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을 찾고 싶었다.

OJT 12

by RUKUNDO

잠시 침묵이 흘렀다.

창밖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교실 안으로 새어 들어왔다.
파비앙과 존이 머쓱하게 웃더니 이제 집을 찾아보자고 했다.


“하나씩 해결하다 보면 다 괜찮아질 거야.”


불과 1분전까지만 해도 못한다던 영어를 갑자기 능숙하게 내뱉는다.

선택적 영어 구사라니….
나는 그 순간 반드시 키냐르완다어를 공부하고야 말리라 다짐했다.


나에게 어떤 집을 원하느냐고 물었다.
내 조건은 명확했다.


예산은 월 300달러.

뜨거운 물을 쓸 수 있으면 좋겠고,

단수를 대비해 물탱크가 있으면 했다.

무엇보다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집이어야 했다.


기세니는 작은 마을이라 조금만 걸어도 동네 한 바퀴를 도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그래도 가능하다면 학교와 가까운 시내 쪽으로 집을 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시장과 가깝거나 우체국과 가까우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생각하다 보니 필수사항에 욕심이 더해지는 것같아, 다시 처음의 요구로 돌아갔다.

“월 300달러, 물탱크, 전기 사용 가능.”


내 요구사항을 듣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친구들을 통해 몇군데 알아보고 내일부터 조금씩 돌아보자고 했다. 확신에 찬 그들의 표정에서 안심이 되었다.


한국에서도 집을 직접 구해본 적은 없었다.

내 인생 첫 독립이 아프리카, 그것도 그 중 작은나라 르완다. 다시 그 르완다 안에서도 작은 마을 기세니에서 라니…. 참 대책없이 떠나왔다는게 실감이 났다.


한국이었다면 부동산을 가거나, 부모님의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내가 의지할 곳은 파비앙과 존 뿐이다. 그들을 믿어보는 수 밖에 별다른 수가 없다.


선배 단원들도 기관 동료들의 도움으로 집을 구했다 했으니, 나도 곧 집을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하루라도 빨리 집에서 가져온 짐을 꺼내 정리하고 싶다. 집이 생기면 가구를 들이고, 책을 펼쳐놓고, 미뤄둔 공부와 과정 준비도 마음껏 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일정은 이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그냥 나를 빨리 보내고 싶었는지 집에 데려다주겠다며 재촉했다. 아직은 방학기간이라 수업이 없으니 내일 8시쯤 쥬디네 집으로 데리러 온다고, 집을 같이 알아보자고 한다.


그렇게 나는 다시 쥬디네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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