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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자 Feb 24. 2018

인스턴트를 먹으며


 기름 범벅이 된 패티 가득, 하얀 이를 꽂으며 질겅질겅 씹었다. 느끼함과 거북함, 무언가가 썩는 느낌 따위를 약하게 느꼈다. 먹어서 사라질 것들은 상관하지 않는다. 어찌되든 상관없다. 먹을 수 없는 것들, 먹어도 사라지지 않는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올바른 것과 매혹적인 것의 차이를 생각했다. 좋은 것과 좋아하는 것의 미온한 다름을 생각했다.

 기름 묻은 손가락으로는 어느 것도 선택할 수 없었다. 알 수 없음의 상태가 계속됐다. 아무리 씹어도 온전했다.

 무얼 어떻게 써야할지를 모르는데, 무얼 어떻게 써달라고 아우성인 것들만 넘쳐났다. 투정들을 준비가 덜 된 내게 너무 많은 것을 바란다고 했다. 어쭙잖은 시선이 오히려 너희들을 다치게 할 수 있다고 했다.고백이었다. 내가 나를 조금 믿기까지 얼마나 많은 책임을 물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부족한 눈동자였고 그럼에도 불안한 걸음걸이였다. 누울 곳을 찾지만 결코 눕지 않는 자존심 따위가 번들거리는 인스턴트의 기름을 나무란다. 사이가 좋지 못했던 무언가를 떠올리며 조금 울었다. 그럼에도 부족한 눈동자. 그럼에도 불안한 걸음걸이.

 질겅질겅 씹으니 무언가가 썩었다. 기름이 새어 나오는 좁쌀 같은 이가 번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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