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두 명의 리더에게 1년간 빼앗긴 내 인권과 우리 엄마.
너무 감성적인 글이라 올릴지 말 지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일단 써본다.
최근에 트위터에서 닌텐도 게임 '동물의 숲'관련한 만화를 보았다.
https://x.com/kurang_steam/status/1748326690223476847?s=20
직접 그리신 분의 링크를 타고 가서 보시길 바랍니다.
내가 동숲(동물의 숲 줄임말)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좋아하는 유튜버들이 플레이한 것을 보았을 때, 아마 마음에 쏙 드는 주민이 아닐 경우에는 이사를 보내려고 하거나 짓궂게 놀리곤 하는 듯했다. 이 만화는 주인공 플레이어가 아닌, 그렇게 괴롭힘을 당하는 한 주민의 시점이다. 주인공 플레이어도 종종 엄마의 편지를 받는 시스템으로 알고 있는데, 그림을 그리신 원작자분은 괴롭힘을 받는 (이쁨 받지 못한다,는 표현이 맞겠지) 주민의 시점에서 짧은 만화를 그려주셨다. 그렇게 이쁨 받지 못하는 누군가도 누군가의 자랑스러운 자식이거나, 소중한 사람인 것이다.
눈물이 많은 편은 아닌데, 이 짧은 만화를 보고 너무 많이 울었다. 내가 이 만화를 본 순간 떠오른 것은, 곰젤리(하리보)이다. 우리 엄마가 내가 좋아하는 곰젤리 한 봉지를 기억하고는 항상 나에게 보내는 소포에 어떻게든 같이 보내주기 때문이다. 엄마는 하리보는 잘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건 하리보뿐인데 잘 모르니 비슷하게 생긴 곰젤리라면 무조건 보내준다. 그래서 나는 편의점에 파는 다양한 젤리를 받아본 셈이다.
그 젤리를 받을 때마다 너무나도 낯설었다. 실감도 되지 않았다. 아시다시피, 나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후유증으로 나왔지만 취직이 너무 힘든 시기인 지금, 훨씬 더 삶이 고독하고 퀄리티가 떨어지고 있다. 말이 조금 어수선한데, 나는 곰젤리를 받을 때마다 내가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걱정되는 사람임이 다가와서, 너무 이상했다. 감동을 받지 못했다. 회사에서 리더 두 명에게 내 취급은 음식물 쓰레기였다. 내가 사람인게, 심지어 누군가에게는 제발 잘 지내줬으면 하는 사람인게 낯설어서 나는 곰젤리를 받으면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치웠다.
남들 앞에서 나를 비웃으며 하루하루를 살았던 그들은, 10년 만에 들어온 신입인 나(즉 다른 사람들과 경력이 최소 8년이 차이나는 쌩신입)더러 팀장인 자기들만큼 못 한다고 죽일 듯이 괴롭혔다. 팀장인 40대 남성은 뒤에서 다른 팀에게 내 욕을 해댔고, 회의마다 내게 말하게 해 놓고는 다른 정보를 주거나 공개적으로 망신을 시켰다. 그렇게 나는 다른 팀원들에게도 동네북이 되었다. 쟤는 저래도 되는 애인가 보다, 했을 것이다.
상식선의 수준을 넘어섰고 인격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10년 차 차이가 나는 리더들의 괴롭힘을 내가 당할 순 없었다.
나는 호소하듯이 물어보았다. 저한테 왜 이러시냐고, 제게 이런 취급을 하시거나 그런 인격모독을 주시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그러자 팀장이 그랬다. 너는 못하니까. 너는 앞으로도 못할 거니까. 네가 잘할 것 같아? 나는 이 회사에서 네가 못하는 모습밖에 상상이 안되는데?
1년이었다. 1년간 나는 밟혀왔다. 지금 그 40대 남자팀장이 한대 치고, 나더라 "너 맞아본 적 있어?"라며 이죽여도 되는 쌩신입으로. 사람이 아니었다. 그냥 그들이 가두어놓고 숨만 쉬어도 죽일 듯이 칼로 찌르고 비웃어도 되는 사람이었다. 어차피 쟤 못 나가, 너 나가면 어떻게 월세 벌게? 라며 이 죽이던 그들.
그들 밑에 1년이다 보니 나는 종종 내가 사람임을 까먹었다. 곰젤리를 받는 누군가의 자식임을. 솔직히 말하면 나는 가정환경이 학대에 가까웠고 어머니 또한 그 가해자였다. 의도치 않더라도. 그러나 나는 어쩔 수 없이 어머니를 좋아하지 않아도 사랑한다. 그분의 일이 잘 되었으면 좋겠고 인생도 좋은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 그 사람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도 사람들 앞에서 굴욕을 넘어 살아온 모든 순간을 부정당한 치욕을 받으면 슬플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요소 중 가장 큰 건 나였다. 그 사람의 자식인 나.
그래서 나는 다시 사람이 되었다. 그런 괴롭힘을 받아도 되는 사람은 없고(심지어 이유 없는) 아직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한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건너 건너서라도 사랑해 보기로. 그래도, 그렇게 치욕스럽게 살지 않아도 되었다고, 삶을 그 쓰레기들 때문에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이다.
내일은 곰젤리를 사서 도서관에서 자소서를 써야겠다.
꼭 하리보가 아니어도 괜찮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이 글을 읽어주는 당신들도 내게 소중하다. 당신들도 늘 잘 되기를 내가 진심으로 희망한다. 그러니 혹 안 좋은 대접을 받고 있다면 그에 분노하시고 상처받으시길. 그건 당연한 일이 아니다.
+플러스
이 만화덕에 저렇게까지 생각이 펼쳐진 것이지, 저 만화에서 막 주인공이 나쁘다거나...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정말이에요. 혹시 그리신 분의 의도가 잘 못 전달될까 봐 걱정되어서 남깁니다.
+두 번째 플러스
저는 꼭 전 직장의 리더 두 명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자세하게 씁니다. 어떻게든 복수할 건데, 그들에 대한 복수보다는 제 인생이 더 몇백 배 아니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중요하고 소중하기에 일단 여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