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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우 Aug 05. 2020

30만의 폐사, 피해인가 죽음인가

좌절하는 채식주의자의 희망 한 끼

엎친 데 덮친 격, 코로나에 이은 여름 장마 침수 피해까지. 집이 무너지고 사람이 휩쓸려간다. 실종, 사망 사건이 보도된다. 사람뿐만 아니라 가축들도 폐사된다. 폐사임에도 불구하고 죽음이 아닌 '피해'로 분류한다. 아래 두 개의 기사를 살펴보며 생명체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첫 번째, YTN의 보도자료의 일부다. (2020.08.04.)     

- 재산 피해도 늘고 있다. (중략) 침수나 토사 유출 등 주택 피해가 815건이고 축사·창고 522, 비닐하우스 146건 등으로 집계됐다.


두 번째, MBC의 보도자료의 일부다. (2020.08.05.)

- 이번 폭우로 가축 30만 마리가 폐사하는 등 농업 분야에서도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농업 분야의 피해. 우리 사회는 30만 마리의 폐사를 농업 피해로 분류한다. 돈 될 만한 자원을 잃은 피해로 본다. 30만 마리의 생명으로 봐달라고 하는 건 무리한 부탁일까. 두 번째 기사와 같이 마리 단위, 즉 개체로 인식한 정보를 실은 기사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첫 번째 기사와 같이 대부분 ‘축사 피해 O건’으로 분류한다. 30만의 생명이 숨을 거두었는데도 말이다. 침수로 인해 폐사되었다고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인간에 의해 도살된 것이다.


어쩌다 발생한 폭우에 의한 사고가 아니다. 가둬놓고 사육하는 공장식 축산의 구조가 낳은 도살이다. 공장식 축산을 당장 멈춰야 한다. 지옥은 상상 속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실재한다. 공장식 축산은 인간이 만든 비인간 동물을 가둔 지옥의 구조다. 고통과 죽음을 양산한다. 좋다, 백 번 양보해서 '재산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법의 개정이 시급히 필요하다. 단번에 공장식 축산을 금지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공장식 축산 전면 철폐를 지향하되 점진적으로 실행되어야 한다.


채식주의자들은 하루 한 생명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서 채식을 한다. 그런데 이런 기사들을 접할 때마다 분노한다. 회의감이 몰려온다. 좌절한다. 좌절의 채식이다. 매일 한 생명 살리는 식사를 하면서 동시에 단번에 30만이 도살되는 장면을 목격한다. (물론 폭우가 아니어도 매일매일 비인간 동물은 인간에게 먹히고 입혀지기 위해’ 도살되고 있다.) 상상 속 이야기가 아니다. 도살은 일상이다.

개인 차원에서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생명 살리기의 최선은 채식이다. ‘그래, 단 하나의 생명을 위해서라도...'라는 마음으로 하루에 한 끼, 그게 너무 어렵다면 3일에 한 끼만이라도 채식을 실천해보자. 희망의 채식 한 끼가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다.


* 메인사진 출처: 강원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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