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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우 Nov 06. 2020

그냥, 사람

그리고 동물

나는 남겨두는 버릇이 있다. 배가 좀 고프더라도 맛있는 음식은 한 번에 먹지 않고 남겨두었다가 한 번 더 즐긴다. 좋은 책을 볼 때도 마찬가지로 한 번에 보지 않고 조금씩 남겨두는 버릇이 있다. 단번에 읽으면 좋은 메시지를 금방 잊어버릴까 하는 괜한 두려움 때문이다. <그냥, 사람>도 매일매일 조금씩 남겨두며 읽었다.

    

261페이지가 이토록 무거웠던 적이 있었나. 종이 한 장마다 그가 만난 ‘사람’들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독서라는 행위가 참 가볍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어느 순간에는 무책임하다고도 느껴졌다. 누군가의 차별과 고통 그리고 저항을 너무나도 쉽게 눈으로만 읽어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몰랐었던 세계를 알아간다는 건 그만큼 내가 무심했던 세계가 넓어졌음을 의미하기에, 부끄러웠다. 알아가는 만큼 살던 대로 살면 안 될 것 같아, 부담스러웠다. 한편으로는 앞으로 편히 살기 위해 알면서도 모른 체해야만 하는 세계가 생긴 것 같아, 찝찝했다. 마음의 짐이 생겼달까.




<그냥, 사람>은 저자가 만난 사람들의 경험을 빌려 장애인, 시설, 탈시설 운동, 세월호에 대한 주제를 다룬다. 그냥,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탈시설 운동을 새롭게 알게 되었고 가려져 있는 사람들의 존재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모든 인간은 ‘그냥, 사람’ 임을,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책을 읽고서 깨달았다. 누군가에겐 현실이었을 삶이 나에겐 영화처럼 비현실처럼 느껴졌다. 나는 여러 번 눈물이 쏟아지는 걸 간신히 참았다. (지하철에서 책 읽으면서 눈물을 뚝뚝 흘릴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눈물의 근원은 동정과 연민이었다. 아내에게 자주 혼난다, 누군가를 함부로 동정하지 말라고. 부끄럽게도 감정이입을 하다 보면 동정하게 된다. 그 연민의 마음이 연대의 발판이 되어 주리라 믿는다. 누군가를 동정하지 않는 사회가 오길, 나도 간절히 소망한다.


책 말미에 주제는 동물로 확장된다. 결코 '갑자기'가 아니다. 사회가 장애인과 동물을 대하는 방식이 참 비슷하다고 느꼈다. 장애인을 짐승처럼 다루는 모습에 참담했고, 아이러니하게도 ‘짐승처럼’ 다루지 말라는 장애인의 외침이 동물의 현실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아 또 한 번 먹먹해졌다.


작가는 인세 절반은 노들야학에, 절반은 dxe에 후원하기로 했다. 읽지 않더라도 많이 구매해주시길 바란다. 독서를 싫어한다면 책을 좋아하는 이에게 선물하는 방법도 있으니.

        

*주의사항: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책을 읽는다면, 반드시 손수건을 준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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