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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자 Jun 15. 2017

규격화, 틀, 안정

안정을 위해 우리가 버리고 사는 것


 나는 할 수 없는 것들이 참 많다. 하고 싶은 일을 시원하게 잡지도 못하고 하기 싫은 일을 보란듯이 때려치지도 못한다. 새로운 것들에 익숙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마저도 적응하지 못할 것 같으면 바로 그 자리를 뜬다. 그럼에도 떠날 수 없는 자리라면 마음에 성벽 몇 가지를 쌓아두고 그 자리를 의미 없이 지킨다.

 '그래야만 하는, 어떤 틀!'

 쉽게 이해될 수 있고 결론 지을 수 있는 규격의 기준이 존재해야 난 발 뻣고 잘 수 있었다. (정도와 맥락의 차이만 있지 대부분의 사람이 이와 같을 것이란 생각도 조금 한다.)

 그런데, 답답한 건 나였다. 내게 표면적인 관심만 있는 다른 사람들이야 그 자리만 어찌 저찌 때운다면 금세 날 잊는다. 어떤 괴리에서 갈등하는 건 나였고 그 괴리를 좁히지 못하는 내게 비아냥 거리는 것도 나였다. 그럼에도 난 틀을 깰 생각이 없다. 그렇다고 내면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다. 그저 난 갈피를 못 잡는 사람으로, 하나로 채색되지 않는 모호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도 또 하나의 방식이라고 위안한다. 그렇게 피하고 싶던 불완전함을 결과적으론 내가 뒤짚어씀으로써 난 안전하고 즐거워진다. 동시에  슬퍼진다. 슬픔을 나누기 위해 나와 비슷한 것들을 찾는다. 모호하고 막연한, 색이 보이지 않고 불분명한. 그저 분명한 것이라곤 기호에서나 드러나는 희뿌연 존재들. 그 건 문학이고, 영화이고, 쉽게 드러나지도, 어렵게 감추지도 않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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