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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우 Dec 13. 2022

자산 축적하려면 수익률보다 '이것'이 중요하다

[서평] 모건 하우절의 '돈의 심리학'

"겨울 코트. 가난은 겨울옷으로 티가 나요. 여름엔 그럭저럭 남들 비슷하게 입을 수 있는데 겨울옷은 너무 비싸니까요."


tvN 토일드라마 '작은아씨들' 오인주(김고은 분)의 대사다. 겨울이 서러운 이들이 있다. 나는 비염 때문에 콧물이 나는 겨울이 싫기도 했지만 그럴싸해 보이는 겨울옷이 없는 겨울도 싫었다. 굳이 학교 경제 수업이 아니더라도 돈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알 수 있었다.


옷가게와 신발가게를 지나면서 거리에서 눈으로 배웠고, 하나님도 헌금을 좋아하신다는 걸 교회에서 귀와 마음으로 배웠다. 명절마다 친척 어른들로부터 용돈을 받을 때면 새 지폐에서 나는 냄새가 그리도 좋았다.


'돈은 나와 하나님마저 춤추게 하는구나.'


돈이 생기면 어디에 돈을 쓸지 계획을 세우는 게 즐겁기만 했다. 자세히 설명하지 않더라도, 돈이 우리 생각과 행동에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지는 모두가 동의할 테다. 저마다 이유는 다를지 모르겠지만 돈이 필요하다는 것은 사실이니까.


시민기자 북클럽은 매월 주제에 따라 도서 한 권을 읽고 서평을 쓴다. 10월에는 '평소라면 절대 안 읽었을 책에 도전해본다'라는 콘셉트. 한치의 망설임 없이 한 권의 책이 떠올랐다. 모건 하우절의 <돈의 심리학>. 이 책은 언젠가 아내가 추천해준 책이다. 당시에는 무심코 지나쳤는데 번뜩이듯 이 책이 떠올랐다.


주택, 자동차 말고 돈으로   있는 최고의  


시중에는 돈과 관련한 책이 쏟아져 나온다. 다 다른 얘기를 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이상하게도 결국엔 부자가 되는 비법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만의 착각일까? 아마도 아내의 추천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이유도 여기저기서 들리는 돈 이야기처럼 들렸기 때문 아니었을까.



막상 책 <돈의 심리학>을 펼쳐보니 부를 쌓는 비법만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었다. 돈이 어떤 속성을 지녔는지, 그렇다면 돈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궁극적으로 우리 삶에 왜 돈이 필요한지를 이야기한다. 물론 부를 쌓는 비결도 공개한다. 경제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도 두려워할 것 없다. 이해에 도움을 줄 만한 그래프는 종종 등장하지만 어려운 경제 전문 용어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누구나 이해할 만한 쉽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한 책이다.


당신은 왜 부자가 되지 못했는가. 이 도발적인 부제가 내 속을 묘하게 긁었다. 아마도 나뿐만 아니라 많은 독자들이 제목보다는 부제에 이끌려 책을 열어봤으리라 예상한다. 놀랍게도 원서의 부제는 'The Timeless lessons on Wealth, Greed, and Happiness'다. 직역하면 부와 욕심 그리고 행복에 관한 수업이다. 돈과 행복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한다.


그렇다면 부자는 모두 행복할까? 우리는 부자가 되면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멋진 주택에 살면서 유명 브랜드 자동차를 타는 것. 아름답고 멋진 옷과 신발을 몸에 걸치고 최고급 음식을 매 끼니마다 즐기는 것. 부자가 되어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아마도 이러한 상상이 전제되어 있지 않을까.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수는 없으나 본질은 벗어났다. 저자는 부자가 행복할 수 있는 이유는 상품을 소유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시간을 내 뜻대로 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내 시간을 내 뜻대로 쓸 수 있다는 게 돈이 주는 가장 큰 배당금이다.
- 139p


수긍이 간다. 당연한 사실임에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그동안 '돈'하면 온갖 화려한 상품들만 떠올랐다. 반짝이는 화려함에 가려져 정작 중요한 '시간'이라는 가치는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미시간 대학교 심리학자 앵걸스 캠벨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가 고려해온 어떤 객관적인 생활 조건보다, 내 삶을 내 뜻대로 살고 있다는 강력한 느낌이 행복이라는 긍정적 감정에는 더 믿을 만한 예측 변수였다.
- 140~141p


시간은 돈이라는 격언이 있는데 한편 돈은 시간이기도 하다. 돈이 있으면 시간을 원하는 데에 쓸 수 있다.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돈을 많이 쓰기 위해서 부자가 되는 게 아니라 시간을 마음대로 쓰기 위해서 부자가 되어야 한다.


