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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우 Aug 13. 2020

우리가 몰랐던 돼지 이야기

텍스트로 보는 다큐멘터리 <DOMINION> #1 돼지

※ 본 글은 다큐멘터리 <DOMINION(지배자들)>의 자료를 참고했다. 다큐멘터리 <DOMINION>은 www.dominionmovement.com/watch 에서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한국어 자막이 제공된다.

 ※ <DOMINION>의 돼지 부분은 Rooney Mara가 내레이션을 담당했다.


식용, 오락, 실험으로 도살되는 돼지 개체 수는 다음과 같다. 호주 490만, 뉴질랜드 60만, 영국 1100만, 캐나다 2100만, 미국 1억 1800만, 중국 7억 1500만.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19년 대한민국 돼지 도축실적은 17,826,000두이다.
단위: 천 두 / 출처: 농림축산검역본부

그들이 사는 세상, 축사.     

축사에서 태어나 축사 혹은 도축장에서 생을 마감한다. 축사 안 돼지들은 교미할 수 없다. 인공수정을 통해 번식한다. 많은 양의 새끼를 낳기 위해서다. 결국 더 많은 ‘돈’을 위해서다. 인공수정 과정은 다음과 같다. 축사 일꾼들은 수음(자위)을 통해 정자를 채취한다. 채취한 정자는 ‘돼지 황새’라는 도관을 이용해 암퇘지에게 주입한다. 암퇘지는 보통 30~40마리의 새끼를 출산하게 된다. 그중 10~18%가 이유기에 이르지 못하고 사망한다. 일단 출산하면서 사망하는 사산돈이 많다. 그리고 출산 후 가장 작고 약한 새끼는 죽인다. 경제적 가치가 낮기 때문이다. 갓 태어난 새끼 돼지는 가볍다. 일꾼은 돼지를 들어 땅에 내려친다. 숨이 끊어진, 혹은 숨이 끊어져가고 있는 돼지들은 피를 흘린 채로 트럭에 던져진다.

그렇게 죽은 새끼 돼지들이 처리되면 운 좋게 살아남은 돼지들은 꼬리와 치아를 뽑는다. 과연 운이 좋다고 해야 할까. 꼬리와 치아를 뽑는 이유는 서로를 공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끼 돼지들은 어미 곁에서 3~5주 정도를 지내며 모유를 먹는다. 3~5주가 지나면 어미와 떨어뜨린다.

살아남은 돼지들은 5개월 후 도살된다. 숙명이다. 그 어떤 돼지도 탈출할 수 없다. 5개월 동안 돼지들은 대소변을 눈 곳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잔다. 어떤 돼지는 몸을 한 바퀴 돌릴 수 있을 정도의 공간에서 지내고, 어떤 돼지는 몸은 돌릴 수 없고 앞뒤로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공간에서 지낸다. 또 어떤 돼지들은 동족 돼지들의 피부를 맞닿은 채로 지낸다. 스트레스로 인해 반복행동을 하는 돼지도 있고 서로를 공격하기도 한다. 그러다 종종 도살되기도 전에 축사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다른 축사에서는 똥오줌에 묻혀 질식사한다. 돼지들은 그렇게 사육되고 있다.     


그들이 축사를 떠난다. 난생처음이다. 목적지는 도축장. 도축장에 가기 위해 트럭에 오른다. 트럭 위 공간은 축사에서 지낼 때와 비슷하거나 더 좁은 공간이다. 도축장으로 이동한 돼지들은 이제 곧 도살된다. 도축장 또한 그리 넓지 않다. 쇠붙이 펜스로 칸막이가 되어있지만 먼저 도살될 돼지와 그다음 도살될 돼지를 분류한다. 돼지들은 펜스 너머로 서로의 냄새를 맡는다. 마치 인사라도 하듯.


다큐멘터리에서는 호주를 예로 들었다. 호주에서 돼지를 도살하는 방법은 세 가지다.

첫 번째 방법은 감전봉으로 도살하는 것이다. 감전봉 도살 방법은 실패 확률이 높아 정부에서는 사용을 지양할 것을 유도하고 있지만 다른 방법들에 비해 경제적인 가치가 있기 때문에 많은 도축장에서 사용된다. 감전봉은 집게처럼 생겼다. 도축장 일꾼은 감전봉을 들고서 돼지의 목덜미나 귀 쪽에 가까운 옆구리를 집는다. 피부가 타들어가면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그리고 돼지는 비명을 지른다. 누가 이 소리를 좋아하겠는가. 끔찍하다. 다른 칸막이의 돼지는 동료 돼지의 도살 과정을 목격한다. 본능적으로 도살장으로 들어가는 걸 거부한다. 하지만 일꾼은 엉덩이 쪽에 감전봉을 돼지 엉덩이에 댄다. 돼지는 소리를 지르며 도살장으로 들어가게 된다.

