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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자 Mar 31. 2017

열네 곡 - 봄날

아이돌의 멜로디

 

방탄소년단 – 봄날

[어떤 어둠도 어떤 계절도
영원할 순 없으니까
벚꽃이 피나봐요
이 겨울도 끝이 나요]

처음 이 노래가 나왔을 땐 멜로디에 끌렸다. 요즘엔 지나간 세대의 노래를 즐겨 들어서 지금 세대 음악의 매력을 느끼기 쉽지 않았는데 우연히 길에서 <봄날>을 듣자마자 노래 검색기를 켜게 됐다. 제목만 보면 산뜻한 내용의 가사일거라는 편견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봄날>의 ‘봄날’은 이미 온 봄날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올지 안 올지 모르는 막연한 봄날을 의미했다. 내용은 슬펐다.
 겨울처럼 시린 너를 불어보는 것. 그만큼 너를 잊고 싶고 놓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그럼에도 ‘사실’ 널 보내지 못하는 나. 가끔은 좀 혼란스럽다. 꼭 연인이었던 사람이 아니라 하더라도 누군가를 바라고 좋아했던 상태에서 그러지 못하는 관계로 바뀔 땐 그만한 진통이 필요한 것이. 왜 아프지 않으면 누군가를 놓을 수 없는 걸까.
 우리의 소유욕 때문일까? 그 사람을 놓으면 왠지 갖고 있던 것을 잃는 것 같은 느낌이어서 그런 것일까? 왜 그 사람을 놓는 행위가 시린 겨울에 비유돼야 하는 것이고 그 사람에게서 벗어나는 것이 따뜻한 봄날에 비유돼야 하는 것일까. 그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것에 축복만 있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말이다.
 누군가를 놓아줌에 있어서도 그 사람과 나의 앞으로 갈 길을 사랑해주고 응원해주는 마음은 결코 가질 수 없는 것일까? 누군가를 좋아할 순 있어도 누군가를 가질 순 없다는 걸 알면, 놓아준다는 행위를 전보단 조금 더 떨어진 거리에서 그간 해왔던 응원을 그대로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가깝고 가깝지 않은 것에 의미부여를 할 필욘 없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누구든 상대와 완벽히 가까워질 수도 없고, 노력만 한다면 완벽히 멀어질 수도 없다. 슬퍼할 필요도 없단 뜻이다. 이 노래에서처럼, 몇 밤을 새우면 널 보게 될 수도 있고 몇 밤을 자면 봄날이 와있을 수도 있다.
 영원한 건 없으니 몇 밤, 그거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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