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곰자 Mar 07. 2018

2018년 3월 7일의 기록


   염증도, 권태도, 슬픔도 극복하기 힘들어질 땐, 세계 밖으로 나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조망할 수 있었던 건, 극복할 힘이 생겨서라기보단 지긋지긋함에 말려들기 싫어서였다. 귀찮아서였다. 쿨함보단 멋이 없었고 무심하다기엔 약간씩 흔들렸다.

   무언가에 빠져들지 않기 위해, 귀찮음을 사용했다. 지나가면 그만, 다가와도 그만, 그만 그만 살다가 재밌는 것만 찾다가, 그런 행복만 찾다가 가자. 아니, 이런 생각도 하지 말고 그냥 살자. 살면 되지. 살아있으니까, 살면 된다. 라고.

   

   달고나를 만들려고 설탕을 녹였다. 너무 바짝 졸여 국자가 탔다. 설탕은 눌러붙었고 소다를 뜯기도 전에 그을음만 남았다. 국자를 버리기엔 뭐했고, 수세미로 닦아내기엔 귀찮았다. 누가 치우든 닦든 하겠지. 설거지통에 넣어두면 누군가는 처리해줄 거야. 내가 저지른 일이지만, 누군가 해줄거야. 난 귀찮고 난 무심하니까. 이기적이니까. 미안하다 하더라도.


   요즘은 자꾸만 수세미를 찾는다. 닦아내려 하고, 손톱으로 긁어내려고도 한다. 너무 졸아서 바닥에 뭐가 붙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떤 상처라면, 그을음이라면, 닦아내도 되겠다고 생각한다. 바닥에 붙은 게 별 게 아니었더라도 기대하지 않는다. 귀찮지 않다. 귀찮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환상이라 해도 세계 속으로 간다. 후회한다해도 후회할 것을 생각하며 웃는다. 죽기 직전, 떠올릴 장면들을 만들기 위해 산다. 대단하지 않지만 비웃음 당할 마음도 있다.


   어디다가든 뭐라도 말하고 싶다. 오늘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간단하게 기분이 좋아서라고.

작가의 이전글 인스턴트를 먹으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