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1

by RUKUNDO
점심 點心
1. 끼니로 낮에 먹는 음식.
2. 점심밥을 먹는 때. 또는 하루 중에 해가 가장 높이 떠 있는 즈음.
3. 기본의미 불교 선원에서, 배고플 때에 조금 먹는 음식을 이르는 말. 마음을 점검한다는 뜻이다.
4. 민속 무당이 삼신(三神)에게 간단한 음식을 차려놓고 갓난아이의 젖이나 명복(冥福)을 비는 일.


출근과 동시에 고민이 시작된다.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

사내 식당으로 갈까?

친한 동료들과 외식을 갈까?

아예 밥을 건너뛰고 취미생활이라도 해볼까?

고민은 많지만 시간은 짧고 선택지는 다양하지 않다.

그럼에도 매일 치열하게 고민한다.


결국에 먹어야 버틴다. 지금도, 오늘도, 내일도.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몸을 위하여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

성경에 쓰인 유명한 구절이다.

그러나 직장인의 점심 앞에서 이 말이 예외여야 한다..

점심시간은 직장인이 유일하게 숨을 쉬는 시간이다.

오전을 버틴 직장인들은 이 시간에 다시 오후를 살아갈 연료를 채운다.

단순히 한 끼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이 짧은 시간은 잠시 개인이 되고, 자아를 찾고, ‘사람’이 되는 시간이다.

일과시간 중 사람다움을 회복하는 유일한 순간이다.


단순한 밥 한 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잘 풀어보면 회사원에게 점심이 왜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아침은 워낙에 분주해 아무것도 생각을 할 수 없다.

회사원 중에 아침을 여유롭게 챙겨 먹는 사람은 10%도 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일찍 일어나도 바쁜 아침에 식사의 여유를 느낄 틈은 존재하지 않는다.

저녁은 야근, 회식이라는 변수들이 기다리고 있다.

물론 가지 않고 하지 않으면 되지만 그것이 내 맘대로 되는 것이던가?

그리고 저녁식사는 여유보다는 이미 진이 다 빠져 버린 상태로 마지못해 하는 일이 되어버린다.

보통은 저녁식사보다는 맥주 한잔을 곁들인 회포 푸는 시간이 되기도 하니 말이다.

그러니 직장인에게 점심은 유일하게 식사를 하는 시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점심시간에 밖에 나가는 직장인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다들 그렇게 밝을 수가 없다.

밝은 표정에 가벼운 발걸음. 어쩌면 퇴근보다 더 가벼울지 모른다.

물론 들어올 때는 그것에 비례하여 어둡고 무거운 발걸음이지만.


나는 때때로 점심에 혼자 나가 시간을 보낸다.

가볍게 점심을 먹고 몸과 마음의 여유를 채운다.

주로 가는 곳은 통창이 있는 카페다.


향긋한 커피 향.

고소하고 달달한 케이크 냄새.

타닥타닥 자판 치는 소리.

도란도란 대화하는 사람들의 대화소리


유리창 밖으로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구경하다 보면 금세 시간이 간다.

시간만큼은 나는 회사원도 직장인도 아닌 그냥 ‘루쿤도’ 그 자체가 된다.

점심시간이 끝나기 15분 전에 맞춰둔 알람이 울리면 다시 회사원 루쿤도로 돌아온다.

같은 공간이지만, 알람이 울리고 난 후의 공기는 조금 달라진다.

방금까지 가볍고 달콤했던 공기가 약간은 무겁고 탁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회사원으로 변한 나에겐 그 공기가 더 익숙하다.


꿈같았던 한 시간 남짓의 시간을 보내고, 그렇게 다시 오후의 시간을 보내러 다시 출근한다.


잠시 내가 되었다가 다시 회사원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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