게 별 의미가 되지 않고, 그냥 할 수 있길. 그런 사람이 되길. 그렇게 내일과 오늘 밤을 맞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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