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우 Sep 27. 2020

조끼에 들어있는 물건들에 대하여

<오! 삼광빌라> 우재희와 이빛채운 작업조끼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안전모와 안전화 그리고 작업조끼. 건설현장 노동자가 한눈에 구별되는 이유는 옷차림새다. 삼광빌라 우재희와 이빛채운은 각각 건축사사무소 대표와 인테리어 기사이다. 그들도 안전모와 안전화 그리고 작업조끼를 착용했다. 그들의 작업조끼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 KBS 드라마 <오! 삼광빌라>

1. 각종 필기도구.

각종 필기도구가 들어있다. 일반적으로 조끼의 왼쪽 혹은 오른쪽 가슴에는 펜을 꽂을 수 있는 칸이 마련되어있다. 도면에 표시하기 위한 색 볼펜과 형광펜들이 꽂혀 있다. 다른 직장인들이 흔히 사용하지 않는 필기도구도 있다. 바로 홀더다.

ⓒ 스테들러 홀더

사진에 보면 끝이 뾰족한 보통의 샤프처럼 보인다. 하지만 홀더 심의 두께가 다르다. 2mm 이상의 두께로 사용하다 보면 끝이 뭉뚝해진다. 일반 검은색 펜과 네임펜을 쓸 때의 필기감이 다르다. 일반 샤프와 홀더도 마찬가지로 필기감이 서로 다르다. 홀더 특유의 묵직함이 있다. 분필과 샤프 사이의 필기감이라고 보면 된다. 종이나 도면에 필기하기도 하지만 홀더는 콘크리트 면이나 기타 도배지나 합판, 석고보드에도 필기가 가능하다. 두께가 두껍다 보니 쉽게 부러지지도 않고 가시성이 좋다.


2. 수첩

어떤 직종에서 일을 하든 수첩은 기본 아이템이다. 당일 처리해야 할 업무들을 적는다. 체크해야 할 위치, 업체와의 미팅 시간, 업체와의 통화, 자재 발주 등을 메모했다. 수첩 잃어버리면 끝장이다. 현장관리인은 PC 앞이 아닌 현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휴대폰으로 메모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경험상 휴대폰 입력보다 메모장에 적는 게 훨씬 빠르고 효율적이다.


3. 도면과 줄자

도면과 줄자는 현장관리인에게 총과 총알 같은 존재다. 현장관리인의 업무를 가장 잘 드러내 주는 도구들이다. 도면은 보통 도면함에 넣어 다니는데 중요한 페이지나 그 날의 업무와 관련된 페이지는 따로 출력하여 주머니에 넣어 다녔다.

줄자는 측정의 기본이 된다. 줄자를 사용하는 모습만 봐도 현장 경력을 가늠할 수 있다. ‘길이 측정하는 도구인데 기술이 필요한가?’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천정고가 4m다. 천정고를 줄자로 측정하는 건 쉽지 않다. 감이 안 온다면 집에 있는 줄자를 꺼내어 벽면에 줄자를 대지 않고 천정고를 체크해보라. 무슨 말인지 금방 이해될 것이다. 무릎도 쓸 줄 알아야 하고 줄자의 탄력을 능숙히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줄자는 길이별로 다양한 상품이 있다. 나는 현장에서 5.5m를 사용했다. 2.5~3m는 짧아서 가정용으로 적합하고 7.5m는 길이가 긴 장점이 있지만 무겁다. 무게가 별로 차이 나지 않는 것 같아도 하루 종일 그걸 조끼에 넣어 다닌 채로 일을 하면 업무를 마무리할 즈음엔 어깨가 욱신욱신 쑤신다. 나는 청바지 뒷주머니에 꽂아서 갖고 다니기도 했는데 활동하다 보면 줄자가 바닥에 떨어지는 상황이 많이 발생되어 어쩔 수 없이 조끼에 넣어 다녔다. 레이저 줄자도 있다.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용하기 편하다. 하지만 현장에서 사용하기엔 결정적인 단점이 있다. 수평을 유지해야 정확한 측정치가 나오는데 수평을 유지하면서 측정을 하려면 수동 줄자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렸다. 현장에 투입되어 시공 감독업무를 할 때보다 현장 투입 전 실측 작업을 할 때 유용하게 사용했다.


4. 기타 물품들

그 외에도 볼트와 결속선, 드라이버, 수평계, 열쇠 등 필요에 따라 다양한 물건들을 끼에 넣어 다녔다. 각종 공구와 열쇠는 현장 사무실에 비치해두지만 상황상 소지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그런 물건이 있다.

현장관리인은 오전 7시 30분에 조끼를 입고 현장에 나선다. 4시 30분에 일을 마치고 현장 사무실로 복귀한다. 복귀할 때쯤 네이비 색깔의 작업조끼에는 곰팡이가 핀 듯 하얗게 무늬가 생긴다. 하루에도 몇 번 땀에 젖고 마르면서 생긴 염분 무늬다. 그 무늬가 불쾌하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인정받은 느낌이었다. 꽉 찬 조끼로 일궈낸 하루만큼의 성실을 인정받은 느낌이랄까. 조끼를 가득 채운 건 물건뿐만이 아니었다. 나의 성실함과 노력 그리고 열정 때론 후회도 담겨 있었다. 누구에게나 그런 물건이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테리어 현직자가 본 <오! 삼광빌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