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JT 11
초록대문을 힘차게 열고 들어갔다.
깔끔한 하얀색 페인트가 칠해진 교실이 보였다.
교실 안은 창문밖에서 햇빛이 들어오고, 천정은 은은한 형광등 빛이 쏟아진다.
철제 책상에는 투박하지만 눈에 익은 컴퓨터가 자리별로 놓여있고,
생각보다 큰 교실 분위기에 압도되었다.
내가 생각한 상상속 초록대문 안의 모습이었다.
들어가면서 계속 되내였다.
상상속의 초록대문이면 좋겠다. 제발.
초록 대문 안의 세상은 마치 박물관 같았다.
페인트칠도 하지 않은 시멘트벽, 천장에 붙어 있는 빔프로젝터는 스크린조차 없이 덩그러니 매달려 있었다. 나무로 만든 책상은 세월을 얼마나 견뎌온 건지, 골동품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언젠가 고전 영화에서 보았던 책상과 의자가 눈앞에 겹쳐졌다.
벽을 더듬어 보아도 불을 켜는 스위치는 보이지 않았다. 천장에는 형광등조차 달려 있지 않았다.
컴퓨터실이라고 했는데, 컴퓨터는 30대도 채 되지 않았다. 한 반 인원이 몇 명이냐 물으니 60명쯤 된다고 했다. 60명인데 컴퓨터가 30대뿐이라니, 수업은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일까.
“그럼 수업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내 질문에 답은 하지않고, 파비앙은 우선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이제 내 집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아니, 이 상황에서 집 이야기를 하자고? 집도 중요하긴 하니까..그래도 그렇지 이사람이 그냥 넘어갈 상황인가 이게.
이놈의 나라는 상상과 맞는 것이 하나도 없다. 정말.. 상상 그이상의 곳이다.
그제야 현실이 조금 느껴지는 것 같다.
더구나 컴퓨터들은 10여 년 전에서나 보았던 커다란 모니터를 달고 있었다. 본체는 바닥에 놓여 있었지만, 모델조차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마음이 복잡해졌다. 컴퓨터를 켜 보았지만, 전혀 반응이 없었다.
정신이 몽롱하다.
내 집도 중요하긴 한데, 컴퓨터실부터 확인을 더 해야할 것 같았다. 고집부릴 상황은 아니긴 한데 물러서고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5분만 확인을 해보자고 고집을 부렸다. 문에서 가장 가까운 PC를 켰다. PC가 돌아가면 소리가 나야하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 옆에 PC를 눌러도 같은 반응이다. 교탁으로 가서 그 곳에 있는 PC를 눌렀다. 역시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이유를 묻자 간단한 답이 돌아왔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다. 발전기를 돌려서 전기를 사용해야 하는데, 기름이 떨어진지 오래란다. 그럼 기름을 넣어야 하는거 아니냐고 되물었더니, 쥬디한테 말을 잘 해달라고 한다. 어이가 조금 없었지만 별수없었다. 더 말을 이어가려 했지만, 갑자기 파비앙과 존이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는척을 했다.
할말은 넘치는데 정작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