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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자 Apr 10. 2017

60번 째 잔 - 마음과 행동


 내가 생각하는 사람의 본능은 한없이 마음대로고 언제나 복잡하며 그래서 하나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평소 어른을 공경해야한다는 신념을 가슴에 새기고 입에 달고 사는 사람도 억지부리는 노인의 행태에 티나지 않을 분노를 한다. 그리고는 "나이만 많다고 어른은 아니잖아. 개념있는 어른만 어른이라고 봐 난."하는 말로 어른의 정의 범위를 '개념있는 사람'으로 명확하게 줄여버린다. 평소 추상적으로 부르짖던 어떤 가치관이 갑자기 조금 더 명확해지고 그 기준의 노선이 제 분노 본능에 맞게 조정된다. 사실 그 사람의 말이 틀렸다고 볼 순 없다. 자신을 하대하는 사람마저 어른이라고 공경할 순 없다.


 그럼에도 본능은 참 제멋대로다.


 난 할 말은 하고 사는 성격이야를 부르짖던 사람의 알 수 없는 미래 또한 제멋대로인 본능의 영역으로 설명될 수 있다. 할 말은 하고 살자던 똑쟁이도 가령 생계가 걸린 문제 앞에선 소심해진 본능 때문에 꿀먹은 사람이 된다. 상황에 따라, 내 감정 상태에 따라, 여러 변수에 따라 고정됐던 성격을 향한 믿음도 하릴없이 모습을 바꾼다.


 그렇게 보면 신념이나 신조는 닮아가고싶은 이상향의 것이지 결코 사람의 것이 될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신념을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은 물론 있지만 그렇다하더라도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마음 속 본능의 영역마저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누르고 사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기호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난 이런사람이야.'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은 사람은 과연 또 몇이나 될지. 심지어 시간이 지나면 기호마저 바뀌는 게 사람이기도 한데. 어떤 것으로라도 명확하게 자신을 정의내릴 수 있을까? 신념도 성격도 결코 온전한 내가 될 순 없다.


 그럼에도 신념이 없는 사람이든 있는 사람이든 마음 속으로는 종종 비슷한 생각을 하며 같은 구정물을 품고 있어도 행동이라도 신념을 지키고 살려고 노력하는 것에 대단한 의미를 둘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다. 그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니까.


 내 생각엔 마음 속 생각보다 쉬운 게 행동이고 행동보다 쉬운 게 말인 것 같다. 마음은 나 조차도 알 수 없기에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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