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관리인이 막노동을 통해 배우는 것들
*개인 경험을 토대로 한 글입니다.*
막노동은 중요한 일이다. 건축 현장에서는 그저 짬이 적은, 연차가 낮은 순대로 막노동의 강도가 높다. 몸을 쓰는 고된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막노동을 몸 노동이라 부르고자 한다.) 분야를 막론하고 몸노동은 가장 정직한 방식의 경제활동이다. 이것만으로도 몸노동은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실제로 현장에서 몸노동은 필수적이면서 현장관리인 역량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 누구도 현장에서 몸노동이 중요한 이유, 몸노동에서 배울 것들을 설명해주지 않는다. 동기부여라도 해준다면 좀 더 힘이 날 텐데 말이다.
현장관리인에게 몸노동은 실력을 쌓는 과정.
장담컨대 현장에서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천재보다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본 사람이 인정받는다. 백각이 불여일행, 백번 듣는 것보다 한 번 경험하는 것이 낫다. 현장에서 온몸으로 구르며 깨달은 ‘몸노동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째, 현장관리인은 연장을 다루고 재료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몸노동이 필요하다. 사무직에서 현장직으로 처음 이직했을 때였다. 현장에는 50대 다기능공 반장님이 있었다. 나는 소장님이 아니라 다기능공 반장님 뒤를 졸졸 쫓아다녔다. 드릴과 글라인더 사용법, 폐기물 적재방법과 장소, 악천후 단도리(대비) 등 다양한 기술을 배웠다. 드릴과 글라인더는 작동법뿐만 아니라 날 교체 방법과 충전기 교체 방법을 배웠다. 태풍 때에는 비닐이 찢어지지 않으면서 건물 안으로 비가 들어차지 않도록 적정한 두께의 비닐을 사용해야 하는 것도 배웠다. 자동차가 굴러가려면 수 만개의 나사가 조립되어야 한다는데 건물도 마찬가지였다. 전문가들만 아는 미시의 세계가 있고 그 세계는 눈과 귀, 손과 발로 배우게 된다.
둘째, 자재를 나르는 일을 통해서 배우는 게 있다. ‘관리인’이지만 자재를 운반하는 일도 수시로 해야 한다. 단순 운반 업무로 보일지 모르지만 시공기술을 익히는 과정의 일부이다. 막노동이라 부르지만 관찰해보면 막 일하는 게 아니다. 지게차로 운반할 팔레트들은 지게차 발이 들어갈 수 있도록 적재해야 하고 시공을 위해 사람이 운반해야 하는 것들은 반드시 이동통로를 확보해줘야 한다. 폐기물 마대도 그냥 던져 놓는 게 아니다. 노하우가 있다. 재활용도 노하우가 있지 않은가. 같은 이치다. 악천후 대비도 전문성이 필요하다. 비에 맞으면 안 되는 자재들은 실외에 놓지 않아야 하고 시멘트와 같이 무거운 포대와 같은 자재들은 창고 출입문에서 가까운 곳에 놓아야 한다. 이와 같은 세세한 내용들은 글이 아닌 경험으로 학습된다. 이 모든 것들은 돈과 연결이 되기 때문에 막노동이라고 ‘막’ 할 수 없고, 몸노동이라고 몸만 써서 일하는 게 아니다.
셋째, 몸노동을 통해 작업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일을 지시할 수 있게 된다. 작업자들을 배려하게 된다. 더욱이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효율적으로 시공이 진행되도록 지시할 수 있게 되고 행여 작업자들의 허무맹랑한 요구와 논리에도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작업자들과의 팀워크가 생긴다. 현장에서는 함께 땀 흘리지 않고서 팀워크를 기대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시공기술자들은 몸으로 노동한다. 목수는 합판과 석고보드를 운반하고 타일 기술자는 타일을 운반하고 조적 기술자는 벽돌을 운반한다. 각 공종의 기술들을 다 익힐 수 없겠지만 자재를 운반하며 그들의 고된 몸 노동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땀으로 습득하는 것이다. 함께 땀을 흘리면 전우애 같은 동료애가 생긴다. 자연스레 소통이 잘되고 협업이 원활해진다. 어떤 몸노동이든 배운다는 마음으로 한 번씩은 꼭 해볼 것을 권한다.
청소와 자재 운반과 같은 사소해 보이는 일들을 책임감 있게 하다 보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 비록 사소하더라도 시공 관리와 감독을 전담으로 맡는 날이 올 것이다. 도면을 공간화하는 일을 현장에서는 ‘도면을 친다’라고 표현한다. 신입 현장기사가 마냥 신입이겠는가. 반드시 신입 현장기사에게도 도면 칠 날은 온다. 나는 5개월 차에 그 기회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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