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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우 Dec 04. 2020

착한 패딩은 없다

겨울이 오고 있나 보다. 창밖 풍경도 겨울을 알리지만 휴대폰이 겨울을 먼저 알아챈다. 자꾸 몇 주 전부터 페이스북에 특정 브랜드 패딩 광고가 뜬다.



댓글을 보면 우리 사회와 시민들이 동물을 어떻게 다루는지 관찰할 수 있다. 동물은 상품으로 인식되고 멋과 맛을 위한 자원에 불과하다. 재활용, 세척. 윤리, 정당이란 단어로 그럴싸해 보이지만 결국 동물은 식품으로 여겨진다. 식용이라면 사육 및 도축이 되어도 괜찮다는 인식, 이 것이 우리 현실이다. 털은 도축으로 인한 '부산물'로 인식되는 수준이다. 동물복지는 과연 '윤리적'이고 정당한가?




몇 해 전부터 겨울이 오면 패딩에 관한 기사를 보게 된다. 우리가 입고 있는 패딩이 살아있는 거위나 오리의 털을 뜯어서 만들었다는 사실을 고발하는 기사다. 간혹 영상을 첨부한 뉴스도 볼 수 있는데 굉장히 충격적인 장면이 나온다.


그래서였을까. 기업에서는 윤리적인 패딩, 착한 패딩이라며 새로운 상품을 만들고 홍보하고 판매한다. '동물복지. 윤리적인.' 우리는 단 네 글자에 속아 또다시 동물을 학대에 자리로 내몰고 있다. '동물복지'에 속아서는 안된다. '윤리적인 패딩'이 과연 윤리적인 패딩일까?


윤리적인 패딩, 동물복지 패딩 인증은 어디에서 누가 인증하는 걸까? 동물복지 축산물은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맡아 인증하고 있다. 하지만 패딩에 붙은 각종 '윤리적인' 인증 마크는 국가에서 관리하지 않는다. 전부 기업 자체적으로 만든 인증 시스템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서두에 언급한 RDS인증은 동물복지 의류 관련하여 가장 흔하고 널리 알려진 인증이다.

RDS(Responsible Down Standard)란 깃털을 채취하는 오리와 거위의 사육 및 도축 등 다운 생산 과정의 안정성 및 동물 학대 여부를 확인하여 동물 복지를 준수하는 다운 및 제품에 대한 인증 프로그램으로, 우모의 채취부터 완제품 생산까지의 전 공정은 현장심사와 추적 시스템을 통해 관리됩니다. RDS의 인증범위는 전체 다운 공급체인망을 포함합니다. 이 공급체인망에는 농장 및 도축시설(동물 복지)부터 다운 프로세싱 및 봉제 공정(추적성)까지 포함됩니다.

RDS 인증된 다운은 다음을 보증합니다.
– 강제 먹이 주입과 살아 있는 거위의 털 채취 금지
– 농장사육 동물의 다섯 가지 자유로운 환경을 바탕으로 한 동물 복지
– 전체 공급 체인의 투명한 추적 시스템
TE, 노스페이스, 컨트롤 유니온이 함께 RDS 기준을 개발하고 독립된 제 3자 인증기관에서 농장부터 각 서플라이 체인까지 인증을 받는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RDS 인증은 오직 컨트롤 유니온 코리아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출처: 컨트롤 유니온 코리아


동물 복지를 준수하는 다운 및 제품에 대한 인증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한다. 마치 동물 학대가 없이 채취하는 것처럼 적어놓았지만 오리와 거위를 사육하는 것부터 학대다. 살아 있는 거위의 털 채취를 하지 않는다면 동물학대가 아닌가? 강제 먹이를 주입하지 않았다고 하여 학대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가두어 놓고 동물답게 살지 못하게 하는 사육환경 자체가 동물학대다. 그렇게 사육한 동물을 먹고 입고 신는 건 착취다. 동물 복지에 관해서는 이전 글에서도 밝혔지만, 철저히 인간의 기준에서 동물 복지를 정의한다. 동물복지 농장의 거위와 오리도 결국엔 먹히기 위해 사육되고 날카로운 칼날에 찔려 피를 쏟으며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인간의 입 속으로 들어간다. 거기에서 나온 털은 정말 동물을 학대하지 않은 털인가?





착한 패딩은 없다. 마케팅에 불과하다. 현시점의 동물복지는 고문의 강도를 낮추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고압 전기고문보다 저압 전기고문이 덜 괴롭겠지만 그 걸 가지고서 복지를 논할 수 없다. 동물복지는 잔인한 학대와 착취의 현실을 가린다. '동물복지', '윤리적인'이라는 홍보 마케팅에 속지 말아야 한다.


요즘 동물의 털을 사용하지 않은 '비건 패딩'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웰론, 신슐레이트, 프리마로프트 등 인공 충전재다. 사실 소비를 하지 않는 것이 결국에 이 지구와 지구를 딛고 사는 모든 동물을 위한 일이지만, 어쩌겠나. 어쩔 수 없이 소비를 해야 한다면 그나마 덜 해를 끼치는 상품을 사야 하지 않을까. '동물복지' 흉내만 내는 동물복지 의류 말고, 진짜 동물학대 없는 비건 패딩을 구매하자.



착한 패딩에 관한 기사


RDS 인증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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