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제연어 샌드위치
여행을 떠올릴 때면 나는 항상 ‘음식’을 빼놓을 수 없다. 어디를 보고, 무엇을 느꼈는지, 누구와 함께했는지도 물론 소중하지만, 그 여행에서 먹었던 음식들은 내 기억 속에 특별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래서 나는 종종 음식을 통해 여행의 순간들을 다시 꺼내어 본다.
오늘, 슈퍼마켓 할인 코너에서 훈제 연어를 발견한 순간, 작년 늦가을에 다녀온 헤우게 순 여행이 불현듯 떠올랐다. 어린 아기 둘과 함께한 첫 가족 여행이었다. 베르겐에서 차로 세 시간쯤 떨어진, 바다 냄새가 느껴지는 소박한 도시 헤우게 순. 그곳으로 떠난 여행은 집에서 육아에 지쳐 있던 나를 위한 남편의 작은 선물이기도 했다.
갑작스럽게 결정된 여행이었기에 아침부터 정신이 없었다. 남편과 나만의 여행이 아닌, 아기들까지 함께하는 여정이었기에 준비할 것도 많았다. 기저귀, 여벌 옷, 젖병, 분유… 아기 용품만으로도 캐리어 하나가 가득 찼다. 그렇게 분주하게 짐을 챙기느라 점심을 따로 준비하지 못했다는 걸, 차에 타고서야 깨달았다. “어떡하지?” 걱정하는 나에게 남편은 조용히 차의 시동을 걸며 말했다. “뭐, 가다가 사 먹지. 얼른 출발하자.”
길을 나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배가 고파졌다. 가는 길에 괜찮은 식당을 찾아보았지만, 생각만큼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도시는 점점 작아지고, 가게도 드물어지자 결국 우리는 식당 찾기를 포기했다. 대신 숙소에 도착해서 직접 점심을 해 먹기로 했다. 다행히 주방이 잘 갖춰진 에어비앤비 숙소라, 직접 요리해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짐을 풀기 전, 숙소 근처 마트에 들렀다. “뭘 먹을까?” 고민하며 매장을 둘러보던 중, 남편이 훈제 연어를 발견했다. “이걸로 연어 샌드위치 어때?” 그렇게 오늘의 메뉴가 정해졌고, 남편은 배가 고팠는지 빠른 걸음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필요한 재료들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남편은 바로 주방으로 향했다. 나는 아기들 짐을 정리했고, 그는 거침없이 샌드위치를 만들기 시작했다. 1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점심 다 됐어!” 하는 소리가 들렸다.
식탁 위에는 카페에서 막 나온 듯한 샌드위치가 놓여 있었다. 눈으로 먼저 맛을 본 뒤, 조용히 식탁에 앉아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연어, 오이, 삶은 달걀, 마요네즈가 어우러진 맛이 정말 끝내줬다. 아삭한 오이와 고소한 마요네즈가 훈제 연어의 풍미를 더욱 살려줬다. 한 입 먹을 때마다 나는 남편을 향해 엄지를 들어 보이며 “굿!”을 외쳤다.
밖에서 이런 샌드위치 하나 사려면 만 원은 훌쩍 넘을 텐데, 우리는 그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넉넉하고 든든한 한 끼를 즐길 수 있었다.
그날의 연어 샌드위치는 지금도 내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훈제 연어를 볼 때마다 그날의 따뜻했던 오후, 아기들이 조용히 잠들어 있던 숙소의 평화로운 공기, 그리고 소소하지만 행복했던 식탁 위의 한 끼가 떠오른다.
음식은 그렇게, 소중한 순간들을 다시 꺼내 보여주는 작은 열쇠가 되어준다.
여행에서 돌아와도 그 맛과 기억은 여전히 내 곁에 머물러,
언제든 다시 그때로 나를 데려다준다.
재료: 샌드위치 빵 2개, 훈제연어 100g, 치즈, 계란 2개, 오이, 마요네즈
만드는 법:
1. 재료 준비
치즈 슬라이서(Ostehøvel)를 이용해 치즈를 얇게 썰어 먹을 만큼 준비한다.
오이도 치즈 슬라이서를 사용해 얇게 썰어 준비한다.
계란 2개는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스크램블 해서 준비한다.
2. 샌드위치 빵 준비
샌드위치 빵을 반으로 자른 후, 안쪽에 슬라이스 치즈를 올린다.
치즈가 녹을 때까지 오븐이나 전자레인지에 돌려준다. (빵이 딱딱해지지 않도록 주의)
3. 샌드위치 만들기
치즈 위에 계란 스크램블과 훈제연어를 올린다
오이 슬라이스를 올린다.
마지막으로 치즈가 녹은 빵의 뚜껑 부분 안쪽에 마요네즈를 바른다.
훈제연어 샌드위치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