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ert Darnton
Robert Darnton의 『고양이 대학살』은 6편의 논문을 엮은 책이다. 우선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단어를 알고 있어야 한다. 바로 망탈리테(mentalite)와 미시사이다.
망탈리테는 멘탈 mental과 비슷하다. 바로 멘탈의 원어가 바로 망탈리테이다. 멘탈이 일반적으로 정신을 의미한다면 망탈리테는 사회학과 또는 역사학적 의미로 해석이 되는데 사회 문화 현상의 기저에 위치한 무의식을 의미한다. 망탈리테적 역사관은 과거의 정신상태를 재현하는데 집단주의, 권위주의, 민족주의 등이 있다. 또한 집합 기억이나 무의식으로서 우리의 사고와 행동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나무가 우거진 숲을 볼 때, 우리는 숲을 먼저 볼까 아니면 나무를 먼저 볼까. 어떠한 현상을 바라볼 때 숲이 아닌 나무를 바라보는 역사를 미시사라고 한다. 우리는 학창 시절에 역사를 배울 때 나무가 아닌 숲을 바라보았다. 즉 거대한 역사적 물줄기 즉 역사적 사건을 배웠다. 정변이나 혁명, 전쟁, 인물의 거대한 업적 등을 배웠던 것이다. 이것에 이름을 붙이자면 거시사라고 할 수 있다. 그와 반면에 미시사는 역사적 사실의 개별적이면서 세세한 부분을 포착하는 역사적 관점을 말한다.
『고양이 대학살』은 바로 이 두 단어 망탈리테와 미시사를 바탕에 두고 있다. 6장에 걸쳐서 18세기 프랑스에서 벌어졌던 사건들에 대해서 언뜻 보면 하찮은 일일 수도 있는 일들에 대해서 인간들의 계급적 행동과 그 행동의 바탕에 깔려있는 의식과 무의식을 서술하고 있다.
1장에서는 프랑스에서 펼쳐졌던 민담(동화)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동화의 내용뿐만 아니라 그 내용의 근저에 깔려있는 사회적 실태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전에 그랬지만 프랑스에서도 민담은 글자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구전으로 이어졌다. 사람들마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달랐기 때문에 큰 줄기는 같아도 세부적인 묘사 및 내용은 차이가 있었다. 실제로 ‘빨강 모자 소녀’는 35개, ‘신데렐라’는 105개의 녹취된 판본이 존재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우리가 지금 아는 ‘빨강 모자 소녀’의 원본은 지금의 그것과 많이 다르다. 잔인하고 아동들이 접해서는 안 되는 여러 금기 사항들이 언급되어 있다. 또한 그 밖의 민담에서 나와 있는 영양실조, 아동학대, 가난, 계모 등과 같은 비극적 사실들이 왜 나타날 수밖에 없는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실제 18세기 프랑스에서는 빈곤이 극심하여 아이들이 돌이 되기 전에 죽는 경우가 허다했으며 아이를 내다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우리가 잘 아는 루소 또한 자신의 아이를 내다 버렸는데 이런 현상이 유행처럼 여겨지기도 했다고 한다. 현재 우리의 관점에서는 이해할 수 없지만)
2장에서는 생-세브랭 가에서 벌어진 고양이 대학살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1730년대 한 인쇄소에서 제롬과 레베이예가 수습공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들은 환경이 열악한 곳에서 일하고 있었으며 주인에게 학대와 무시를 당하고 있었다. 그 주인의 부인은 고양이(그레이스)를 매우 좋아했는데 고양이의 대접은 인쇄소의 일꾼들이 받는 대접보다 나았다.
부당한 대우에 화가 나있던 레베이예가 주인의 침실이 위치한 지붕 위에 올라가서 고양이 울음소리를 냈다. 주인 내외가 잠에 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례베이예의 괴롭힘이 계속되자 주인은 인쇄소의 일꾼들에게 고양이를 없애달라고 했고 당연히 그레이스는 예외였지만 노동자들은 고양이들을 잡아 잔인하게 죽였다. 시간이 지나 레베이예는 그때를 회상하며 무언극을 펼쳤고 이것은 인쇄소에서 하나의 오락거리가 되었다.
