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살면서 멀미 안 나는 3월을 맞이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빌어먹을. 3월은 반배정, 개학, 개강, 상반기 취준 시작 그 모든 것이었으며 3월에 어디에 속해있냐 없냐에 따라 나의 우울감의 정도는 난리를 쳤기 때문이다. 심지어 안 좋은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해 퇴사 후 취직 준비를 하는 20대 후반은 개빡치기 시작하는 3월이 되겠다.
늘 3월마다 글을 썼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위해서 약간의 응원과 위로 겸. 하지만 오늘은 내 이야기를 그냥 해보려고 한다. 위로보다는, 이런 사람도 있다는 존재만으로 누군가가 안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남들과 약간 핀트가 다르다는 사실이 3월을 늘 괴롭게 만들었다. 대학 입학 이후로부터 나는 그 새내기들처럼 예쁘게 꾸미고 엠티를 기대할 수 없었고(여러 명 모여서 술 마시는 거 극혐함), 전공 공부 따라가기가 힘들어서 항상 도서관에 있고 애매한 복학을 했다 보니 동기고 선배고 아는 사람을 만들 수 없었다. 그렇게 아무하고도 함께하지 않는 졸업을 보내고 코로나로 인해 내 전공의 취업 자리는 없어지다시피 했다. 겨우 들어간 인턴에서는 채용 취소를 당했다.
0발, 그때도 3월 직전이었다. 3월부터 정규직들이 입사 교육을 시작할 테니까 말이다. 내 쫓겨서 하늘을 바라보며 3월을 맞이했다.
N년후
다시 0발.
나는 여전히 이 자리에 있었다. 심지어 알바조차 구해지지 않아 부모님의 지원을 받지 않은지 N년만에 다시 월 몇십이라도 빌려달라고 부탁하면서 3월을 시작했다.
삶이 달라진다거나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딴 거 다 뻥 아냐? 나는 너무나도 아직 여기에서 소속 없이 있는데. 내 잘못이야? 어떻게든 들어갔던 회사들은 나를 보내려고 안달을 했고 그렇게 중고신입임에도 여러 개의 경력이 생겼고 그 경력들이 너무 철새 같다며 지적을 받고. 열심히 살아가려고 발버둥 치면 발버둥 칠수록 늪에 빠지는 기분이다. 모든 것은 마이너스일 뿐이고 나는 평생 여기서 나이만 먹다가 세상에서 사라지는 게 아닐까.
세상에서 사라진다.
내가 세상에서 받은 거지 같은 대접이 얼마나 많은데…
내가 그럼에도 살아오려고 쓴 돈과 시간이 얼만데…
없어지고 포기하기에는 아깝고 억울하고 개빡친다.
이게 3월을 다시 백수로 맞이한 곧 서른인 여자의 의식의 흐름이다.
뭐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다만 최근에 유튜브에서 본 여러 영상 중 마음에 드는 인사이트가 있어서 공유한다. 나는 성공한 여성들 특히 중년 여성들이 해 주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물론 그분들의 스펙은 꽃길이며(속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엄청난 하이스펙자들이라 나랑 비교는 안 되지만 단단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한 이야기가 있다. 큰 일들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 10년짜리 장기 프로젝트, 언제 결혼을 하고 언제쯤 어떤 학위를 따고 어떤 일을 하고… 그렇게 중요하고 어쩌면 인생의 요약본이 될 때 목차로 쓰이는 일들은 전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시기의 내가 이러고 있으면 안 되는데…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내 예상대로 되지 않을 일이었다.
그리고 계속 내가 이러고 있지 않을 거라고 믿어주는 수밖에 없다. 서울에 친구 하나 없던 내가 지금 약속을 줄여야 할 정도로 지인과 친구들이 많아졌던 것처럼. 설계 전공으로 연구직을 갈 줄 알았던 내가 마케팅 기획 직무 경력이 생긴 것처럼 말이다.
내일은 다행히 토요일이라 3월 시작이 제법 연기되었지만 그 연기된 기간만큼 계속 구역질을 하는 나를 위하여 오늘도 치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