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by RUKUNDO

늘 화가 났다.

불합리하고 불평등하고 부조리한 세상이, 회사가 미웠다.

언제까지 그럴거냐고, 이제 적응할때가 되지 않았냐고 말하는 주변이 싫었다.

잠잠하라 말하는 수많은 목소리에 지쳐버렸다.


‘센과 치히로’의 센처럼 이름을 잃어가는 기분이었다.

어느 순간 내 인생이 온통 회사로 도배되어있었고,

이름을 잃고 직함이 나를 대신 하고 있었다.

되찾고 싶었다. 내이름도, 나 자신도.


평범하게.

일반적으로.

관례대로. 관행적으로 살아가는 삶이 답답했다.

늘 참신하고 혁신적을 요구하지만

실상은 ‘보통’의 삶을 강요하는 모순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마지막이라는 마음이었다.

머릿속을 맴도는 수많은 생각과 감정들을 토해내고 싶었다.

회사원이 되고 나서 늘 부인해 왔다.

회사원이 어느새 나의 정체성이 되었다는 것을 알고있었지만,

인정하고싶지 않았다.

회사원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면

그저그런 어른이 되어버렸다는 것 같았다.


나의 새로운 정체성을 인정하고,

나를 잃지않는 방법으로 시도한 것이 회사원 루쿤도의 시작이었다.

하지못한 이야기도, 아직 하고싶은 이야기도 많다.

그러나 이 글들을 통해 조금은 나를 찾고 나와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이다.


아니다 틀리다 잘못됬다 라고 말하는 소리에서 벗어나

하고싶은 이야기를 토해낼 수 있어 기뻤다.

매일매일 갈등하고 고민하고 비틀거리지만

그래도 나는 출근하고 인내하고 넘어서며 퇴근한다.


고요한 전쟁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사무실에서 오늘도 살아남았다.

앞으로도 계속될 이 삶에서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까 기대가 된다.

회사에서는 보이지도 않을 작은 위치에 하찮은 조각이지만,

나는 회사원이 나를 꽤 마음에 들어하고 싶다.

그리고 조금 성장한 회사원으로 어른이 되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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