자산을 축적하려면 수익률보다 '이것'이 중요하다


이제 부를 쌓는 방법도 궁금하지 않은가. 저자는 여러 사례를 나열하지만, 여기서도 핵심은 시간이다. 일명 복리의 마법을 소개한다.


헤지펀드 르네상스 테크놀로지(Renaissance Technologies) 수장 짐 사이먼스(Jim Simons)는 1988년 이후 연간 66% 수익률로 돈을 불려 왔다. 반면 가장 성공적인 투자자로 알려진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의 연간 수익률은 22% 정도였다. 책이 쓰였던 당시 누구의 순자산이 더 많았을까? 당시 워런 버핏의 순자산은 845억 달러, 사이먼스의 순자산은 210억 달러였다. 버핏의 수익률은 사이먼스의 1/3이지만 순자산은 4배다.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워런 버핏은 경이로운 투자자다. 그러나 그의 성공을 모두 투자 감각 덕으로만 돌린다면 핵심을 놓치는 것이다. 성공의 진짜 열쇠는 그가 무려 75년 동안 경이로운 투자자였다는 점이다.
- 89p


모건 하우절이 말하는 답은 간단하다. 다름 아닌 시간과 복리의 힘. 박성진 이언투자자문 대표는 추천사에 '복리의 마법'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버핏과 사이먼스 사례를 보면 과연 '마법'이라 불릴 만도 하다. 부를 쌓는 데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시간과 복리의 힘에 따르는 것이다.


부자가 되기 위해 따라야 할 단순한 지침


대다수 사람들은 복리가 마법을 부릴 시간을 기다릴 여유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우리는 당장 혹은 가까운 미래에 돈을 벌 수 있는 간단한 방정식을 습득하는 데 몰두하게 된다. 마치 금융이 과학처럼 예측 가능한 영역 안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금융 시장은 부처님 손바닥 안에 들어갈 만한 것이 아니다. 금융 시장에 관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단 한 가지는 바로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의 행동, 감정과 같은 변수들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투자의 성패에는 운이 반드시 작용한다. 저자는 돈의 세계와 우리 삶이 예측 불허하다는 것을 시종일관 주장한다. 따라서 책을 읽고 단 하나의 단어를 기억해야 한다면 바로 '겸손'이다. 겸손하라. 이 태도는 돈뿐만 아니라 삶을 대하는 데도 적용된다. 보물 찾기를 기대한 이들에게는 김 빠지는 소리일지 모르겠지만 이 게 바로 진리다.


그리고 쓰지 마라. 그는 "부자가 되는 길은 가진 돈을 쓰고, 가지지 않은 돈은 쓰지 않는 것이다. 아주 간단하다"라고 단언한다. 이를 위해서는 낮은 수준의 생활양식을 유지하면서 저축률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저자는 신혼부부 때의 생활양식을 지금껏 유지하며 저축률을 높였다고 고백한다. 세상에는 늘 놀랄 일이 벌어지는데 특별히 용도를 정해두지 않은 저축이 최악의 순간에 놀라 자빠지지 않도록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금융 조언은, 너나 대부분의 사람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돈이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 399p


책을 덮을 때쯤 되자 아내가 이 책을 추천해준 이유를 알 것만도 같다. 이 책은 하루 종일 돈 생각만 하는 사람부터 돈을 천대하는 사람까지 모두에게 돈에 관한 새로운 가르침을 줄 것이다. 나는 부를 쌓기 위해 시간을 쏟기 보다 시간을 벌기 위해 부를 쌓기로 결심했다. 지금 당장 계좌에 입금 내역이 찍힌다면, 나는 여전히 어렸을 때처럼 기뻐할 것이다. 다만 분명히 달라진 건 돈을 어떻게 관리해야하는지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오마이뉴스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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