두 번째 방법은 침투식 가축총과 비침투식 가축총 도살법이다. 총으로 도살한다. 총을 두개골 위에서 조준하여 발사한다. 총을 사용하기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조준을 잘해야 하고 사람이 총을 쏴야 하기 때문에 총을 발사하는 일꾼에 따라 성패가 달렸다. 총에 맞은 돼지는 감전봉에 감전된 돼지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인다. 총을 맞은 돼지는 시각적으로 봤을 땐 감전봉으로 도살되는 돼지보다 더 고통스러워 보인다. 1평 남짓한 공간에서 이리저리 탱탱볼처럼 튀어 오른다. 좌우로 몸을 흔들고 발버둥을 친다. 발작이 잦아들면 일꾼은 칼을 돼지의 목에 쑤셔 넣는다. 돼지는 피를 흘리며 숨을 거둔다.

세 번째 방법은 이산화탄소 질식법이다. 가장 인도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이 도살법을 권유한다. 돼지 2마리 혹은 1마리를 운반 칸에 넣는다. 이산화탄소 비율이 높은 실로 이동된다. 저농도 이산화탄소가 돼지들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줄이지만, 효율적이지 않기 때문에 고농도 이산화탄소 질식법을 사용한다. 돼지는 고통스럽게 죽어간다. 눈, 콧구멍, 인후와 허파가 타들어가며 죽는다. 몸집이 큰 돼지의 경우 의식을 잃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감전봉으로 남아있던 숨을 마저 끊는다.      

이렇게 의식을 잃은 돼지들은 거꾸로 매달려 한 곳에 모인다. 다른 일꾼은 그곳에서 칼을 목에 쑤셔 넣는다. 붉은 피가 흩뿌려진다. 거꾸로 매달려있기 때문에 온 몸의 피가 바닥에 떨어진다. 피가 다 빠진 돼지들은 뜨거운 물에 담는다. 가죽은 연해지고 털은 제거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이 때도 의식이 있는 돼지들이 있지만 결국 익사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탈모기에 이동되어 털이 제거된다. 탈모기 안에 돼지는 몇 바퀴 회전을 한다. 날카로운 날에 털은 제거된다. 이렇게 돼지들은 돼지고기가 된다.     

도축 과정에서 부산물들이 있다. 돼지고기로 사용되지 못하는 것들인데, 가죽, 뼈, 발굽, 내장, 지방 등이다. 이 것들은 라드가 되는데 식품이나 비누, 윤활제 등에 활용된다.


대한민국의 돈 生

대한민국의 돼지라고 다를까? 마찬가지다. 다음은 동물보호법 제10조, 동물의 도살 방법에 관한 내용이다.

① 모든 동물은 혐오감을 주거나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되어서는 아니 되며, 도살 과정에 불필요한 고통이나 공포, 스트레스를 주어서는 아니 된다.  <신설 2013. 8. 13.>
② 「축산물위생관리법」 또는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동물을 죽이는 경우에는 가스법ㆍ전살법(電殺法)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방법을 이용하여 고통을 최소화하여야 하며, 반드시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다음 도살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매몰을 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개정 2013. 3. 23., 2013. 8. 13.>
③ 제1항 및 제2항의 경우 외에도 동물을 불가피하게 죽여야 하는 경우에는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에 따라야 한다.  <개정 2013. 8. 13.>

ⓒ 국가법령센터  

읽어보면 알겠지만 동물보호법이 겉치레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 된다. 가스법, 전살법(감전봉)이 혐오감을 주거나 잔인한 도살 방법이다. ‘고통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개정안도 실효성은 없다. 반드시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다음 도살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데 이를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물론 이런 법안이 없는 것보단 낫다. 하지만 있다고 해서 실효성이 있진 않다. 좀 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법안들을 추가해야 한다.     


희망적인 건 우리 정부는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 표시를 실시하게 되었다. 이는 육식을 하는 이들에게 윤리적인 소비를 지향할 수 있도록 하는 좋은 제도다. 일반 축사에서 사육된 가축보다는 낫지만, 어차피 동물복지축산농장에서 사육된 가축들의 운명도 ‘도살’이다. 동물이 본래의 습성을 유지하며 정상적으로 살 수 있도록 관리하는 농장이 동물복지축산농장이다. 하지만 야생이 아닌 농장에서, 동물이 본래의 습성을 유지하며 정상적으로 살 수 있을까? 의문이 남는다.

동물보호법 제4장 29조 (동물복지축산농장)
- 인증 표시 대상 축산물의 범위를 식육・포장육・우유・식용란 외에 그 가공품으로 확대한다.
- 동물이 본래의 습성을 유지하며 정상적으로 살 수 있도록 관리하는 농장을 인증하는 제도로 우리나라에는 ‘12년에 도입되어 ’16년 기준 114개 농장이 인증했다.
- 다만, 인증표시를 하기 위해서는 도축장 운송시 동물보호법에 따른 구조 및 설비기준에 맞는 운송차량을 이용하고, 도살할 때에도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한 도살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 국가법령센터  
출처: www.dominionmovement.com/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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