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목살찜
마트에 가면 꼭 50% 할인 코너를 확인한다. 그날 저녁 메뉴는 거기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할인된 재료가 많을 때는 어떤 음식을 만들지 행복한 고민에 빠지지만, 가끔은 살 만한 게 하나도 없어 허탕을 치고 돌아오기도 한다. 그런 날에는 냉장고 속 재료를 활용해 저녁을 준비한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눈이 펑펑 내리는 날씨에도 남편이 저녁거리를 사러 마트에 갔다. 하지만 잠시 후, "살 게 없네?"라는 남편의 전화가 걸려왔다. 어쩔 수 없이 그냥 돌아오라고 했다.
냉동실을 뒤적이다 돼지 목살이 눈에 띄었다. 며칠 전 인터넷에서 맛있어 보이는 요리를 발견해 저장해 두었는데, 오늘이야말로 그 레시피를 꺼낼 타이밍이었다. 원래는 돼지갈비찜 레시피였지만, 돼지 목살로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레시피를 다시 살펴보니 처음에는 매콤한 찜인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붉은색은 케첩 때문이었다. 내 입맛에는 매운맛이 더 어울릴 것 같아 고춧가루를 듬뿍 넣었다. 그렇게 인터넷 레시피에 내 스타일을 더한 돼지찜이 완성되었다.
보글보글 끓는 냄비에서 감칠맛 나는 향이 퍼지자 남편이 주방으로 다가왔다. "뭐야, 맛있는 냄새나는데?" 하며 궁금한 눈으로 쳐다봤다.
"한번 먹어볼래?" 하며 젓가락을 건네주었다. 남편이 한입 맛보더니 눈이 커졌다.
"오, 이거 진짜 맛있다!"
휴, 다행이다. 남편이 맛있게 먹어주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빈손으로 돌아온 날이 오히려 더 풍성했다. 평소 같으면 허탕이 아쉬웠겠지만, 오늘은 냉동실 속 작은 재료가 우리 가족에게 따뜻한 한 끼를 선물했다.
재료 : 돼지 목살 600g, 다진 마늘 3큰술, 멸치액젓 5큰술, 진간장 5큰술, 케첩 3큰술, 당근 1개, 고춧가루 (취향껏), 설탕 4작은술, 식초 2작은술, 양파 1개, 대파 적당량, 식용유, 후추
※ 노르웨이에서 판매하는 목살은 뼈가 붙어 있으니 손질할 때 주의하세요!
만드는 법:
1. 재료 준비
돼지 목살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물에 두세 번 깨끗이 헹군다.
마늘을 다지고, 양파는 채 썬다.
당근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2. 고기 볶기
냄비에 기름을 두르고 강한 불에서 목살을 3~4분간 볶는다.
연기가 살짝 피어오르면 중불로 줄이고, 설탕을 넣어 고기 겉면을 코팅한다.
설탕이 녹으면 식초를 넣어 잡내를 제거한다.
멸치액젓과 진간장을 넣고 고기에 간이 배도록 볶는다.
3. 양념하기
당근, 양파, 대파, 다진 마늘, 케첩, 고춧가루를 넣고 센 불에서 볶아준다.
양파가 숨이 죽으면 물 2컵을 붓고 후추를 넉넉히 뿌린다.
4. 끓이기
뚜껑을 덮고 약불에서 40분간 푹 끓인다.
국물이 적당히 졸아들었는지 확인한 후, 필요하면 더 끓인다.
5. 완성!
매콤하고 감칠맛 나는 돼지찜이 완성되었다! 뜨끈한 밥 위에 얹어 먹거나, 쌈채소에 싸 먹으면 더욱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