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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자 Oct 03. 2016

일곱 번째 잔 - 공짜, 엄마

유아인의 공짜, 엄마


 배우 유아인이 쓴 글을 읽어보았다. <공짜, 엄마>라는 글이었는데 참 글을 조리있게 잘 쓰더라. 연기도, 필력도 예술적인 능력은 한껏 갖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중 가장 인상깊었던 구절이 있었다.

 <내게 공짜를 주는 것은 엄마밖에 없다. 공짜가 공짜인 줄 모르고 살다가 엄마의 공짜 밥상이 10년의 세월을 가로질러 이제 와 감격스러워지자 모정이 부채가 되어 뒤통수를 때린다. 내가 아는 세상의 마지막 공짜도 이렇듯 철인지 나이인지 내게 찾아온 불편한 세월 앞에 매진되었다. 세상에 진입해 얼추 어깨를 펴고 선 이제부터는 하루하루 그녀의 은혜를 갚으며 살아야겠지. 그 손길이 아무리 완전무결한 사랑일지라도 그것은 상환 불가능한 자식의 빚이다.>


 공짜로 모든걸 주던 엄마의 마음이 나에겐 어느순간 상환불가능한 빚이 되어 돌아오는 순간, 엄마의 공짜 밥상이 불편해지는 순간 우리는 '철'이 든다. 아니, 철이 들어가는 거라고 하는 게 맞겠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철'이라기 보단 '눈치'가 는다.

 그런데 이상하게 엄마가, 아빠가 그대로 거기 있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엔 더이상 철이 들지 않는다. 여기엔 눈치조차 들지 않는다. 그들은 늙지 말고, 그들은 아프지도 말고 늘 내 곁에 남아서 계속 내 뒤에 서 주기를. 끊임없이 내가 달려 안길 품을 내어주기를. 역시나 철이 들지 않는 우리가 탓할 곳이 되어주기를. 이렇게나 염치없는 우리가 상환할 수 없는 아주 터무니없는 양의 빚이라도 조금은 갚을 수 있을 때 까진 그대로 변하지 말기를. 나의 한 시간은 촉각을 세우고 알아차리면서 그들의 주름진 10년은 무시하기 일쑤다.


 아기를 낳은 젊은 엄마가 그랬다. '수고했어 내 딸.' 이란 말에서 자신도 엄마가 됐음을 느꼈고, 자신은 엄마의 딸이었으며 엄마는 자신의 엄마였다고. 공짜, 엄마.... 우리 옆에 늘 공짜처럼, 당연하게 있어준 부모.

 난 한 번이라도 그들에게 공짜처럼 있어 본 딸이었던가.

 철도, 눈치도 들지 않아도 좋으니 끝까지 그들의 가는 시간은 무시하고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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