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언제, 어디서...

by Ruddyd Als

서른 다섯의, 한 번 결혼을 한 경험이 있는 이혼녀인 문경은 동갑인 혁주 – 아내와 사별하고 그 사이에 낳은 딸과 홀어머니와 같이 사는 – 와 만나게 된다. 둘은 대학동창으로 오다가다 우연히 만나 3년여 동안 만나왔다. 3년이나 되는 시간 동안 그들은 진작에 합쳤어야 했지만 문경은 혁주가 너무 빨리 자기와 결혼을 한다는 것은 혁주의 옛 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문경은 자신이 참을성이 부족해서 이혼을 했다는 주변 사람들의 인식과 그녀 또한 같은 생각에 쌀쌀맞은 혁주의 말과 행동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혁주는 어머니에게 문경에 관한 사실을 말하지 못한다. 혁주는 한 번 결혼한 사실이 있는 문경을 어머니나 시내(혁주의 딸)에게 설득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혁주의 어머니는 다른 혼처를 – 결혼한 적이 없는 여자를 중심으로 – 열심히 알아보고 다닌다.


“... 이렇게 돼서 혁주는 어머니에게 문경이를 소개할 기회를 아깝게 놓치고 말았으니 누구 잘못이라기보다는 그 여자 복이 지지리도 없었다고 할 밖에 없었다...”


문경은 혁주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다. 문경이 이혼을 하게 된 계기가 전 남편사이에 아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떠들어대는 주변 사람들 때문에 문경은 계면쩍으면서도 가벼운 흥분에 사로잡히게 된다. 하지만 임신한 사실을 안 것은 불행하게도 문경이 혁주와 연락을 끊은 지 달포를 더 지난 때였다.


임신한 사실을 혁주에게 알리지만 혁주는 냉정하고 모멸 차게 거부한다. 냉혹하고 미움만 가득한 언어를 보여준 혁주에게 문경은 질리게 된다. 특히 문경을 견딜 수 없게 한 것은 인간적인 모욕보다는 직업에 대한 모욕이었다. 자신의 직업 – 중학교 가정교사 – 에 대해 자랑스러워하고 사랑했던 문경에게 ‘교사’라는 직업을 거들먹거리면서 문경을 매몰차게 던져버리는 혁주에게 문경은 크게 실망을 하게 된다.


혁주는 어머니(황여사)에게 문경의 임신 사실을 알리지만 어머니는 문경의 임신이 의도가 있는 불순한 임신이라고 말을 한다. 하지만 이미 둘 사이는 끝났기 때문에 별 일은 없을 거라면서 황여사는 태연한 태도를 보인다. 둘은 번갈아 가면서 돈봉투로 문경의 임신사실을 지우려고 하지만 문경은 거부를 한다. 문경은 자신이 받았던 돈봉투(촌지)를 입직하고 나서 초기에는 거부를 하고 나중에는 받은 촌지를 학급을 위해 사용하고 그 후에는 촌지를 받았어도 모든 아이들을 똑같이 대한다. 이로 인해 사립학교 내에서 문경은 촌지가 통하지 않는 교사로 학부모들에게 인식되었고 그녀에게 돈봉투를 주는 학부모는 안 생기게 되었다.


교사인 문경의 임신 사실은 학교 – 게다가 공립도 아닌 사립학교 – 내에 퍼지게 된다. 아이를 낳고 당당하게 살려고 했지만 그 시대 – 소설이 발간된 시점은 1989년이다. - 가 그러했듯이 교장에게 불려 가고 결국은 권고사직을 당하게 된다.


문경은 자신의 호적에다가 혼자 낳은 아이로 입적시킬 거라고 호언장담을 한다. 자신의 성을 물려줄 거고 그에 따라 자신의 아이가 불이익을 당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말을 한다. 하지만 옛 동료인 임 선생은 그런 문경의 자신만만한 태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일갈을 해준다.

“... 여자가 불이익을 당하는 게 반드시 명문화된 법조문에 의해서만은 아니잖아. 관습에 의해서지. 이 아이도 언제 어디서 관습이나 고정관념에 의해 불이익이나 수모를 당할지 모르는 일이야... ”


아이를 낳은 문경은 주혁에게 아이를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지만 주혁은 도를 넘는 협박성 편지를 문경에게 보낸다. 편지 – 쪽지라고 해야 옳을 듯 – 말미에 주혁의 이름에 선명한 빨간색 도장이 찍혀있는 것을 본 문경은 픽 하고 웃고 만다.


문경은 학교를 퇴직하고 나서 받은 퇴직금과 다소간에 저축한 돈으로 문혁 – 문경의 아이 –을 키운다. 하지만 2년이 지나 궁색하게 되고 홀로 사는 남자의 아이를 잠깐 돌본 것이 계기가 되어 아예 아파트에 <할미새 둥지>라는 어린이집 비슷한 것을 열게 된다. 전직 교사이고 신혼부부가 많이 사는 아파트의 특성에 잘 맞아떨어지면서 문경의 어린이집은 성황을 이루지만 이웃 주민의 오해로 인해 이내 문을 닫게 되고 반찬가게를 열게 된다.


