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서머싯 몸(William Somerset Maughm )
런던 증권거래소에서 근무하는 스트릭랜드는 부인을 버리고 파리로 도망을 간다. 어느 누구도 그 소문의 진실이 무엇인지 알려고는 하지 않고 스트릭랜드가 어느 여자와 바람이 났기 때문에 부인과 집, 자녀를 버리고 도망갔다는 말만 떠돌 뿐이었다.
세간의 소문과는 너무나도 다른 그의 궁핍한 생활과 스트릭랜드가 ‘여자’가 아닌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부인 곁을 떠났다는 것이 밝혀진다. 작중의 ‘나’는 부인이 이제 어떻게 살아갈지, 자녀들의 삶을 들먹이면서 그를 설득하지만 조소와 비웃음으로 일관하고 양심에 호소해도 별로 소용이 없게 된다. 또한 자신의 나이를 생각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지 전혀 안중에도 없는 그의 모습에 놀라게 된다.
그 후 ‘나’는 더크 스트로브라는 사내를 통해 스트릭랜드를 다시 볼 수 있게 된다. 스트로브도 그림을 그리는데 다른 화가의 작품에는 그 누구보다 통찰력과 안목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그림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게 그리는 인간이다. 자신을 항상 골려먹는 사람들로 인해서 괴로워하지만 스트릭랜드 또한 스트로브를 약 올리고 골려 먹는다. 스트로브는 스트릭랜드의 작품을 높게 평가하고 대단한 화가로 평가하지만 그의 아내 블란치는 스트릭랜드가 자신의 남편을 막대하는 모습을 보고 그를 예의 없고 무례한 인간이라면서 혐오감을 나타낸다.
스트로브는 스트릭랜드가 병에 걸린 채 집에만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평소 그에 대해 관심이 많고 동정심이 많았던 스트로브는 아내인 블란치에게 스트릭랜드를 자기 집에 데리고 와서 병간호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지만 블란치는 완강하게 거절한다. 하지만 스트로브의 끈질긴 간청에 수락을 하게 되고 스트릭랜드는 스트로브의 집에 기거하게 된다. 이것이 비극의 씨앗이 된다. 블란치는 스트릭랜드와 바람이 나고 스트로브는 자신의 집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쫓겨나게 된다. 스트로브는 블란치의 마음을 돌려놓기 위해서 애쓰지만 비웃음만 사게 된다. 한때 블란치에게 관심이 있었던 스트릭랜드는 하지만 자신의 작품활동에 블란치가 방해가 되자 싫증을 내게 되고 이를 참지 못한 블란치는 음독자살을 하게 된다. 스트릭랜드는 작중의 ‘나’와 언쟁을 하지만 스트릭랜드에게 중요한 건 예술이고 사랑 따위는 자신의 작품활동에 방해가 되는 하찮은 것이며 양심 – 블란치가 자신 때문에 죽어다는 것에서 느끼는 가책 -이라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말에 나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그 후 스트릭랜드는 항구 근처를 떠도는 생활을 한다. 같은 처지인 니콜스 선장과 같이 궁핍한 생활을 하다가 타히티로 갈 수 있는 배편에 타게 된다. 그곳으로 가서도 생활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여전히 궁핍한 생활을 하지만 예술을 향한 그의 의지와 집념은 예술 그 이외의 것들을 하찮은 것으로 만든다. 그곳의 원주민인 이타를 만나게 되고 숲 속 깊은 곳에서 자녀를 낳고 살게 된다. 하지만 나병을 얻게 되고 그 병이 이타에게 까지 옮겨져 이타는 눈이 멀게 되지만 이타는 일여 년 동안 스트릭랜드를 돌본다. 결국 스트릭랜드는 자신이 살던 움막 같은 곳에 마지막 최후의 작품을 벽에 그리게 되고 죽게 된다. 그의 작품과 그는 그가 생전에 바랬던 대로 불길 속에서 사그라들고 만다.
사실 이 책의 주요 주제는 한 인간의 '예술을 향한 집념과 이기심'이다. 하지만 '예술'을 떼어 놓고 보자면 이 책은 철저히 인간의 삶과 삶 속의 사랑, 인간에 대한 내면의 깊은 이해이다. 왜냐하면 책 군데군데에 인간의 마음속 깊은 생각을 작가는 캐내기 때문이다. 그 생각에 동의를 하든 안 하든 말이다.
예술과 사랑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그것은 예술의 원천일 뿐만 아니라 샘이고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을 한다. 하지만 스트릭랜드에게 사랑과 여자는 자신의 예술을 완성해 나가는데 방해가 될 뿐이다. 이따금씩 올라오는 육체적 충동은 예술의 훼방꾼이다. 실제 작가의 생각인지 아니면 스트릭랜드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달과 6펜스에서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부정적으로 묘사한다. 이를테면 사랑이라는 감정은 능동적인 감정이 아니라 수동적인 감정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안정된 만족감, 재산에 대한 자랑스러움, 가정을 통한 만족감 등을 통해서 나오는 허영심에 불과하다고 말이다. 굳이 '그'사람일 필요는 없다. '그'가 아니라더라도 그런 분위기, 느낌만 있다면 '사랑'이라는 감정은 충분히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누군가는 동의를 하고 누군가는 동의를 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사랑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너무 많이 자주 쓰고 듣고 언급을 한다. 하지만 너무나도 흔해빠진 사랑이라서 오히려 어떨 때 그 단어를 써야 하는지 모른다. 여기저기에다가 사랑이라는 말을 써 붙이지만 그것의 진짜 의미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물건에까지 사랑이라는 단어를 붙인다. 사랑이 넘쳐나지만 사랑이 부족한 세상인 것이다.
사랑뿐만이 아니라 인간의 삶에 있어서 전반적으로 작가인 maugham의 생각이 투영되어 있는 작품이다. 인간의 굴레에서 라는 작품을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작가는 인간의 삶에 흐르는 지극히 속물적이고 현실적인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다. 이 작품도 그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