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곰자 Mar 31. 2017

열다섯 곡 - 시간이 달라서

사랑은 타이밍


스텐딩 에그 - 시간이 달라서



[그때 그거리에 네가 있어
지금 이 거리에 내가 있어
서로가 멀리서 말하고 있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그때는 네가 날 기다렸고
이제는 내가 널 기다리고
시간이 달라서 만날 수 없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사랑엔 타이밍이라는 것이 있다. 서로 마음이 끓어오르는 시간대가 비슷해야한다. 내가 마음의 온도를 높이기 시작했을 때 상대도 비슷한 온도로 반응을 해야 한다. 그렇게 서서히 서로의 마음을 데우다가 불꽃을 튀긴다.
 타이밍이라는 건 여러 가지 모양으로 온다. 연락이 될 수도 있고 선물이 될 수도 있고 시선이나 배려, 직접적인 표현이 될 수도 있다. 모양은 제각각이지만 모두 같은 출발점을 가지고 있다. 상대에 대한 관심과 호감이다. 자로 잰 듯 정확하게 흐르는 시간 속에도 우리의 마음은 오고간다. 내가 한 발 다가서면 상대가 한 발 걸어오고 내가 두 발 다가서면 상대도 두 발 걸어오며 보조를 맞추면 어느새 많은 거리를 걸어온 두 사람이 보인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마음은 시간만큼 정확하게 가진 않는다. 내 마음도 제멋대론데 상대 마음은 알 수조차 없다. 그래서 상대가 보여주는 만큼 조금씩 문을 열고, 상대가 하는 만큼 비슷하게 여지를 남긴다. 사랑을 시작하기에 앞서 겁을 먹는다. 여러 가지 근거 없는 생각에 사로  잡히기도 하고 열어뒀던 문 안에 나 혼자 남겨지는 허탈한 모습도 그려본다. 누구든지 사랑 앞에 백퍼센트 용감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용감했던 사람이 가장 특별하다. 마음이 가는 대로, 감정이 시키는 대로 사랑 앞에 뜨거웠고 상대가 불을 약하게 데웠어도 오히려 대신 뜨겁게 데워주던 사람이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마음을 아끼지 않았던 쪽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기도 쉽다. 뜨겁게 태웠던 불을 끌 일만 남기 때문이다. 물을 끼얹으면 된다. 정신을 차리고 돌아온 길을 편안하게 되돌아가면 된다. 아쉬운 것도, 미련도, 걸으며 새겼던 발자국 마다 깊이 묻고 오면 되니까.
 결국 남겨진 쪽은 그제야 용기가 생긴다. 상대가 사라질까봐 겁을 먹고 움츠렸던 마음을 정말 상대가 떠나가고 나서야 열어본다. 휑하게 구멍난 문이 시리지만 뜨거웠던 상대의 모습을 생각하며 혼자 남아 마음을 태운다. 사라진 사람, 어긋난 시간, 묻혀진 추억을 되새기며 후회한다.
 연인이든, 친구든, 부모와 자식이든 늘 아낌없이 당당했던 사람이 아프지 않다.
 사랑은 타이밍이다.

작가의 이전글 열네 곡 - 봄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