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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우 Aug 20. 2020

요즘 불쑥 눈물이 쏟아진다.

펫로스 증후군과 애도

나는 시내버스 안에서 숨죽여 울었다. 맨 뒷자리 창가 자리였다. 창밖으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하얀 진돗개 한 마리가 내 시야 안으로 들어왔다. 입술은 파르르 떨리고 목이 메었다. 시내버스 안에서 청승맞게 울 수 없었다. 침을 꿀꺽 삼키며 터져 나올 듯한 눈물을 간신히 참았다. 창밖의 강아지는 당연히 똘이가 아니었다.


나는 광화문 횡단보도 앞에서 녹색신호를 기다리며 울었다. 아내와 브런치를 먹고서 나오는 길이었다. 얼마 전 길고양이 헬씨를 집으로 데리고 왔는데 우리의 일상의 변화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무더위도 잊고서 우리는 일상의 따뜻함과 평온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렇게 흐뭇하게 웃던 중 또 울컥 터져버렸다. 행복을 나누는 그때에도 슬픔은 비집고 들어왔다. 막으려고 애쓰지 않았다. 그날은 그냥 울었고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휴지를 꺼내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1일 1버무림 비건 식단을 유지한 지 2달 째다. 채소와 과일을 손질한다. 손질한 신선한 재료들을 접시에 가득 담는다. 요리라고 하기엔 민망한데 이 과정은 내게 일종의 기도다. 죽은 생명체들 그리고 고통받고 있는 생명체들을 기억하고 애도한다. 다짐한다. 그리고 어김없이 똘이가 떠오른다. 채소와 과일을 우걱우걱 씹으며 그렇게 또 훌쩍거린다. 편히 운다. 집이니까.


나는 이렇게 자주 혼자서 울고 때론 아내와 함께 운다.


올해 5월 똘이는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아내는 말했다. "똘이는 항상 옆에 함께 있을 거야." 맞다. 지금 이 땅을 딛고 서있지 않지만 함께한다고 믿는다.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기억과 함께 다시 살아난다고 믿는다. 생전에는 함께 숨 쉬고 뛰었다. 물리적으로 함께 하며 정서적인 교감을 나눴다. 똘이가 곁에 없는 지금, 내가 사는 시간과 나의 기억을 똘이가 공유한다고 믿는다. 똘이와의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은 똘이가 살아나는 순간이다. 안타까운 건 주로 슬픈 감정과 함께 똘이가 다시 살아난다는 점이다. 슬픈 기억, 똘이가 고통받았을 순간을 상상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어느 순간엔가 이런 생각이 들더라. ‘똘이와 함께 하는 순간이 항상 슬픈 순간이라면, 똘이 또한 슬퍼하고 있겠구나.’ 때문에 나는 다시 또 미안해진다.

그렇다고 슬픈 기억으로 똘이를 떠올리는 걸 막을 순 없다. 그래서 난 의식적으로 눈물을 한 번 흘릴 때마다 미소 한 번 지어보기로 했다. 아픈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똘이와의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리기로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리는 그 순간에도 눈물이 흐른다. 눈물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불쑥 흐르고 울컥 쏟아진다. 반면에 억지로라도 미소를 지어보는 건 좀처럼 쉽지가 않다.

아마도 당분간 혹은 오랫동안, 나는 이렇게 애도할 것 같다.


죽음이라는 건 결국 살아남은 사람들의 마음이야
- 강상중 <마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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