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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의 부엌에서 설날 기분을 담아보다

양송이버섯고기전

by rufina


내일부터 설 연휴가 시작된다. 한국은 벌써 설맞이 준비로 들썩이고 있을 것이다. 거리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현수막이 나부끼고, 고향을 향하는 발걸음이 분주하게 이어지겠지. 시장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따뜻한 설음식 냄새가 온 동네에 퍼져 있을 테다.

하지만 이 먼 노르웨이의 창밖은 조용하다. 그 고요 속에서 가족에 대한 그리움만 깊어진다.


아마 엄마는 시장을 오가며 설음식을 준비하느라 바쁘실 테고, 동생은 집 안 구석구석을 깨끗이 정리하며 엄마를 도울 것이다. 올해는 어떤 전을 부칠까, 누가 불 앞에 앉아 뒤집고 있을까. 그런 소소한 상상이 머릿속을 스친다.


우리 집은 큰집이라 명절이면 친척들이 모두 모여 차례를 지낸다. 엄마는 며칠 전부터 가락시장과 동네 마트를 오가며 재료를 준비하시고, 설 전날이면 가족들이 함께 모여 전을 부친다. 나도 결혼 전에는 엄마, 작은어머니, 동생, 새언니, 사촌 언니와 불 앞에 둘러앉아 전을 부치곤 했다. 두부전과 야채꼬치전, 생선전 그리고 고기 동그랑땡과 육전까지, 매년 메뉴는 엄마의 기분에 따라 조금씩 달랐지만, 그 시간만큼은 언제나 따뜻한 웃음으로 가득했다.

전이 익는 소리, 도란도란 나누던 이야기, 갓 부친 전을 한 입 베어 물던 순간의 행복. 그 모든 기억이 지금도 마음 한구석에 선명하다.


그리움에 잠긴 하루, 남편이 할인 코너에서 사 온 양송이버섯과 다짐육을 꺼내 조용히 설 음식을 만들어 보았다.


간 고기에 잘게 다진 양파와 당근을 섞어 양송이버섯전 속을 만들고, 남은 재료로는 동그랑땡을 빚었다. 같은 재료로 만든 두 가지 전을 접시에 담아 식탁에 올리자, 낯선 이국의 부엌에도 설날의 작은 기쁨이 깃드는 듯했다.

“맛있다. 나 밥 좀 더 줄래?” 남편이 밥그릇을 내밀며 웃는다. 전을 연달아 집어 먹는 그의 모습에 괜히 뿌듯했다. 둘이 마주 앉아 전을 나누고 가족 이야기를 하다 보니, 마음을 채우고 있던 그리움도 조금은 덜어진 듯했다.


소박한 식탁 위에 피어난 작은 명절, 그 온기가 이국의 쓸쓸함을 살며시 감싸 주었다.



레시피


재료: 큰 양송이버섯 12개, 쇠고기 다짐육 400g, 돼지고기 다짐육 400g, 당근 (소) 2개, 양파 1/2개, 파프리카 1/2개, 소금, 후추, 진간장, 계란 (알맞은 양), 밀가루


만드는 법:


1. 양송이버섯 손질

양송이버섯의 꼭지를 따서 꼭지와 몸통 부분을 따로 준비한다.


2. 고기 반죽 준비

쇠고기와 돼지고기 다짐육을 섞는다.

후추, 소금, 진간장으로 양념을 한 뒤 고루 섞어준다.


3. 채소 다지기

파프리카, 당근, 양파, 양송이버섯 꼭지 부분을 곱게 다진다.

다진 채소를 양념한 고기 반죽에 넣고 잘 섞어준다.


4. 양송이버섯 준비

꼭지를 제거한 양송이버섯 몸통의 움푹 파인 부분에 밀가루를 약간(1작은술) 뿌려준다.

고기 반죽을 숟가락(1큰술)으로 떠서 밀가루를 뿌린 양송이버섯 위에 올린다.


5. 구우기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약한 불로 달궈준다.

고기를 얹은 양송이버섯에 계란물을 입힌 뒤, 팬에 올려준다.

고기가 완전히 익을 때까지 양쪽을 노릇노릇하게 구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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