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트리 관광을 대강 마치고 나니 시간이 꽤 지나 있었습니다. 슬슬 이동해서 락커에 넣어 놓은 짐을 찾고 나면 저녁 먹을 시간이 될 것 같았죠. 저녁을 먹기로 한 식당은 우에노의 쿠로후네테이(黒船亭)입니다. 현지에서는 하이라이스가 맛있는 집으로 유명한가 보던데, 이번에 가서 먹어보니 다른 메뉴들도 빠지지 않고 좋았습니다.
우에노 역에서 내려 쿠로후네테이로 가다 보면 우에노 공원의 연못이 보이는 골목을 지나가게 됩니다.
골목 사이로 이런 풍경이 보이는데 그냥 지나갈 수는 없지요.
트렁크가 묵직하지만 질질 끌고 내려가 봤습니다.
연꽃이 피었더라면 훨씬 좋은 풍경이었겠지만 녹색의 연잎이 가득한 연못은 그 나름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줍니다. 연못 풍경은 참 좋지만 공원 안에는 노숙자들도 심심찮게 보였습니다. 신경 쓰이는 분들은 조심하시는 게 좋겠네요.
공원에서 나와 조금만 걸으면 쿠로후네테이가 있는 건물에 도착합니다. 인기가 있는 식당이라 예약 없이 가는 게 걱정됐지만 다행히 빈자리가 있어서 짐을 맡긴 후 자리에 앉았습니다.
시작은 생맥주로.
안 그래도 맛있는 일본의 생맥주인데 습하고 더운 날 무거운 짐을 끌고 돌아다니다가 마시려니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음식은 모두 함께 서빙해 줍니다.
위로부터 시계 방향으로 오므라이스, 새우후라이, 하이라이스, 해산물 모둠 냄비
오므라이스와 하이라이스는 곱빼기에 해당하는 오오모리인데 일반 사이즈와 오오모리의 가격차이가 별로 안 나서 오오모리로 먹는 게 이득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실제로 먹어보니 가격차이는 둘째 치고 음식이 워낙 맛있어서 오오모리로 주문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오오모리 추천입니다.
쿠로후네테이풍 해산물 모둠 냄비 (黒船亭風 魚介の寄せ鍋)
뚜껑을 열면 크림스튜에 가득 담겨있는 해산물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정도로도 충분히 맛있었는데 겨울에는 좀 더 맛있어진다고 하네요. 글을 쓰면서 겨울에 다시 도쿄에 가야 하나 싶어집니다.
오므라이스 '오오모리'
오믈렛이 반숙으로 녹아 내리는 것도 아니고 진한 데미그라스 소스가 얹힌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그렇게도 맛있었는지 지금까지도 의문인 오므라이스입니다. 아 물론 소스는 케첩이 아니고 토마토 소스예요.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맛있었던 오므라이스는 오오모리임에도 불구하고 깨끗하게 사라졌습니다. 기억에 남을 만한 (큰) 한 접시였어요.
새우 후라이
대표 메뉴 3종을 주문하고 나머지 하나로 골라 본 메뉴인데 맛있긴 했지만 다음에 가서 다시 주문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에비 후라이와 함께 나오는 소스들
별것 아니지만 저런 그릇들 하나하나에 신경을 썼음이 보입니다.
문제의 하이라이스
정말 최고의 하이라이스였습니다. 진한 맛의 소스 안에는 부들부들하게 익혀져 맛이 듬뿍 배인 고기도 넉넉히 들어 있습니다. 다음에 도쿄에 가게 된다면 이것 때문에 우에노에 갈 것 같습니다. (실은 이번에 못 가본 우에노 공원 안에 있는 스타벅스도 가보고 싶어요.)
하이라이스 역시 오오모리인지라 밥이 곱빼기
하이라이스에는 세 가지의 절임이 함께 나오는데 맛의 어울림이 좋아서 거의 다 먹었습니다.
마무리로 직접 만든 파운드 케이크가 있다고 하기에 디저트 겸 주문해 봤습니다.
네. 뭐... 도쿄에 맛있는 디저트 집들이 많으니까요...
지인들로부터 괜찮다는 얘기를 수없이 많이 들었던 쿠로후네테이를 드디어 가봤는데 역시 훌륭했습니다.
갈 때마다 괜찮은 경양식집들을 알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돋보이는 집이었습니다. 주문은 오오모리도 가능하지만 하프사이즈도 가능하다는 것 같습니다. 혼자 가서 해산물 요세나베 하프와 하이라이스는 오오모리로 주문해 먹고 싶네요.