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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우 Mar 03. 2022

메가시티, 부동산 문제 해결할 열쇠인가

[대선 후보들에게 권하는 책] 마강래의 <부동산, 누구에게나 공평한 불행

어느덧 서울에 올라온 지 7년 차지만 '내 집 마련'에 대한 꿈은 버린 지 오래다. 내 집 마련은 불가능하더라도 서울에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나의 학업과 배우자의 직장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에 사는 이상 유목민 신세를 벗어날 수 없다. 2년마다 거처를 알아보고 계약하고 이삿짐을 싸고 푸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


공공분양 청약을 신청해보기도 했지만 번번이 당첨에 실패했다. 하늘 높이 치솟는 집값에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고 '내 집 마련'의 희망은 사라져 갔다. 서울은 물론이고 비수도권의 집값도 올랐다. 집 고민으로부터 해방된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부동산 문제는 모두의 문제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다른 문제는 차치하고 집값 문제만 놓고 바라본다면 문재인 정부의 실적은 참담하다. 이 때문일까. 20대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에 대선 후보들이 앞 다투어 주택 공약을 외치고 있다. 집 문제의 심각성을 모두가 아는 분위기다. 저마다 공급 방식과 대출 금리 규제 등에 관한 내용은 다르지만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 동의하는 듯하다.


부동산 문제가 화제가 될 때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은 부동산 문제에 대해 한 마디씩 던진다.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 '대출 금리를 높여야 한다', '투기꾼들을 단속해야 한다'와 같은 구호다. 마법 주문과 같은 한마디로 부동산 문제가 이렇게 쉽게 해결된다면 대한민국 집값은 진즉에 잡혔어야 하는 거 아닌가. 과연 무엇이 맞는 말일까? 대한민국 부동산 문제는 알쏭달쏭하기만 하다. '요지경'이라는 단어가 딱 들어맞는다.


부동산과 투자는 단짝이다. 서점 매대나 부동산 서가에 가보면 알 수 있다. 흑심으로 물든 서가에 반가운 책 한 권이 출간되었다. 책 <부동산, 누구에게나 공평한 불행>은 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마강래 교수의 저서다. 1부에서는 대한민국 집값 문제의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2부에서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특히 1부 2장 '무엇이 집값을 끌어올리는가'에서는 역대 정부들의 정책과 제도, 부동산 시장을 분석하여 집값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살펴본다. 대표적으로 집값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주택 공급량과 대출 금리다. 이 외에도 부동산 기대 심리와 대한민국 특유의 전세 제도와 세금 제도를 비롯한 주택 관련 제도 등이 집값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살펴본다.


저자는 여러 요인들 중 집값을 끌어올린 가장 주요한 요인을 '저금리 환경'과 '시중에 넘쳐나는 돈'으로 꼽았다. 다시 말해 '부동산과 주식 말고는 갈 곳 없는 돈' 때문에 집값이 상승했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금리를 올리고 돈을 회수한다면 집값이 안정될까?


집값 상승의 결정적인 요인은 '이것'이다


저자는 장기적으로 집값은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암울한 추측을 내놓는다. 우리나라 집값 상승의 결정적인 요인을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봤다. 다시 말해 '공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 인구 밀도와 집값에 관한 세 가지 시나리오 ⓒ 메디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어떻게 집값을 끌어올리는가? 책 <부동산, 누구에게나 불공평한 불행>은 밀도와 집값에 관한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시나리오 1은 가구 수가 골고루 분포되어 있고 시나리오 2는 5개의 지자체의 밀도가 높아진 상태다. 시나리오 3은 국토 전반의 쏠림 현상이 심화된 상태다.


시나리오 1의 평균 집값은 3억 원, 시나리오 2의 평균 집값은 4억 원을 조금 넘는다. 시나리오 3은 고밀도 지역 18억 원, 중간 밀도 지역은 6억 원, 저밀도지역은 1억 원 정도로 평균 집값은 8억 5000만 원 정도다. 즉 인구가 쏠리면 집값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쏠리는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 집값이 상승한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두 가지 주택 수요 분산 방법을 제시했다. 첫째, 대도시 생활에 지친 베이비부머의 지방 정착을 돕는다. 둘째, 비수도권에 서울시와 맞짱을 뜰 메가시티를 구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UN의 <The World’s Citiesin 2018>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가 1천만 명 이상인 도시를 '메가시티(megacity)'라 부른다. 저자는 메가시티 성공 열쇠는 '일자리'에 있다고 봤다.


우리 부부가 선뜻 지방으로 이주할 수 없는 주요한 이유는 '학업'과 '일자리' 때문이었다. 비수도권에도 다양하고 충분한 일자리가 안정적으로 제공된다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주하는 사람은 줄어들 것이고 우리 부부처럼 수도권에 발이 묶인 사람들도 지방 이주를 고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이는 말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일자리뿐만 아니라 교통, 교육, 문화 등의 인프라도 함께 형성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문제는 부동산 대책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주택, 토지 정책은 국토, 도시정책의 하위분야다. 국토, 도시의 공간 정책과 연계하지 않는 부동산 정책은 단기적 효과만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 p.261 


책 <부동산, 누구에게나 공평한 불행>을 읽으며 부동산 대책만으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전반적인 국토계획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또한 알쏭달쏭한 집값이 어떻게 오르는지 조목조목 따져보는 저자의 분석에 감탄했다.


메가시티가 집값 안정 효과를 가져다줄 것인가


지금 당장 수도권의 고밀화된 인구를 분산시킬 대안으로는 적합해 보인다. 다만 메가시티가 대한민국 집값 안정 효과를 가져다줄지에 관해서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비수도권에 새로운 메가시티가 지방 소도시 인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은 '제2의 서울'을 만들어내는 건 아닌지 염려가 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또 하나의 새로운 부동산 투기의 판을 여는 문일지도 모르겠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제도적 방지턱을 잘 마련해야 할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 지역별 인구는 이미 제로섬 게임과 같다. 메가시티가 뺏고 뺏기는 싸움의 링이 되지 않길 바란다. 작은 도시는 버리고 대도시 키우기가 되어서도 안 된다. 농산어촌을 비롯한 작은 소도시들을 어떻게 서로 연결해야 할지에 대한 해결 방안도 마련되어야만 한다.


대선 후보들에게 이 책 <부동산, 누구에게나 공평한 불행>을 추천한다. 책 한 권으로 부동산 문제에 관한 해결책이 나오진 않겠지만 대한민국 부동산 정책 역사를 찬찬히 들여다보며 지난 과오들을 번복하지 않았으면 한다. 무엇보다 부동산 문제가 부동산 정책으로만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국토, 도시 공간 정책을 두루 고려하는 혜안을 얻길 바란다.


(오마이뉴스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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