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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자 Oct 23. 2016

열여덟 번째 잔 - 언제나 길 위에

서성이다가 한참을 묻다

막연하다, 허황됐다, 꿈만 크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많이 들었어요. 뭐가 그렇게 에너지 넘치는지, 돈버는 일이 녹록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고, 돈 모으는 일은 더 쉽지 않다는 것, 커져가는 나에 대한 기대와 편한 삶에 대한 욕심을 잠재우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도 잘 알고있는데도 난 나를 가만 놔두질 않네요. 난 뭐가 돼도 될 사람이지만 아직은 뭐가 됐는지 잘 모르겠어서요, 그냥 좀 멋있긴 하지만 굉장히 작아요. 꼬마처럼.


자기 확신이 있는 삶을 살고싶어요. 스토리가 있는 삶이요. 내가 먹는 것, 입는 것, 바르는 것, 하는 것 전부 다 귀하고 좋은 것들로 하고싶지만 내것이 아닌 것들로 휘두른 삶을 살고 싶진 않네요. 내가 만들고 내가 꿈꾸는 삶으로 좋은 것들을 취하고 싶어요.


소설을 읽다보면 마음이 아플 때가 많아요. 특히 신춘문예나 공모전에 당선된 작품들을 보면 내가 미처 관심갖지 못했던 세상에서 하루하루를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보여요. 감정적으론 굉장히 서글퍼요. 과연 저럴까? 어떤 심정일까? 를 연신 되뇌게 하는 인물들이 차고 넘치거든요.


삼시 세 끼를 다 먹고도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걸 먹으며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어떻게 하면 더 깨끗하고 좋은 옷을 입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동안 소설이 담은 그들의 하루는 옷을 입을수나 있을까, 밥을 먹을수나 있을까, 올 겨울은 어떻게 버틸까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차있더라고요. 물론 모든 소설이 그런 건 아니에요.


난 어떤 글을 써야할까요? 내가 드러나고 내가 돋보이고 내가 돈을 벌고 내가 당당해질 수 있는 글을 써야할까요? 사실 난 그러고 싶어요. 진심이에요. 그런데, 왜 자꾸 보게될까요? 소설 속 그들의 삶을, 그들이 마음을, 그들의 표정을 왜 자꾸 살피게 되는 걸까요.


난 정말 편하게 살고 싶은데, 난 정말 내가 만든 머릿속 세상에서처럼 따뜻하고 포근하게 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요. 치마를 입을까 바지를 입을까 하는 고민이 '올 겨울은 어떻게 버티지' 하는 누군가의 생각 앞에서 한없이 초라해질 수 있음을 알아가요.


언제나 정해지지 않은 길 위에 나는 있고 서성이다 한참을 물어요.


난 어느 길 위에 서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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