고양이는 예전부터 미지의 그리고 신성한 동물로 여겨졌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신비로운 동물로 여겨졌다. 근세 초 유럽에서는 동물을 학대하는 것이 하나의 오락거리로 간주되었는데 당시 프랑스에서 벌어졌던 고양이의 학대 장면을 저자는 비교적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차마 이 지면에서 언급할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한)
3장에서는 몽펠리에라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행진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이 행진은 중요한 행사였는데 그 도시의 저명한 인사들 즉 기득권층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행진을 하는 것이다. 그 기득권층 내에서도 언어, 의복, 놀이 등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저자는 주목하고 있다. 신분에 따른 차이와 구별, 계급에 따른 편 가르기를 통해 당시 사회에서 널리 퍼져있던 계급 간의 이동이 금지되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기득권층 내에서의 이동보다는 평민이 기득권층으로의 편입이 힘든 일이라는 점을 저자는 말하고 있다.
4장에서는 조세프 데므라라는 경찰이 그 시대의 문필가(지식인)를 뒷조사하는 것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서적 거래 수사관으로서 일했던 데므라는 보고서를 500여 개 작성하였는데 당시에는 인쇄물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시기이다. 따라서 문필가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던 상황이었으므로 데므라가 문필가를 조사했다는 사실이 놀랍지는 않다. 놀랍다면 문필가를 조사하는 데 있어서 현대의 관료주의적인 경향 즉 보고서와 서류철의 범주화를 보였던 것이다.
5장에는 디드로와 달랑베르가 저술한 『백과전서』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백과전서』는 학문의 분류체계를 다루고 있다. 5장은 딱히 기억에 남는 내용이 없었다.
6장에서는 우리가 잘 아는 루소가 저술한 한 연애소설 『신엘로이즈』과 지위가 높고 재산이 많았던 랑송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스위스 출판 업체인 뇌샤텔 인쇄협회(STN)와 편지를 주고받았던 랑송은 STN에서 책을 많이 구입하였다. 주로 아동, 교육, 종교, 역사, 논픽션, 문학을 읽었는데 랑송은 특히 책의 겉모습에 많은 신경을 썼다. 즉 책 표지의 재질, 종이의 재료, 인쇄 상태 등을 꼼꼼히 살펴본 뒤 자세를 바로 갖춰서 독서를 했다.
루소에 대한 랑송의 흠모는 그의 자녀들 중에 한 명을 에밀이라고 이름을 붙였다는 사실로 알 수 있으며 또한 루소가 죽었을 때 그가 얼마나 슬퍼했는지 그의 서신을 통해 알 수 있다. 또한 루소의 『신엘로이즈』가 얼마나 인기를 많이 얻었는지에 대해서 저자는 말하고 있다. 당대의 베스트셀러였던 『신엘로이즈』는 루소를 뭇 여성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으며 소설의 인물과 동일시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루소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삶의 의미를 더욱 깊이 살펴보도록 만들었다고 논문에서는 밝히고 있다. 독서법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던 당시의 프랑스에서 루소는 『신엘로이즈』를 통해 ‘적게 읽고 읽은 것에 대해 대단히 많이 명상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6편의 논문이 무슨 관련이 있을까. 옮긴이인 조한욱은 언뜻 보면 관련 없는 6편의 논문이 서로 관련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무슨 관련이 있는지 한 번만 읽은 지금으로서는 파악할 수가 없다. 다만 한 가지 알 수 있는 것은 당대 프랑스의 일반 시민들의 모습을 알 수 있다는 사실이다. 농민들의 민담, 인쇄공들에게서 전승되던 이야기, 도시의 안내서, 경찰의 보고서, 백과전서의 내용, 서적 주문서는 당대의 권력층의 이야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역사는 이름 있는 인간의 업적이나 역사적 사건들로만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그러한 일들은 한 인간의 힘만으로는 이뤄질 수도 없다. 이름 없는 시민들의 이야기가 모여 큰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역사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