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비어 파스타
어릴 적 저녁 무렵이면, 엄마는 늘 “오늘 저녁은 뭘 먹지?” 하고 고민하셨다.
그땐 왜 그렇게 진지하게 고민하시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내가 엄마가 되어보니, 그 짧은 질문 속에 가족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겨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루 종일 회사 일로 지쳤을 남편과 학교와 학원을 오간 아이들에게 따뜻한 한 끼로 위로를 전하고 싶었던 마음. 이제는 나도 엄마처럼, 하루의 피로를 덜어줄 저녁 밥상을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 오늘은 그런 고민조차 힘에 부치는 날이었다. 누군가를 위한 밥상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위한 밥상을 누군가 차려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그런 저녁.
토요일 아침, 남편은 동네 친구의 홈오피스 공사를 도우러 나갔다. 우리가 이 동네에 막 이사 왔을 무렵, 많은 걸 챙겨주고 도와준 고마운 친구였다.
그래서 “오늘은 나랑 아기 돌보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나는 꾹 참았다.
나 역시 마음 한편에서 친구에 대한 고마움을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결국 하루 종일 쌍둥이를 홀로 돌봐야 했다. 아이들이 특별히 보채지는 않았지만, 쉴 틈 없이 움직이다 보니 저녁 무렵엔 온몸이 천근만근처럼 무거워졌다. 온기 하나 없는 내 어깨에, 피로가 조용히 내려앉았다.
그때 남편이 문을 열고 들어와 물었다.
“오늘 저녁으로 뭘 먹을까?”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쉰 뒤 말했다.
“솔직히 너무 피곤해서 저녁 준비할 힘이 없어. 간단하게라도 뭐 좀 만들어줄 수 있어?”
남편은 조용히 냉장고 문을 열고 한참을 들여다보다, 남은 페스토 소스를 꺼내 들며 물었다.
“페스토 파스타 어때?”
나는 작게 미소를 지었지만, 마음 한구석엔 다른 맛에 대한 기대가 살짝 피어올랐다.
“흠... 그럼 반은 페스토 파스타, 나머지는 캐비어 파스타로 하면 어떨까?”
예전에 남편이 특별한 날 만들어준 캐비어 파스타가 떠올랐다. 짭짤하면서도 고급스러운 그 맛이 입안 가득 오래도록 남았던 기억. 언젠가 꼭 다시 먹고 싶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 요리였다.
“오호! 오케이!”
남편은 웃으며 곧장 주방으로 향했다. 두 가지 파스타를 동시에 만드는 일이 번거롭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능숙한 손길로 재료를 꺼내고, 조리대를 정리하고, 조용히 팬을 달구는 모습에 괜한 안도감이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따끈한 페스토 파스타와 캐비어 파스타가 식탁 위에 나란히 올랐다.
그 한 그릇들은 말없이 위로를 전하는 저녁이었다.
나는 캐비어 파스타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짭짤한 캐비어 풍미가 부드러운 면발과 어우러져 입안 가득 퍼졌다. 마치 작은 폭죽이 조용히, 그러나 찬란하게 입 안에서 터지는 듯했다. 그 순간, 하루의 피로가 천천히 입안에서 녹아내렸다.
한 입의 위로, 그걸로 충분했다.
튜브형 캐비어
노르웨이 마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튜브형 캐비어는, 청어 알을 가공해 만든 제품이다. 짭짤하고 고소한 맛이 특징이며, 부드러운 식감 덕분에 다양한 요리에 활용된다.
간편하게 짜서 사용할 수 있어 크래커, 샐러드, 샌드위치 등에 곁들이기 좋고, 치즈나 샴페인과 함께하면 간단한 핑거푸드나 브런치 메뉴로도 손색없다.
보관이 쉽고 유통기한도 긴 편이라, 냉장고에 하나쯤 두면 바쁜 날 빠르게 한 끼를 차려낼 수 있는 유용한 재료다.
재료: 파스타 100g, 캐비어 (튜브형 캐비어), 올리브 오일 1 큰술, 치즈, 소금 약간
만드는 법:
1. 파스타 삶기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파스타를 포장지에 적힌 시간대로 삶는다.
다 삶은 후 체에 밭쳐 물기를 제거한다.
2. 치즈 준비하기
치즈 슬라이서를 이용해 치즈를 얇게 썰어 준비한다.
3. 파스타와 재료 섞기
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삶은 파스타를 넣는다.
캐비어를 입맛에 맞게 짜 넣고, 준비한 치즈를 올려준다.
모든 재료가 잘 섞이도록 중불에서 가볍게 볶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