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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우 Mar 23. 2022

산불이 지나간 자리... 동물 홀로코스트가 드러나다

* 개농장에서 희생된 잔인한 사진이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150여 마리 규모의 울진 개농장


213시간, 울진 산불이 진화되는 데 걸린 시간이다. 역대 최장 시간이다. 막대한 재산 피해가 있었고 서울시의 약 1/3에 해당하는 삼림 면적이 불에 탔다. 다행히도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죽거나 다친 동물들의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다만 동물 현황은 재산상 피해를 추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파악된 것으로 보인다. 야생동물 피해는 가늠조차 할 수 없다.


언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산불 소식이 도배될 무렵, 동물권 단체 케어의 SNS를 통해 산불에 타 죽은 동물의 소식을 보게 되었다. 개농장의 뜬장 위에서 불을 피하지 못하고 새까맣게 탄 닭과 개의 사체였다. 이미 산불은 진화된 상태였지만 까맣게 탄 나무들은 산불이 얼마나 위력적이었는지 말해주었다. 만약 산불이 나지 않았더라면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었을까? 


나는 산불이 완전히 진화된 개농장에서 산불만큼 잔혹한 또 다른 재난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다. 개농장은 인간에 의해 설계된 재난 현장이다. 지난 17일 경북 울진에 150여 마리의 개가 있는 농장을 방문했다. 이 농장은 농장주가 개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하여 현재 동물권 단체 케어가 관리 중이다.


 불에 타 죽은 개 ©동물권 단체 케어


개들은 모두 뜬장에 갇혀 있었다. 뜬장은 동서남북 사면뿐만 아니라 바닥까지 철조망으로 엮어 배설물이 아래로 떨어지도록 만든 장이다. 간신히 몸을 누이고 밥그릇과 물그릇 정도만 놓일 수 있는 정도의 크기. 뜬장마다 크기는 조금씩 달랐지만 대략 1㎡(0.3평) 정도 되었다. 뜬장 아래는 털과 배설물이 엉켜 있었고 농장은 배설물 냄새가 진동했다. 


왜 개가 산불에 타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바로 답이 나왔다. 불에 타서 죽은 개가 있던 뜬장 아래는 똥이 하얗게 탔다. 불씨가 바람에 날려 박스가 쌓인 곳에 내려앉았고 뜬장 아래 쌓인 똥에 불이 붙었다. 결국 개는 꼼짝없이 불지옥에 갇혀버린 것이다.


동물들은 산불 현장에서도 어김없이 속수무책


현장 활동가는 뜬장 위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태로 타들어가면서 죽은 개도 있고 질식으로 인해 숨을 거둔 개도 있다고 전했다. 해당 농장에서 총 12마리가 숨을 거뒀고 화장으로 장례를 치렀다고 한다(2022년 3월 17일 기준). 


이곳이 지옥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약 1㎡ 지옥에서 생을 시작하고 마감한 것이다. 재난의 영향은 동물에게도 불평등하다. 특히 뜬장이나 축사에 갇힌 농장동물들에게 불평등하다. 지난 구례 홍수 때 지붕 위에 올라간 소나 마당에 묶인 채로 죽었던 개처럼 산불 현장에서도 어김없이 동물들은 속수무책이었다. 


뜬장의 크기는 대략 1㎡(0.3평) 정도 된다.

개농장의 개들은 대부분 도사견으로 알려진 대형견이었다. 성견은 아동의 크기에 육박할 정도로 커다란 몸집이다. 시각적으로 압도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한정된 공간에서 밀집 사육되다 보니 한 마리가 짖으면 연쇄 반응으로 여기저기서 짖는 소리로 귀가 따가웠다.


활동을 하면서 가장 슬펐던 건 문을 열어도 개가 뜬장에서 도망가거나 사람을 향해 공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사료나 물을 주기 위해 문을 열면 문과 가장 거리가 먼 가장자리에 눕거나 어쩔 줄 몰라하며 빙글빙글 돌았다. 처음에는 철망 사이로 간식을 넣어주다가 활동이 끝나갈 무렵에는 문을 열고서 간식을 넣어줄 정도로 안심(?)해도 되는 가슴 아픈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 곳이 지옥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약 0.3평 지옥에서 생을 시작하고 마감한 것이다. 재난의 영향은 동물에게도 불평등하다. 특히 뜬장이나 축사에 갇힌 농장동물들에게 불평등하다. 지난 구례 홍수 때 지붕 위에 올라간 소나 마당에 묶인 채로 죽었던 개처럼 산불 현장에서도 어김없이 동물들은 속수무책이었다. 


개농장의 개들은 대부분 도사견으로 알려진 대형견이었다. 성견은 아동의 크기에 육박할 정도로 커다란 몸집이다. 시각적으로 압도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한정된 공간에서 밀집 사육되다 보니 한 마리가 짖으면 연쇄 반응으로 여기저기서 짖는 소리로 귀가 따가웠다.


