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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우 Nov 15. 2020

쇼핑몰에 동물이 나타났다?

쇼핑하는 동물과 쇼핑 당하는 동물

쇼핑몰에서 네 발로 걷는 동물을 볼 수 있다. 스타필드 고양지점과 하남지점은 2018년부터 반려동물 출입을 허가했다. IFC몰도 반려동물 출입을 허가했다. 이제 쇼핑하는 시간에 반려동물과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 하남 스타필드 지점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쇼핑을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을 봤는데 괜히 내 마음이 흐뭇했다.

IFC 반려견 동반 출입 안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에게는 반려견 '몰리'가 있다. 스타필드에는 몰리의 이름을 딴 몰리스펫샵이 있다. 사료나 간식, 장난감 등 반려동물용품을 살 수 있다. 몰리스에서는 상품뿐만 아니라 개도 판다. 근처에 가면 멍멍 소리가 들린다. 이 소리는 반가움인가, 고통인가, 선택받기 위한 노력인가. 알 수 없는 소리가 실내를 울린다.

투명유리 안 강아지와 창밖의 아이들. 일부러 사람들이 잘 보이는 곳에  강아지를 전시했다.

마트에서는 더 많은 동물을 볼 수 있다. 살아있는 동물과 한 때 살아있었던 동물을 동시에 볼 수 있다. 다만 한 때 살아있었던 동물은 포장재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


1. 반려동물 코너


인간과 가까운 동물을 위해 또 다른 동물이 희생된다. 파우치에 담긴 또 다른 동물들, 그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왔을까.

한 블록을 지나 진열대 한편에 살아있는 동물도 있다. 귀여운 햄스터, 기니피그가 있고 어항 속에는 수중동물이 있다. (나도 모르게 자연스레 '물고기'란 단어를 썼는데 잘못된 표현이다.) 멈춘 채로 전시된 상품 가운데 살아있는 동물은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다. 특히 아이들은 자리를 잡고서 움직이는 동물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동물이 움직임이 없으면 아이들은 투명 플라스틱 통을 두드려 동물에게 인사한다. 동물들은 그 인사에 놀라 이리저리 움직이면 아이들은 발그레 웃는다. 옆에는 부모들이 서있다. 그리고 반려동물과 애완동물과 상품 그 사이 어딘가 동물이 있다.


2. 정육/생선 코너

살만 보기 좋게 포장되어 있다. 붉은 살과 흰 살로 나뉘고 영양과 입맛에 따라 나뉜다. 고기가 된 그들은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죽어서 얼굴 없는 살만이 이 곳에 온 걸까.


3. 가공식품, 과자, 유제품

밀봉된 과자봉지 속에 동물이 있다. 새우깡에 쇠고기가, 포카칩에 쇠고기가 들어있다. 피를 다 쏟아내고 씻기고 찢긴 살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 과자봉지에 담긴다. 유제품 칸에는 소가 있다. 송아지가 먹는, 아니 사람이 먹는 소의 젖이 있다. (유제품 생산 과정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루겠다.)


4. 의류/신발 코너

겨울이 되면 의류 코너 옷걸이에 동물이 전시된다. 물론 동물의 얼굴과 몸은 보이지 않는다. 오직 동물의 털만이 있다. 멋스러운 디자인과 색감의 옷 안에 가려져 있다. 앙고라, 울, 캐시미어 등. 나의 따뜻한 겨울을 위해 어디선가 동물은 뜯기고 있다. 신발 코너에도 동물이 있다. 갖가지 색으로 염색되어 동물은 가려진다. 동물의 가죽, 동물의 피부다. 사람의 가죽을 입고 신는 일을 상상하는 건 잔인한데 동물의 가죽을 입고 신는 일은 참 자연스럽다.





쇼핑몰과 마트에 동물이 나타났다. 동물 살은 고기라 부르고 동물 털은 구스다운이라 부르고 동물 피부는 가죽이라 부른다. 그리고 우리는 정말 잘 포장된 동물을 매일 구매하여 먹고 입고 신는다. 이쯤 되면 인간은 동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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