혁주는 애숙과 결혼을 하게 된다. 혁주가 묘사한 그대로 섹시하고 재수가 있는 – 애숙은 결혼하기 전에 이미 두 개의 의류 매장을 가지고 있었고 결혼 후에도 직접 나서지도 않는데도 수완을 발휘하여 사업을 번창시킨다. - 애숙을 얻게 된 혁주와 황여사는 결혼생황에 대해서 만족을 한다. 그리고 황여사는 애숙이 빨리 아들을 낳기를 바라지만 내리 여자아이만 둘 낳게 된다. 게다가 병원에서 진찰을 받다가 알게 된 병으로 인해 애숙은 더 이상 애를 낳을 수 없는 처지가 되고 이는 황여사의 마음을 졸이게 만든다.


“... 몰라서 묻냐? 우리 집안은 대가 끊어지게 됐다. 이게 이만저만한 일이냐. 그까짓 계집애 둘 아니라 열이 있으면 뭘 하냐. 대를 못 잇는걸.”

“... 애숙의 용태에 대한 근심은 저리 가라, 오로지 애숙이가 떼어낸 자궁에만 연연하며 그 돌이킬 수 없는 사시을 비통 해 하고 있었다.”


그리고 황여사는 문경의 아이가 아들이라는 사실을 꺼낸다.

애숙은 문경의 아이가 남자아이라는 것을 알고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황여사는 문경에게 간다. 황여사가 문혁에게 대하는 상냥한 태도를 보고 문경은 놀라며 감동을 느낀다. 혁주도 문경을 찾아가고 문혁에게 물적 공세를 퍼붓게 된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다가가던 그 모자는 이제 대담하게 문혁이 자신의 집에 오게 하고 며칠 동안 같이 휴가를 보내게 된다. 이런 와중에 문경은 처음 자신이 가졌던 포부와 희망이 희미해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자신이 속한 사회가 어찌 됐든 부계사회인만큼 홀로 모계 혈통으로 기르는 것에 대해 외로움과 불안을 느끼게 되고 아버지의 호적에 입적시키는 것이 부계사회의 원칙인 만큼 이제 문혁도 원칙대로 키울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게 된다. 어미의 도리를 다한 것 같은 만족감과도 비슷한 게 솔직한 심정이었던 것이다.


혁주는 이제 문혁의 주민등록지를 자신의 집으로 옮길 것을 문경에게 요구한다. 표면상으로는 문혁의 교육을 위해 – 소위 말하는 강남 8 학군 – 그런다고 하지만 속셈은 뻔하였다. 이를 거부한 문경은 어느 날 법원의 조정절차를 밟게 된다. 혁주가 문경으로부터 양육권을 뺏기 위해 법원에 조정신청을 한 것이다.


조정 당일, 문경은 자신보다 물질적으로 윤택한 혁주의 집안에 대해 조정위원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에 대해 좌절을 한다. 조정위원 중에 유일한 여성인 산부인과 의사는 생모로부터 아이를 뺏어올 생각을 하지 말고 생모 밑에서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해 줄 수도 있지 않냐고 말하지만 혁주는 문경이 그걸 거부한다고 말한다. 결국 조정은 성립되지 않고 정식 심판에 회부된다.


산부인과 의사는 그동안의 일들을 문경에게 듣고서 – 문경이 받았던 그 편지를 포함하여 – 그러한 사실을 상세히 적어 재판정에 보낼 것을 권유한다. 하지만 잘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그동안 혁주에게 받았던 멸시와 천대로 인해 붓을 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문경은 자신이 받았던 혁주의 편지를 재판정에 제출을 하고 판사는 이러한 내용을 문경에게 보낸 사실이 있는지 묻는다.


혁주는 떨리는 목소리로 “사실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문경은 혁주가 고소를 취하하겠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책의 제목은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이다. 언제, 누가, 무엇을, 어디서, 왜, 어떻게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아마 대게의 독자들은 주인공인 문경이 꿈꿨던 그리고 꿈꾸고 있는 것을 생각할 것이다. 그 꿈이라는 것은 소설의 표면상 혼자서도 당당히 아이를 낳아 보란 듯이 잘 사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내 자신이 살고 있는 시간적 배경, 공간적 배경으로 인해 바뀌게 된다. 소설이 쓰인 80년대는 가부장적 체제가 공고히 뿌리를 내리고 있었고 그 주변부에 여성들이 있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문경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사실이다. 그리고 자신이 꿈꾸던 것은 시간, 배경에 의해서 좌우될 수밖에 없고 그런 만큼 꿈이 바뀌는 것 또한 문경이 당면한 사실이자 현실이고 역설적이기도 하지만 이상이기도 하다. 그러한 수순이 예정된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 같이 꿈을 꾸고 있다. 혁주는 두 가지를 모두 갖춘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여성을 만나 결혼을 하고 뒤에서 조종을 당하는 것도 모른 채 성공을 맛본다. 소설 속에는 이것이 혁주가 바라는 꿈이었는지 명시적으로 나와있지는 않지만 말이다. 또한 황여사는 그녀가 받았던 구시대적 봉건주의 사회에서의 억압과 압제를 그대로 타자의 여성에게 투영해서 자손을 낳아서 대를 이어야 한다는 꿈을 꾸고 있고 그것을 문경을 통해 실현시키고자 한다.


인간은 누구나 꿈을 꾼다. 하지만 순수하게 자율의지로 꿈을 꾸지는 않는다.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그것은 배경을 반드시 토대로 하고 내가 생각한 꿈을 타자에게 강요하기도 한다.


그래서 내가 꾸는 꿈은 내가 꾸는 꿈이 아닌 것이다. 특히 현대사회에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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