활동을 하면서 가장 슬펐던 건 문을 열어도 개가 뜬장에서 도망가거나 사람을 향해 공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사료나 물을 주기 위해 문을 열면 문과 가장 거리가 먼 가장자리에 눕거나 어쩔 줄 몰라하며 빙글빙글 돌았다. 처음에는 철망 사이로 간식을 넣어주다가 활동이 끝나갈 무렵에는 문을 열고서 간식을 넣어줄 정도로 안심(?)해도 되는 가슴 아픈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다.



각 뜬장마다 대부분 한 마리만 있었지만, 간혹 두 마리가 함께 있는 뜬장도 있었다. 새끼가 돈이 되기 때문에 암컷, 수컷을 함께 넣어 교배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이곳에서는 새로운 생명의 탄생조차 마냥 축하할 수만은 없는 노릇인데 현장 활동 기간 중 10마리의 새끼가 태어나기도 했다. 


개농장 문제는 뜬장이라고 불리는 사육 시설에만 있지 않다. 개농장 개는 사료가 아닌 '짬밥'을 먹는다. 농장주들이 사료값을 아끼기 위해 짬밥이라고 불리는 음식물 쓰레기를 개들에게 주기 때문이다. 


도서 <고기로 태어나서>와 다큐멘터리 <누렁이>에도 이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히 나온다. 농장주들은 학교를 비롯한 기관의 급식시설과 음식점에서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여 개에게 먹인다. 기관은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을 줄이고 개 농장주는 사료값을 아낄 수 있다. 방문한 농장에서도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는 통과 음식물 쓰레기를 섞는 거대한 통을 볼 수 있었다.


다행히도 지금은 활동가들이 매일 두 번씩 사료와 물을 급여하고 있다. 사료와 물은 전국 각지에서 시민들이 보내주고 있는 상황이다.


동물보호법은 허울뿐인 법이 되어버린 모양새


개농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더 충격적인 공간이 나온다. 바로 도살장이다. 개를 사육하는 동시에 한쪽에서는 버젓이 개를 도살하고 있었던 것이다. 도살장 문 바로 앞에는 올무 형태로 천장에 묶여 있는 밧줄을 볼 수 있었다. 정황상 개의 목을 졸라 질식시켜 죽인 것으로 짐작된다.


올무 형태로 천장에 묶여 있는 밧줄과 도살장 내부 테이블 아래에 놓여진 여러 종류의 칼들


내부에서도 도살의 흔적을 곳곳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테이블 아래에는 여러 종류의 칼이 있었고 테이블은 칼자국으로 추정되는 흔적도 볼 수 있었다.


개의 발은 필요가 없었는지, 도살장 근처 한쪽에 버려져 있었다. 개농장 뒤편과 뜬장 아래에선 두개골을 비롯한 뼈도 발견했다. 그야말로 학살의 현장이었다. 


뜬장 아래에 버려진 개의 발


현행 동물보호법 8조에 따르면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혹은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등과 같은 학대행위를 한 자에 대해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한 제14조에 따라 지자체장은 반드시 동물을 구조하여 학대 재발 방지를 위하여 학대행위자로부터 격리하고 보호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엄연히 법이 있지만 제대로 감시되지 않을뿐더러 위반 사항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도 않고 있다. 동물보호법은 허울뿐인 법이 되어버린 모양새다. 


울진의 개농장도 마찬가지다. 동물권 단체 케어의 현장 활동가는 "울진군에서는 산불 진화 초기에 방문한 이후 별다른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는 상태"라고 전했다.


농장의 개 150여 마리 중 50마리는 입양 예정이지만 나머지 100여 마리의 거처는 불투명하다. 지자체는 동물권 단체와 시민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방관하고 있는 상황이고, 선거 때 앞다투어 동물 공약을 내던 후보들은 현재 개농장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다.




다큐멘터리 <누렁이>에서 최영인 대한육견협회 전 대표는 보신탕 때문에 도살되는 개는 1년에 150만 마리 이상이라고 밝혔다. 환경부 가축분뇨 처리 통계에 따르면 개농장의 수는 전국 3만 5534개, 사육두수는 77만 7584두다. 이는 허가, 신고, 신고미만 등 대상에만 해당되기 때문에 불법으로 운영되거나 신고하지 않은 개농장을 포함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개의 목숨이 희생되고 있는 걸까. 개를 키우고 죽이고 팔아서 돈을 버는 인간. 돈을 주고 개를 먹는 인간. 인간의 욕심과 폭력성에 등꼴이 오싹해진다. 개식용과 개 도살은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개' 때문이어서가 아니다. 동물이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 기고 글입니다. 일부 추가된 내용과 사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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