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에서 혼자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산다는 것.

Cozy & Cat Nest Project EP. 09

by 채루에 Ruhe

고양이를 두 마리 키운다고 하면 대개 사진부터 보여달라고 한다. 바라던 바 이기에 잔뜩 아가들 사진을 넘겨가며 자랑한다. 빠른 버전으로 내 휴대폰 뒤에 최애사진 두 개씩 아예 박아버렸다. 그러고선 보통 한국에서 데려왔는지 독일에서 입양했는지를 묻는다. 우리는 모두 독일에서 만났다. 고양이 집사가 된 지도 벌써 7년이 되었다. 그렇지만 완전하게 혼자 키우기 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양이 싱글맘


두 고양이들과 혼자 산다는 것은, 모든 끼니와 놀아주기, 화장실 치우기 그리고 건강관리까지 모두 내 몫이란 소리다. 강아지들과 다르게 고양이들은 대개 집에서 나가면 스트레스를 받고 위험한 데다가 또 외로움도 잘 타서, 특히 내 고양이들은 집에 내가 붙어있을수록 좋아한다. 그러니 집에 사람이 있는 시간 역시 나 혼자 채워야 한다는 것. 직무가 바뀌어 출장을 자주 가진 않지만, 광고주가 원하면 급하게 출장이 잡힐 수도 있기에 그럼 어쩌지 하는 걱정이 생겼다. 그러고 나니 "아 나 약간 싱글맘과 유사한 상황이 되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하자마자 엄마에게 혼나긴 했지만. 당연히 아이와 비교할 수 없다지만 내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내 아이들이니 새로운 상황에서도 내가 다름없이 행복하게 해 줘야지 하는 그런 마음.

그런 마음의 크기와 관계없이 현실적인 부담들은 바로 들이닥쳤다.


시루 보리의 이모 삼촌들


이사를 하고 얼마 안 되어 뮌헨에 갈 일이 있었고, 곧이어 한국에 2주 정도 다녀올 일이 있었다. 이럴 때면 같이 살던 친구가 봐주곤 했는데 이제 혼자 사는 나이기에 누군가 아이들을 돌봐줘야 한다. 다행히 붙임성 좋고 애교도 많은 우리 시루보리는 내 친구들에게서도 인기가 많아, 다들 선뜻 시간만 맞으면 나 대신 고양이를 봐주겠다고 한다. 거기다 도보거리에 가까이 사는 친구들도 둘이나 되어, 종종 주말에 집을 비워야 할 때 도움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2주나 집을 비워야 하는 데에다가 새로 이사 온 집이라 아이들도 낯설어하는데 둘만 두고 가기가 뭐 했다. 고양이도 사람처럼 성격이 다 다른데, 우리 집 아이들은 나를 닮아 낯을 가리지도 않고 Needy 한 편이라 사람이 집에 있는 걸 너무 좋아한다. 일전에 일주일정도 우리 애들을 자기 집에서 봐주었던 언니네 커플이 마치 애들을 조카처럼 여겨주어, 이번에도 선뜻 맡아주겠다고 했다. 그리곤 내가 혼자임이 아님을 다시 한번 리마인드 해줬다.


내가 그리워 보이진 않는 보리. 덕분에 엄마도 맘이 편했어.


유독 올해 들어 여행이 많았던 내게, 도보 거리에 사는 비나와 다른 친구 하나가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비나도 토끼를 키우다 보니 서로 돌봐줄 수 있어 빚진다기보다는 품앗이를 하는 기분이었달까. 정말 막막함이 무색할 만큼 숨 쉴 구멍은 늘 놀랍게도 찾아든다.


혼자 두게 되는 날


집을 비우는 때는, 여행뿐만이 아니다. 보리의 백혈구가 꽤 오랫동안 정상수치보다 낮아 병원을 오랫동안 주기적으로 다니고 있는데, 보리를 데리고 나가면 혼자 집에 남겨진 시루가 무척 불안해한다. 마치 외동 고양이던 시절처럼, 돌아와 1층 현관을 열자마자 시루가 우는 소리가 들리면 마음이 찢어진다. 그리고 병원비는 내 잔고를 찢고 말이다. 둘이 살 때에는 친구가 집에서 시루와 있어줄 수 있어 혼자 두고 갈 일이 없었는데, 이제는 병원에 갈 때마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보리뿐만 아니라 혼자서 울고 있을 시루도 마음을 무겁게 하는 삶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나는 면허학원을 등록했다. 연에 한 번은 건강한 시루도 건강검진과 백신을 맞아야 해서 함께 병원을 가야 하는데, 차가 없이는 둘을 다 데리고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가며 데려갈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우버를 타면 되지만 언제까지나 그럴 수는 없다는 생각에 늘 주저하던 면허학원을 등록했다. (참고로 독일에서 면허 따기란 어렵기도 어렵지만 300만 원은 훌쩍 넘게 드는 일이다. 주저하던 이유가 있다.)



나의 두 고양이와의 삶은 이걸 쓰기 시작했던 때 생각했던 것보다 평온하게 지나가고 있다. 이 글의 어떤 문단을 써두었던 건 사실 작년 11월인데, 무언가 마음이 무거워져, 완성하여 올린 건 오늘에서야 되었다. 우리 아이들은 나랑 셋이 사는 삶이 평온하고 행복할까? 무언가 더 부족하지는 않을까? 언젠가 우리가 서로의 말을 들을 수 있는 날이 온다면 물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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