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곰자 Apr 02. 2018

모르는 것, 몰라야 하는 것


어릴 땐, 몰래 하는 것을 좋아했다. 들키면 안 되는 것들, 몰래 해야만 하는 것들은 전부 창피한 것들이었다. 내가 아닌 누군가가 알면 부끄러워질 것들은 철저히 나만을 위해 존재했고 그 안에서 만끽하는 휴식은 말할 수 없이 아늑했다.

부끄러운 짓을 하자. 어른들이 알면 얼굴 붉힐 것을, 친구가 알면 나를 피할 것을, 혼이 나야 할 정도는 아니지만 꺼려질 것들을 하자. 아무도 모르게 나만이 가진 부끄러움을 만들자. 치부도 좋았다. 내가 나를 숨기기 좋은 것들이었다. 난 부끄러운 모습이 있어, 난 창피한 짓을 해, 당신은 모르겠고 당신은 몰라야 하는 것을. 당신은 나를 나무란다. 어느 순간 들키게 되면 그동안 누려왔던 휴식은 와장창 깨진다. 가장 형편없는 원점으로 돌아간다.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을 뿐더러 심지어 나를 의심하는 상태가 된다. 부끄러움마저 잃고 숨을 곳은 없다. 나는 내게 회의적이고 바라보는 내가 보여지는 내게 책임을 묻는다.

부끄러움은 알려져선 안 돼. 누군가 알게되면 그건 더이상 비밀이 아닌 거야.

알려고 하지 않으면 모르게 된다. 당신은 당신의 부끄러움으로 회피한다. 나는 그것을 모른척 한다.

작가의 이전글 계속 살아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