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을 차리고 눈앞에 환타를 마셨다.
시원한 환타 한 잔을 마시고 나니, 머릿속까지 얼얼하게 식어 내려가는 듯했다. 이 맛에 출근을 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철없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파비앙과 존은 미지근한 맥주와 환타를 주문해 먹고 있었다.
업무 시간에 술을 마셔도 되느냐고 묻자,
오히려 환타나 맥주나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되묻는다.
사실 나는 출근하자마자 이렇게 학교 밖으로 나와도 괜찮은 건지 더 궁금했다.
“출근하고 퇴근 전에 이렇게 나와도 되는 건가요?”
내 질문을 듣더니 파비앙이 웃는다.
학생들도 집에 갔다 오기도 한다며, 괜찮다고 했다.
하긴, 나에겐 이곳이 첫 회사 생활이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모든 일과가 끝나야만 학교를 나설 수 있었고,
대학생 때는 정해진 수업 시간에만 맞춰 가면 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생활마저 까맣게 잊어버린 듯하다.
중고등학교에 선생님으로 배치되고 보니, 다시 학창 시절로 돌아가 버린 기분이다. 내가 경험한 학교는 그것이 전부였으니, 생각이 거기서 멈춘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질문을 하나 했더니 질문세례가 이어졌다.
“몇 살이야?”
“형제는 몇 명이야?”
“중국어 할 줄 알아?”
“너희 나라는 어디에 있는 거야?”
“너의 한국이름은 뭐야?”
이런저런 황당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외국에서는 사적인 질문을 잘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이곳은 달랐다. 답하다 보니 수다가 되었다. 한참 이야기를 이어가다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학교 교문을 지나 오른쪽으로 향했다.
조금 전 회의를 했던 교무실을 지나자 맞은편에는 학교 식당이 보였다. 그곳을 지나 조금 더 걸으니, 초록빛 작은 나무들이 몇 그루 서 있었다. 르완다 국기가 가운데 꽂힌 작은 정원을 지나자, 초록 대문과 파란 지붕을 가진 큰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컴퓨터실이라고 했다. 앞으로 내가 근무할 곳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설렜다.
설레는 나를 위해 존과 파비앙이 길을 내어 주었다.
초록색 대문 앞에 서자, 문 하나 여는 일에도 이렇게 설렐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나는 힘차게 문을 밀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혹시 당기는 문인가 싶어 다시 잡아당겼지만 이번에도 열리지 않았다. 문 앞에서 씨름하는 내 모습을 보고 웃는 두 사람의 소리가 들렸다. 순간, 날 민망하게 만드는 게 이 둘의 역할인가 싶었다. 곧 존이 다가와 몸을 문에 붙이고 체중을 실어 밀자,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그 틈으로 뿌연 연기가 흘러나왔다.
마치 무대 위 드라이아이스 같기도, 첩보 영화 속 연막탄 같기도 했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이제 비둘기가 나올 차례인가 하는 생각이 스쳤다.
문 안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을까.
나는 사라지는 걸까, 아니면 들어가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